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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미시는 제5국가산업단지 2단계 부지 82만 평을 평당 1,000원 수준에 공급하겠다며 반도체 메가 팹(Fab)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다이소식 초저가 전략’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흐리는 위험한 착각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의 ‘1,000원 행정’을 다이소에 빗대는 순간, 우리는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 다이소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판다
아성다이소 박정부 회장은 “천 원 속에 담긴 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고 강조한다. 다이소의 경쟁력은 싸게 파는 데 있지 않다. 싸지만, 기대 이상이어야 한다는 집요한 원칙이 핵심이다. 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추며, 불량을 허용하지 않는 품질 집착이 만들어 낸 결과다.
다이소의 1,000원은 단순한 가격표가 아니라 ‘신뢰’다.
반면 구미시의 1,000원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완성된 산업 환경’이 아닌, 그저 값싼 토지일 뿐이다. 반도체 기업의 입지 결정 요인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토지 가격은 22개 요소 중 15위에 그친다. 수백 조 원이 투입되는 산업에서 ‘땅값’은 본질이 아니다. 기업이 보는 것은 인프라, 인재,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다.
■ 1,000원짜리 산단의 치명적 결함
현재 구미시 전략은 겉으로는 파격적이지만, 내용은 공허하다. 오히려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불량 상품’에 가깝다.
첫째, RE100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의 CBAM 등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다. 화석연료 기반 전력이나 장거리 송전에 의존하는 산업단지는 반도체 수출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이 취약한 구미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해당 부지는 ‘싸지만 쓸 수 없는 땅’에 불과하다.
둘째, 인재 확보 전략이 부재하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고급 연구 인력은 수도권을 선호한다. 문화, 교육, 주거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방 이전은 선택되지 않는다. 1조 2천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단순히 땅값 할인에 투입하는 것은 전략 부재를 스스로 드러내는 결정이다.
■ 가격이 아니라 ‘조건’을 만들어라
“불량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다이소의 원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 기준이다.
지금 구미시의 행정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RE100 대응 체계도 없고, 인재 유치 전략도 불명확하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가장 싸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는 혁신이 아니라 가격 경쟁에 집착한 행정의 한계를 보여준다.
기업은 싸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때 움직인다.
■ 다이소를 닮고 싶다면, 숫자가 아니라 철학을 배워라
구미시가 진정으로 첨단 산업의 거점이 되고자 한다면, 1,000원이라는 숫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한 것은 가격 인하가 아니라 구조 혁신이다.
재생에너지 직접 공급 체계 구축, 수도권 수준의 정주 여건 조성, 글로벌 인재가 머물 수 있는 환경 설계. 이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기업은 움직인다.
다이소를 닮고 싶다면 가격이 아니라 철학을 배워야 한다.
지금의 ‘1,000원 행정’은 전략이 아니라 착각에 가깝다. 그리고 그 착각은, 생각보다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작성: KTN전략마케팅브랜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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