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뜨내기' 한마디가 드러낸 것들

사회부 0 1,621


표현의 자유는 억제하고, 자신의 정치적 언어는 자유롭게, 김장호의 두 얼굴

 

선거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장이다. 유권자는 후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를 보고 판단한다. 그런데 4월 23일 김장호 구미시장 예비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은 그 기본을 벗어났다. 경쟁 후보를 향해 공개적으로 내뱉은 '뜨내기'라는 단어 하나가, 그가 말하는 '선진 선거 문화'의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뜨내기'는 사전적으로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상대를 낮추는 표현으로 통용되는 단어다. 그 단어를 김 예비후보는 언론사 기자들이 모인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현직 구미시장의 신분으로, 경쟁 예비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사용했다.

"구미에 연고 없이 뜬금없이 와서", "겨우 두 달", "떠내기들이 와 가지고 구미를 혼탁하게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언사가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에게 전파될 것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상대 후보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려 한 행위로 읽힐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기간 중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경멸적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는 비방의 전형적 형태에 해당한다. 또한 형법은 공연히 타인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구체적 사실 적시 없이 상대방을 경멸하는 추상적 표현이 모욕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뜨내기'는 바로 그 경계선 위에 놓인 표현이다.

더욱이 김 예비후보는 현직 시장이다. 공직자의 공개 발언은 일반 사인의 발언보다 사회적 파급력이 크고,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현직의 공적 지위를 활용해 언론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경쟁 후보를 공개 비하한 것은, 그 지위의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여긴 것이다.


더 주목할 것은 김 예비후보 스스로가 자신의 논리를 허물었다는 점이다. 그는 같은 기자회견에서 자리에 있던 언론인을 향해 "40년을 구미에서 사신 분"이라며 공을 인정했다. 구미가 외지에서 이주한 시민들이 함께 일군 도시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달'과 '40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언제부터 구미 시민이 되는가. 그 기준이 자의적이라면, '뜨내기'라는 낙인은 논리적 근거조차 없는 배타적 감정의 표출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어느 지역에 살고,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 것인지는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권리다. 지역 연고의 유무는 피선거권의 법적 요건이 아니다. 출신지를 이유로 후보의 자격을 사실상 문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거주이전의 자유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상이다. 민주주의 선거의 본질은 모든 유권자와 후보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데 있다. 지역 연고를 무기로 삼아 경쟁자를 배척하려는 시도는 그 본질을 훼손한다.


김 예비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미에 선진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같은 자리에서 경쟁 후보를 '뜨내기'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지역 연고를 앞세워 배제의 논리를 폈다. 말과 행동이 어긋났다.

돌이켜보면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24년 12월, 그는 가수 이승환에게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고 전석 매진된 공연을 이틀 전에 취소했다. 그러면서 두 달 뒤에는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해 피켓을 들었다. 타인의 표현은 통제하면서, 자신의 표현은 거리낌 없이 행사했다. 이번 '뜨내기' 발언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상대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이다.

 

Screenshot 2026-04-24 235748.png

 

 

선진 선거 문화는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쟁 후보를 비하하지 않고, 정책으로 맞서고, 유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실천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실천이 먼저여야 한다.


오는 5월 1일, 이승환 콘서트 취소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다. 공권력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날이다. 그 판결이 어떻게 내려지든, 유권자의 판단은 이미 시작되었다.

 

'뜨내기'라는 단 한마디는 많은 것을 드러냈다. 정책 경쟁 대신 배타적 언어를 선택한 것, 공직자로서의 무게를 잊은 것, 그리고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뜨린 것. 구미 시민은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선거는 결국 유권자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심판이기 때문이다.

 

작성: 편집실

 

 

 

스크린샷 2024-06-14 172010.png

 

 

 

 

 

<저작권자(c)한국유통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및 사회적 공헌활동 홍보기사 문의: 010-3546-9865, flower_im@naver.com

검증된 모든 물건 판매 대행,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Screenshot 2026-04-09 011642.png

마스터컴퍼니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