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 제약사, 규제 불만에 미국행 저울질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상장 검토…영국 바이오산업 긴장 고조
시총 2,190억 달러 거대기업, 미국 증시 이전 현실화되나
영국 대표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미국 증시로의 상장 이전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 복수의 외신은 파스칼 소리오트 CEO가 미국 상장뿐 아니라 사업 기반까지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영국에서 시가총액 2,190억 달러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상장기업 중 하나로, 쉘·유니레버·롤스로이스 등 영국 대표 기업보다도 높은 가치를 자랑한다. 이번 상장 이전 검토는 영국 정부의 의약품 규제 정책과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소리오트 CEO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영국 국립보건의료우수연구소(NICE)의 신약 승인 제한과 NHS(국민보건서비스) 리베이트 제도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표명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이전은 영국 정부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막을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상장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런던 증시와 영국 자본시장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전체 제품 매출 509억 달러 중 미국에서 217억 달러(42.6%)가 발생했으며, 유럽 매출은 108억 달러(21.2%)에 그쳤다. 또한 2026년 말까지 미국 내 제조시설에 3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시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글로벌 제약산업의 축 이동을 상징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정부와 런던 증시의 위상 약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최종 행보에 전 세계 투자자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상장 이전 논의와 관련해 공식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