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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초대전 - 떨기나무 처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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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전국] 이용범 기자 = 산들이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배움의 터전인 산골 초등학교를 감싸고 있다. 작가 이경성은 인생이 결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그림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는 또한, 작품 속 하얀 운무는 핏줄처럼 연결되어 있어 생명이 서로에게 흐르고, 그 기운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 험난하고 고단한 세상 속에서, 모세가 본 떨기나무의 불처럼 구원과 사랑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이 산들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다. 그것들은 작가의 내면에서 피어난, 삶의 여정 그 자체이다. 현실의 산을 참고한 것이 아니라 오직 마음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들로 구성되었기에, 더욱 본질적이고 초월적인 감각을 담고 있다.

가시나무 같은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위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구원과 사랑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 이 작품은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경성 작가는 “소멸 침식 기법”이란 기법을 창안하여 독창적인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에 원색의 그림을 먼저 견고한 바탕에 스케치를 하고 부조를 만든 후, 채색을 한다. 바탕까지 완성된 그림을 석회로 전부 덮고 일정 시간을 기다린 후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갈아내고 녹여내고 닦아내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이렇듯 긴 과정을 거치는데 신기하게도 그 작업과정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일치한다.

 

이경성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원색의 그림은 태어났을 때 본래 모습, 그 위를 덮는 석회는 살아가면서 쌓이는 상처와 사연들, 석회를 닦아내는 과정은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거의 대부분의 형상은 석회에 덮여서 사라지고 일부 드러나는 원형도 색도 흐릿해지고 모양도 불완전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모습은 마치 세상 풍파를 다 견뎌내느라 너덜너덜해진 주름 가득한 노인의 얼굴을 닮았다. 이런 작업 결과물은 선명함과 완전함을 잃은 대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포용해 낼 수 있는 따스함과 관용을 보여준다. 이는 죄와 실수투성이지만 이를 이겨내고 일어서려는 인간 성화의 과정을 상징한다. 석회는 일반 물감과 달리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빛을 흡수하고 간직하고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석회의 이런 특성처럼 세상의 빛과 소망을 온전히 담아내서 포근하고 따스한 위로와 안식을 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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