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⑮] 구미 하수슬러지 매립 의혹, “허가받았다”로 끝낼 일 아니다…울주 내와리 사태가 던진 경고

사회부 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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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오니 추정 매립 현장(사진 출처 시사포커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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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불법성토 매립 현장(사진 출처 울산중앙방송 캡처)

 

 

일반 토사 1대1 혼합 조건 위반 의혹…구미시, 현장·성분검사로 규명해야

울주군은 중금속 검출 뒤 공사중지·고발·원상회복 명령…복구비만 100억 원대

사후 복구보다 오염 확산 전 차단 중요…농지 전수조사 행정 신뢰도 시험대


[한국유통신문=김도형 기자] 구미시의 허가를 받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하수슬러지로 추정되는 오니를 성토재로 사용하면서 허가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시사포커스 보도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업체 A사는 구미시가 허가 과정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일반 토사와 오니의 1대1 혼합’ 조건을 지키지 않은 채 오니를 단순 성토재처럼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미시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니보다 일반 사토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현장 확인과 시료 분석 없이 육안이나 업체 설명만으로 폐기물의 종류와 혼합 비율, 환경 안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특히 오니가 어떤 공정에서 발생했는지, 유기성오니인지 무기성오니인지, 재활용이 허용된 물질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처리 기준과 재활용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히 “허가를 받은 업체인가”가 아니다. 허가된 폐기물 종류와 실제 반입된 물질이 일치하는지, 허가 조건에 따른 혼합·처리 과정이 이행됐는지, 성토지가 폐기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인지가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돼야 한다.


울주군 내와리 사태, 초기 검증 실패가 만든 100억 원대 부담


구미시가 이번 의혹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서 이미 대규모 불법 성토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울주군 내와리 1331번지 일원에서는 농지개량을 명목으로 반입된 토사에서 구리와 아연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료에서는 구리가 기준치의 16배, 아연이 11.6배까지 검출돼 농지 성토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울주군은 공사중지 명령과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고 토지주와 성토 행위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침출수 확산을 막기 위해 예비비를 투입해 방수포를 설치하고 인근 지하수와 급수시설에 대한 수질검사도 진행했다. 김상욱 울산시장도 7월 20일 현장을 방문해 주민 불편과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오염토의 규모가 커지면서 원상복구 비용은 최소 100억 원 이상, 현장 추산으로는 130억 원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반면 성토지의 토지가액은 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행정대집행을 하더라도 비용 회수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울주군 사례는 불법 또는 부적정 성토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토지주와 행위자의 책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자가 복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막대한 행정비용과 주민 피해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에 남게 된다.


‘1대1 혼합’만으로 환경 안전성 보장되지 않아


구미시 관련 보도에서 언급된 ‘일반 토사와 1대1 혼합’ 조건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폐기물 재활용 기준 가운데 무기성오니 등을 성토재나 복토재로 사용하는 경우 일반 토사류 등을 일정 비율 이상 혼합하도록 한 규정이 존재한다. 다만 해당 기준이 이번 현장의 하수슬러지에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오니의 분류와 허가 내용, 처리 용도 등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혼합 비율을 맞췄다고 해서 오염 가능성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니 자체가 재활용 기준을 충족하는지, 중금속·유기물·수분 함량 등에 문제가 없는지, 실제로 균일하게 혼합됐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농지개량을 위한 성토는 농작물 경작에 적합한 토양을 사용해야 하고 토사 유출, 배수 장애 등으로 인근 농지와 시설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현행 농지개량 기준도 농지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에 맞는 토양을 사용하고 피해가 예상될 경우 흙막이와 옹벽 등 안전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지를 사실상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용하면서 표면만 일반 토사로 덮거나 오니를 일부 토사와 섞는 방식이라면 ‘농지개량’이라는 명칭만으로 적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 폐기물을 매립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재활용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법령이 정한 요건을 엄격하게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구미시, 현장도 보지 않고 안전성 판단했나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A사의 행위를 불법 매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허가서와 폐기물 분석 결과, 운반·처리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미시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의 처리 방식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면 행정 대응의 타당성과 신뢰성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토양에 들어간 오염물질은 외부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으며 일단 오염되면 작물과 지하수에 장기간 영향을 줄 수 있다. 토양오염은 자연적인 회복이 어렵고 정화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환경당국의 설명이다.


구미시는 우선 해당 현장에 대한 반입 중지 또는 보전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고, 업체와 토지주가 제출한 서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현장 굴착조사와 공인기관 시료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검증 대상에는 다음 사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첫째, 구미시가 허가한 폐기물의 정확한 명칭과 폐기물 분류번호, 재활용 용도다.


둘째, 폐기물의 발생 사업장과 전체 반입량, 운반 차량, 반입 기간을 기록한 폐기물 인계·인수 자료다.


셋째, 허가 조건으로 알려진 일반 토사와 오니의 1대1 혼합 여부를 입증할 작업일지와 계량 자료다.


넷째, 성토지의 토양과 침출수, 인근 배수로와 지하수에 대한 중금속 및 오염물질 검사 결과다.


다섯째, 허가 조건 위반이 확인됐을 경우 공사중지, 제거명령, 원상회복 명령과 고발 등 후속조치 계획이다.


농지 7만5천여 필지 전수조사, 선언보다 현장 대응이 중요


구미시는 지난 6월 관내 농지 7만5,958필지를 대상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불법 의심 농지와 외지인·농업법인 소유 농지 등을 현장 조사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처분명령과 원상회복 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번 오니 성토 의혹은 구미시가 발표한 농지관리 강화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시민 제보와 언론 취재로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현장 확인과 성분검사 없이 업체의 허가 여부만을 내세운다면 전수조사의 신뢰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허가를 내준 행정기관은 허가 당시뿐 아니라 허가 조건이 계속 지켜지는지 감독할 책임도 있다.


울주군 내와리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오염이 확인된 뒤 방수포를 덮고 원상복구를 명령하는 것보다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 초기 단계에서 반입을 중단하고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구미시는 업체의 주장과 담당 부서의 설명을 반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허가서, 폐기물 분석서, 반입량, 혼합 내역, 현장 시료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사 결과 적법한 재활용으로 확인된다면 그 근거를 시민에게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허가 조건 위반이나 불법 매립이 확인된다면 오염이 확산되기 전에 폐기물을 제거하고 책임자에게 복구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환경행정의 신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아니라 현장조사와 측정자료, 공개된 행정조치에서 나온다. 구미시가 울주군 내와리 사태를 타 지역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한편, 21일 본지와 통화한 시사포커스 관계자는 구미시의 오니 불법 매립 건과 관련하여 후속 보도를 통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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