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당원협의회 여성국장 최경애
종로구민의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원칙
종로는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현재이며, 수많은 주민들이 삶을 이어가는 생활의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 종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보존’이라는 이름 아래 주민의 삶이 철저히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세운4구역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단순한 재개발 논쟁이 아니다. 이는 종로구민의 정당한 재산권과 생존권이 제도와 정치 논리 속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되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공복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자의적이거나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종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규제와 개발 지연은 이 원칙을 벗어나고 있다.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특정 기관의 재량에 의해 무한정 확대되고 적용되는 순간, 그것은 보호가 아니라 통제가 된다.
세운4구역 주민들은 수년간 사업을 준비하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 왔다.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비용, 생계의 불안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문제다. 이는 행정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권리 침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의 붕괴다.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추진된 사업이, 특정 시점에서 기준이 바뀌고 해석이 달라지면서 중단되는 상황은 법치의 기본 원리를 흔드는 일이다. 주민과 사업자는 법과 제도를 신뢰하고 움직이는데,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투자도, 어떤 계획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종로는 박제된 도시가 아니다. 살아있는 도시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해야 하는 공간이다. 문화재를 보존하면서도 주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이미 서울시는 그러한 방향의 도시 재구조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균형이 아니라 일방적인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주민의 삶은 고려되지 않은 채, 정책과 제도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것은 공공정책이 아니라 행정 권한의 일방적 행사에 가깝다.
종로구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구의원으로서 지역의 변화를 지켜본 경험으로 분명히 말한다. 종로의 미래는 책상 위에서 결정될 수 없다.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삶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하며, 개발은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문화재 보존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이 주민의 삶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종로를 계속 정체된 도시로 둘 것인가, 아니면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도시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종로구민의 재산권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며, 국가와 행정이 반드시 보호해야 할 기본이다.
종로의 미래는 규제가 아니라 균형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종로구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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