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부, 13개 장애인 단체와 맞춤형 돌봄 5년째 이어가
“이젠 가족 같은 사이”… 정기 만남으로 ‘정서적 고립’ 허물어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수술실 들어가기 전, 혼자서 그 큰일을 감당하려니 얼마나 무섭고 막막했는지 모릅니다. 잔뜩 긴장해서 굳어 있는 제 곁에 다가와 머리를 다듬는 내내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며 안심시켜 주셨잖아요. 그 뭉클한 온기가 벼랑 끝에 섰던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암 투병 중 뇌수술을 앞뒀던 김덕배(60대·가명) 씨는 최근 신천지자원봉사단 경주지부(이하 경주지부)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25년 머리 손질 봉사를 받으며 긴장을 풀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이처럼 공공 복지가 물질적 지원에 머무르며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민간에서 이어지는 ‘정서적 돌봄’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주지부는 5년 전부터 장애인 단체를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새끼손가락 봉사’를 통해, 행정이 닿기 어려운 마음의 사각지대를 메우며 이웃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화려한 도시 뒤의 그늘, 따뜻한 손길이 닿다
연간 수천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 경주는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문화재 보호구역이 많아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확충에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곤 한다. 경주지부는 그 틈새를 채우기 위해 ‘새끼손가락 봉사’라는 이름으로 꾸준한 동행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름처럼 약속의 상징인 새끼손가락을 닮았다. 봉사자는 머리 손질, 건강관리,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일회성 방문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이어간다.
5년의 꾸준함이 만든 변화
경주지부가 5년간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정기적 돌봄 네트워크’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에 있다. 자원봉사자와 단체를 1대1로 매칭하고, 매월 정해진 날짜에 빠짐없이 방문한다.
처음에는 낯선 벨 소리에 문이 조심스레 열렸지만, 이제는 봉사 날이면 골목의 대문이 먼저 열린다. 대문 밖에서 휠체어를 타고 봉사자들을 기다리는 회원들의 미소가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됐다.
뇌병변장애로 8년 넘게 아들을 만나지 못했던 이종태(60대·가명) 씨는 봉사단의 도움으로 단정한 모습을 되찾고 아들과 재회를 결심했다. 그는 “아픈 모습만 기억할까 봐 걱정했는데, 단정한 모습으로 아들을 만나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박현주(50대·가명) 씨는 “밖에 나가기 어려웠는데, 동궁원 탐방과 한궁 체험이 즐거웠다”고 미소 지었다.
“이젠 가족처럼”… 정서적 돌봄의 힘
이 관계의 변화는 언어에서도 느껴진다. 초창기에는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같은 인사뿐이던 대화가, 이제는 “이런 날씨에 뭐 하러 고생스럽게 왔어요” “조금 늦길래 걱정했지요” 같은 정겨운 투정으로 바뀌었다.
현재 ‘새끼손가락 봉사’는 13개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5년째 진행 중이며, 누적 참여자는 장애인 1400여 명, 봉사자 250여 명에 달한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경북협회 경주시지회 관계자는 “이제는 회원들이 먼저 다음 봉사 일정을 물을 만큼 기다리는 시간이 됐다”며 “정기적인 소통이 큰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경북신체장애인복지회 경주시지부 관계자 역시 “회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기다림이 곧 삶의 활력”
신천지자원봉사단 김수진 대구경북연합회장은 “도움을 드리러 갔다가 오히려 큰 힘을 얻고 돌아온다”며 “정기적인 약속이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이 되고, 그 기다림이 삶의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든든한 이웃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경주지부의 5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꾸준한 발걸음이 만들어낸 신뢰의 시간이었다. 화려한 관광 도시의 이면에서, 외로움의 벼랑 끝을 붙든 작은 온기가 오늘도 경주의 그늘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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