"명당이란 전망이 탁 트이고 볕이 잘 들고, 물도 잘빠지고 바람이 드세지 않는 곳이다."
8일 오전,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뜬금없이 충북 음성군에 가자는 것이었다. 하던 일이 있어 마무리할 시간 말미를 달라고 하니, 30분의 시간도 채 기다릴 수 없다며 얼른 가자고 보챈다.
얼마전에 김천 개령면에 싼 땅이 있다며 보러 가자길래 답사 다녀 온 적이 있었는데, 이날도 충북 음성에 땅이 나와 보러 가자는 줄로만 지례짐작하고 친구에게로 가보았다.
전화상으로는 1시간 거리밖에 안될거라고 얘기하던 친구의 말을 털썩 믿고,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으로 가게 될 장소를 입력해보니 1시간 40여분 가량 걸리는 거리였고 가는 곳은 다름 아닌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공동묘지였다.
친구를 만나 왜 충북 음성에 가냐고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포항에 계시는 장례업에 종사하시는 삼촌께서 몰던 장의차량이 구미 인근 고속도로에서 고장이 나 긴급히 태우러 가야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보니 캐틸락 리무진 장의차량에서는 엔진 오일이 차량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김천시 아포 인근의 중앙고속도로에서 중부고속도로 갈림길 근방에 위치한 곳이고 직선구간이라서 고속도로위의 차량들은 100km/h 이상의 속력으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어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갓길은 좁아서 더욱 위태로운 상황.
마침 한국도로공사 차량도 우리와 동시에 도착해 장의차량 뒤에서 안전 신호를 보내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친구 삼촌의 장의차량은 포항에서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대지공원묘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차에는 포항에서 대지공원묘로 이관하기 위해 유골함이 든 봉인함과 유족들이 두분 타 계셨고, 친구의 임무는 이 분들을 대지공원묘지까지 삼촌 대신 모셔다 드리게 된 상황이었다.
친구의 삼촌은 마침 조카가 사는 구미 인근을 지나다가 고장이 났기에 다행스럽게도 조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긴급한 상황에 부랴부랴 떠날 채비를 하고 내게 긴급히 연락했던 까닭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친구는 혼자 먼길을 다녀오면 심심하다며 나를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했던가, 우연히 내 차량에 유골이 든 두개의 봉안함과 두분의 유족을 태우고 졸지에 유골함을 운구하는 장의차량이 되어 생전 가보지도 못했던 충북 음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긴급한 상황으로 인해 내심 놀랐을 유족들에게 안심 시켜드리고자 말을 건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유족들이었다.
대지공원묘지로 향하던 김에 친구와 풍수지리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어떤 장소가 명당일까하며 얘기를 건넸다. 뒷자석 앉아 있는 유족인 아주머니는 대뜸 " 명당이란 전망이 탁 트이고 볕이 잘 들고, 물도 잘빠지고 바람이 드세지 않는 곳입니다."라며 말씀하셨다.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명당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게만 느껴진다.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좋은 터의 조건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성군이 무엇으로 유명하냐고 친구에게 물으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태어난 고향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몇해 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고향을 방문했던 것이 떠올랐다.
출중한 인물을 배출한 충북 음성군이라는 곳의 주변 풍수지리를 유심히 살펴보게 만든다.
큰 인물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조상 묘자리도 잘 잡아야 하고 풍수지리가 좋아야 한다는 얘기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지공원묘지에 도달했다.
대지공원묘지에 도착해보니 꽤나 큰 규모였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유족의 말에 의하면 30년 전부터 이 공원묘지를 찾았다고 한다.
묘들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수많은 묘 앞에는 화환들이 다들 놓여 있었다. 올라갈땐 흐렸던 날씨가 공원묘지에 들어서니 햇볕이 들었다. 공원묘지 위에 있는 유족의 묘까지 모셔다 드린 뒤 산을 깍아 만든 대지공원묘지를 둘러 보았다. 명절때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곳인지라 공원묘지 관리사무소에서 깔끔히 잘 정비해 놓았고 묘가 있는 자리들이 하나같이 널찍했다.
임무를 완수한 우리는 되돌아 가기 위해 공원묘지를 내려가니, 이관 작업을 위해 경운기를 타고 올라오는 일꾼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 꽤나 드신 촌 어른들이었고 모자를 쓴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가 갓 쓴 듯한 모양새여서 농담삼아 얘기하니 친구가 웃었다. 촌에는 일손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이관하는 일은 경륜있는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고 하니 친구는 맞장구를 쳤다. 나중에 나이 들어 소일거리 해봐도 된다며 우스게 소리도 나눴다.
친구가 말하길 좁은 우리나라 땅에 무슨 묘지가 이렇게 많냐며 투덜거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넓은 땅을 갖고자 하는 욕심이 끝이 없어서 죽어서도 묘지를 가꾸는게 우리나라 풍습이라며 한마디 던졌다.
우연찬히 충북 음성군을 찾은 김에 친구는 마을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가자며 얘기해 음성군에 들르게 되었다. 차를 주차하기 위해 음성군청에 들어서니 입구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임을 알리는 글귀가 큼직막하니 적혀있다.
세계적인 인물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곳이라 생각하니 풍수지리 또한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5월 31일에는 반기문 마라톤대회도 열릴 정도란다.
음성군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느낌을 줬다.
잠시 스치듯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마침 들린 식당은 우레정이라는 두루치기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주인 아주머니 또한 나처럼 마라톤클럽에서 활동하는 동호인이기도 해 친근감이 들었다.
느긋하게 손님인 우리를 맞이해 주고 여유롭게 식당 한켠에서 아주머니들끼리 얘기나눴다. 충청북도 사람들의 말씨가 어떤지 알고 싶어 유심히 들어봤지만 표준말이 일반화 된 오늘날이라 우리랑 큰 차이는 없었다.
아무튼 음성군과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언제나 좋은 터를 찾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고 좋은 터를 만나게 되면 그 기운이 본능적으로 작용하게 되어 이끌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든다.
명당은 산자나 죽은자나 편안하게 해주는 곳임에 틀림없는 듯 하다. 친구 덕분에 반나절 동안 명당도 체험하고 800리 길을 돌아 봄날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땅을 실컷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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