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세라는 이름의 벽 앞에서. 뉴질랜드와 한국, 두 섬나라의 무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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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교육학 박사).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15%.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뉴질랜드 수출품에 매긴 새로운 관세율이다.

기존의 10%에서 올라간 수치. 단순히 숫자 하나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이 '5%'라는 격차는 수출업체들의 이익, 일자리, 농민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주 묵직한 무게를 지녔다.


놀랍게도 이웃나라 호주는 여전히 10%의 관세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같은 대양을 건너는 형제 같은 나라지만, 단지 '무역협상력'의 차이로 만들어진 불균형.

뉴질랜드는 지금,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 고립된 섬 혹은 반도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무역에서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의 강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과 공격적으로 FTA를 체결해왔고,

지금은 미국, EU, 중국,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등 거의 모든 주요 교역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무역에서도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 등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가 낮거나 면제된다.

한국의 기업들은 수출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중소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지역 경제로 퍼지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는 소규모 경제권이기에 협상 테이블에서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물론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같은 다자 협정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서 큰 양보를 이끌어내기엔 ‘무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뉴질랜드의 관세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던 셈이다.


뉴질랜드의 대표 수출품 중 하나인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

상큼한 산미와 깔끔한 향으로 미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15%의 관세가 붙는 순간, 그 와인은 경쟁 와인들보다 '비싼 선택지'가 되어버린다.


반면, 호주 와인은 여전히 10%.

이 5%의 차이는 와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미묘하게 바꾸고,

뉴질랜드의 와인 농장주와 소규모 양조업자들의 삶을 흔들 수 있다.


한국도 과거엔 이런 경험이 있었다.

FTA 이전, 미국 자동차와 한국 자동차 사이의 관세 격차로 수출에 제동이 걸렸고,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경제는 그 작은 마찰 하나에도 흔들렸다.


하지만 한국은 그 불리함을 ‘협상력’으로 극복했다.

정부, 기업, 전문가들이 하나 되어 더 나은 조건을 쟁취했고,

그 결과 지금은 ‘세계에서 FTA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건 단순히 세율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외교력’, ‘경제 외연 확장력’, 그리고 무엇보다

무역을 단순한 돈 거래가 아닌 ‘관계의 기술’로 바라보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가 이번에 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확대’나 ‘내부 시장 개방’ 같은 조건은

뉴질랜드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카드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와 경제의 교차점에서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뉴질랜드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 미국 이외의 시장 다변화:

중국, 동남아, 중동 등 새롭게 성장 중인 시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 고부가가치 브랜드 전략: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방식으로 수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3. 정부의 전략적 외교 강화:

작은 국가라도 일관된 외교 철학과 능동적 무역 전략이 있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무게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은 무역에서 수없이 많은 벽을 넘으며

‘무역은 생존’이라는 철학을 몸으로 익혀왔다.


뉴질랜드에게도 지금이 그런 순간일지 모른다.

이번 15% 관세 인상은 분명 아프고, 경쟁력을 잃는 듯한 현실이지만,

이 순간을 새로운 무역 전략의 전환점으로 삼는다면,

뉴질랜드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


“외풍은 피할 수 없지만, 항로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뉴질랜드가 그 항로 위에서 더 멀리, 더 당당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그 시작은, ‘한 병의 와인’일 수도 있고, ‘작은 농가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무역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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