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빵을 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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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도형 KTN한국유통신문 발행인/세계금궁스포츠협회장/4차산업혁명전문칼럼리스트

 

 

태어나서 생애 처음으로 오븐에 빵을 구웠다. 누가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상식으로 밀가루와 효모와 소금을 적절히 배합하여 빵반죽을 만들어 발효시킨 후 바게트 모양을 내어 빵을 구워냈다. 일류 제빵사가 된 마음으로 정성껏 밀가루 반죽을 개다 보니, 손바닥과 손끝으로 느껴오는 반죽덩어리의 찰지고 말랑하고 형언하기에 묘한 느낌이 생각 이상으로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처음 구워낸 빵은 열에 노출된 시간이 과해서 그런지 윗부분이 조금 검게 탄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탄 냄새보다는 밀가루빵 특유의 고유한 냄새가 풍겨져 나와 그 맛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또한 적당히 부풀어 오른 모습이 빵의 형태를 갖추어, 나는 내심 생애 첫 작품에 만족해하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맛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갓 구워낸 빵의 따끈한 온기에 구수한 향을 곁들인 내 빵은 시중에 파는 맛없는 빵에 견주어 웬지 고급스럽고 영양가가 배 이상일 듯한 나만의 자부심도 들었다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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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중받은 쿠펜 후라이펜을 반죽용 그릇으로 대체 사용


어찌되었든 내 손으로 직접 반죽하여 구워낸 첫 빵은 누군가에게 시식을 하여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웃에 사는 친구들에게 맛보게 하였고, 다들 그런대로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어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집의 아이들에게는 갓 구워낸 빵을 연이어 가져다주며 솔직한 맛에 대한 품평을 얻고자 했지만, 평소에 많이 먹지 않은 음식을 접한 탓에 재고품으로 쌓였으나 요즘 까다로운 청소년들의 식성에 반해 괜찮은 맛이라는 평을 얻어냈다.


아이들로부터 인정 받은 다음 날 빵을 파는 한 커피숍에서 연세가 제법 있는 지인들과 만났다. 이들에게도 빵맛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받고 싶었다. 기왕이면 내 빵을 맛있게 시식시켜 드릴 겸 인스턴트 미니 딸기잼을 서비스로 달라고 했으나 커피숍 측에서는 규정상 손님이 만들어 온 빵은 반입하여 먹을 수 없다며 딸기잼을 비롯해 접시와 포크를 달라는 내 주문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잠시 궁리 끝에 커피숍에서 파는 빵 하나를 주문하니 웬걸,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숍 측의 빵과 내가 만든 빵을 떡하니 올려 놓으니, 지인들은 내 빵을 먼저 집어 들고 맛을 보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바게트형(?)으로 만든 제법 크기가 있는 내 빵을 지인들이 맛나게 먹으며 어느 순간에 커피숍에서 주문한 빵만 덩그라니 테이블 위에 남게 되었다. 맛있게 빵을 먹는 지인의 등 뒤로 커피숍 큰 창문 너머로부터 쏟아 들어오는 찬란한 석양의 빛살이 비쳤고, 이 순간 나는 희열을 맛보았다. 급작스러운 희열을 느끼게 된 원인은 내 빵이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기성 제품을 제쳤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였을 수 도 있겠으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게 된 확고한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으리라.


자신감을 얻고 한창 탄력을 받게 된 나의 빵반죽 작업은 일종의 숭고한 의식을 치루는 순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빵반죽을 할 때면 예수님께서 생명의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와인과 함께 나눠주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예수는 아닐지라도 빵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나눠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대와 같이 물질문명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옛적 배고픈 이들에게 빵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며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추석 전 날은 빵을 왕창 구워내어 아침에 운동하러 나온 공원의 사람들에게 명절 선물 삼아 돌렸다. 사람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평이 쏟아지며 빵을 직접 만들었냐며 놀라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빵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에 속으로 기쁜 나머지 나의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질 수도 있었으나 표정관리에 신경쓰며 애써 태연하게 별거 아니라는 듯한 제스쳐를 보냈다.


불과 빵을 만든지 몇 일 안되는 시점에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은 기분은 그 어떤 선물과 칭찬보다도 값진 것이었으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동네 마트에서 샀던 작은 밀가루로는 한계를 느껴 식자재 마트로 달려가 강력분 20kg 한포대를 사게 된 계기도 되었다.


빵은 서구 사람들의 주식이다. 오늘날은 빵이 간식으로서 기능이 많지만 옛날 서구인들에겐 하루를 연명할 중요한 음식이었다. 우리 한국인이 쌀을 주식으로 하여 매일 밥을 짓듯이 서구인들 역시 매일 빵을 굽는다.


빵을 직접 굽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빵에 대한 유래와 역사를 찾아보게 되었고, 빵의 세계에 대해서도 흥미와 재미가 느껴져 즐거운 마음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만든 빵이 제법 바게트의 형상이 나와 신기했지만, 여러 사람들로부터 맛과 모양에서 인정받은 탓에 이에 힘입어 내가 만든 빵은 ‘구미바게트’라고 명명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가칭 ‘구미바게트연구소’도 시작하게 되었다.


구미바게트연구소는 누구나 빵을 손쉽게 구워내고 만들 수 있다는 생활기술을 알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창조된 빵으로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다 줄 수 있다면 삶이 보다 더 즐겁고 윤택해 질 수 있으리라는 나의 경험치에 의해 터득한 사실을 알리는데 일익을 담당하리라 기대해 본다.


경주를 대표하는 황남빵이 있듯이 나아가 구미라는 곳에 구미를 대표할 관광상품 개발에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도 들어 구미바게트연구소라는 다소 거창한 타이틀로 창의혁신의 길로 한걸음 나아가 본다.


성경 욥기 8장 7절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구미바게트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겉잡을 수 없이 창대하게 되리라 기대해 보며, 전날 저녁 발효시켜 놓은 반죽으로 추석 다음 날 아침에 또다시 난 즐겁게 빵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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