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과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길, 꿈이 만나는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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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코로나 이후 멈춰 섰던 세계가 조금씩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속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의 관광산업은 여전히 회복의 갈림길에 서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관광객 수는 두 달 연속 감소했고,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령을 현행 18~35세(한국 국적의 경우 만 30세까지)에서 50세까지 확대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관광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새로운 실험의 신호탄이다.


이 소식은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국의 청년들도 늘 해외 경험을 꿈꾸며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을 알아본다. 하지만 수많은 경쟁과 부담 속에서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기회마저 한정되어 있기에 때로는 신분증의 ‘나이’가 인생을 가로막는 벽이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뉴질랜드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령 상향 논의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기회의 유통기한’을 다시 묻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여유와 치유의 나라’라는 별칭을 지녀왔다. 차를 타고 한 시간만 이동해도 에메랄드빛 호수와 끝없는 초원이 펼쳐지는 이곳은 많은 이들에게 쉼과 재충전의 땅이었다. 한국에서 치열한 입시와 취업 경쟁, 끝없는 승진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이곳으로 왔다. 과일 농장에서의 단순 노동이었지만, 그 손끝에서 생겨나는 삶의 리듬은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던 평온한 리듬이었다. “여기서는 나를 채근하는 사람도 없고, 나도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된다”는 그들의 말은 뉴질랜드라는 땅이 가진 치유력의 증거였다.


그런데 지금 뉴질랜드는 말한다. 일손이 부족하고 관광객도 줄어들었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문을 열겠다고. 35세가 아니라 50세까지도. 이 제안은 단순히 노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이것은 ‘늦은 나이에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응원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50세가 넘으면 경력 공백이 곧장 ‘퇴장’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기회의 문 앞에 설 수 없다는 선고처럼 들린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당신이 어디까지 살아봤든, 여기서 다시 한번 시작해보라”고 손을 내미는 듯하다. 그 메시지 속에 담긴 포용과 유연함은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또 하나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의 관광업계는 지금 절박하다. 경제 회복의 동력이 필요하고, 젊은이든 중년이든 누군가 이 땅을 찾아 와서 머물러주길 바라고 있다. 한국에서 ‘N잡’ 혹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뉴질랜드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단지 와인을 따고 커피를 내리는 노동이 아니라, 거기서 삶의 속도를 배우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어쩌면 뉴질랜드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상향 논의는 단지 숫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대한 편견’을 고치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전혀 다른 크기의 나라이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지금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허락할 것인가?” 뉴질랜드는 그 답을 ‘포용’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청춘과 경쟁, 효율이 중심이 되지만, 언젠가 우리도 뉴질랜드처럼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몇 살이든, 아직 늦지 않았다”고.


관광객 수치와 경제지표의 문제를 넘어, 이 비자 논쟁은 결국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뉴질랜드는 더 많은 이들에게 말을 건다. “꽃이 피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국에서 벚꽃은 4월이면 잊히지만, 뉴질랜드의 고산지대에서는 12월에야 꽃이 핀다. 늦게 핀 꽃도 아름답고, 오히려 더 강한 향기를 풍긴다. 그렇기에 우리도 서로에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에도 아직 여행이 남아 있다고.


우리는 지금 뉴질랜드의 정책 변화를 바라보며 단순한 비자 제도가 아니라 인생의 두 번째 계절이 열리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그 계절엔 국경도 나이도 진심을 막지 못한다. 언젠가 한국 청년뿐 아니라 중년의 우리도 다시 짐을 싸들고, 저 남반구의 작은 나라에서 새로운 하루를 열어갈 수 있기를.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늦봄에 핀 꽃이 얼마나 소중한 향기를 품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 꽃은, 뉴질랜드라는 낯선 땅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다시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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