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면역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면역’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항원에 맞서 싸우는 생체 방어 시스템을 말한다. 면역에는 크게 선천면역(자연면역)과 후천면역(획득면역)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몸에 갖춰진 기본적인 방어 체계로, 피부나 점막, 콧물, 눈물, 침 같은 1차 방어선을 포함한다. 반면 후천면역은 백신 접종이나 감염 경험 등을 통해 형성되는 항체 기반의 면역 반응이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몸에 닿았을 때, 먼저 선천면역이 막아내고, 그것을 뚫고 들어온 항원은 후천면역인 백혈구, 대식세포, 항체가 출동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면역은 단순히 백혈구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온몸에 걸쳐 다중으로 작동하는 정교한 생명 시스템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면역이라는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그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면역력은 면역 시스템이 얼마나 강하게,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뜻하는 일종의 ‘기능적 힘’이다.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는데 어떤 사람은 멀쩡하고, 어떤 사람은 바로 감기에 걸리는 이유는 결국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면역력이 좋아도 순간 방심하면 감기에 걸릴 수는 있지만, 하루 이틀 내로 자연 회복된다. 반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쉽게 낫지 않고, 증상이 깊어져 입원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안에 구축된 면역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우리 몸에는 항상 수많은 미생물이 출입하고 있다. 눈물, 콧물, 침, 심지어 대변까지도 절반 이상이 미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핸드폰, 엘리베이터 버튼, 버스 손잡이, 머리카락과 옷, 피부 표면까지, 일상은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면역 시스템이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면역력 - 건강을 담는 그릇
나는 면역력을 ‘건강을 담는 그릇’이라 표현한다. 그 그릇이 단단하고, 크고, 깨끗할수록 건강을 잘 담아낼 수 있다. 먼저 단단한 그릇은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 독소가 침입했을 때 잘 막아낼 수 있는 견고한 방어벽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피부 장벽, 점막 면역, 대식세포 등의 선천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큰 그릇은 면역 시스템이 쓸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뜻이다. 필수영양소, 항산화 물질, 충분한 단백질과 에너지가 있을 때 면역계는 여유 있게 싸울 수 있다. 면역력은 체력에 비례한다. 그릇이 커야 위급할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끗한 그릇은 몸 안에 쌓인 독소나 노폐물을 잘 배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해독 기능이 떨어지면 염증이 쉽게 생기고, 면역계는 과잉 반응하거나 무기력해진다. 즉, 해독이 잘 안되면 면역력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면역력은 단순한 수치나 지표로만 판단할 수 없다. 그것은 몸의 방어력, 체력의 여유, 해독 능력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힘이다. 그래서 면역력은 건강의 기본값이자, 질병과 싸울 수 있는 내면의 기반이다. 면역이라는 그릇이 단단하고 크고 깨끗할수록, 몸은 독소에도 흔들리지 않고, 회복력도 훨씬 빨라진다.
# 면역의 그릇을 약하게 만드는 생활 습관
건강을 담는 그릇, 면역력이란 단단하고, 크고, 깨끗할수록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에는 이 그릇을 깨고, 줄이고, 더럽히는 습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무리 좋은 면역체계를 타고났다고 해도, 이런 습관들을 반복하면 그릇은 금이 가고, 결국 병이 쌓이기 쉬운 몸으로 바뀌게 된다.
1) 수면 부족 – 회복할 틈도 없이 몰아붙이기
잠은 면역 시스템이 스스로를 정비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면역세포의 리듬이 깨지고, 만성 염증과 자가면역 반응이 나타나기 쉬워진다.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곤함의 문제가 아니다. 밤이 되면 쉬어야 하는 면역 시스템이 쉴 수 없게 되고, 결국 과로사 당한 면역은 제 역할을 못 하게 된다.
2) 만성 스트레스 – 면역계를 지휘하는 사령부에 타격을 주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장기적으로 면역을 억제한다. 특히 장과 폐 같은 민감한 면역기관을 약하게 하고, 염증을 진정시키는 회복 반응을 막는다. 짧은 스트레스는 괜찮지만,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면역의 회로를 엉망으로 만든다.
3) 과식과 편식 – 균형을 잃고 기울어진 그릇
소화기관은 면역세포의 약 70%가 모여 있는 가장 중요한 방어기지이다. 지나친 육류, 정제당, 밀가루, 가공식품 등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깨고, 유해균을 늘려 면역력을 약하게 한다. 특히 편식은 특정 영양소만 반복적으로 섭취해, 면역 반응에 중요한 필수영양소(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항산화 물질 등)는 결핍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면역의 그릇은 균형을 잃고 기울어진 상태가 된다.
4) 과도한 다이어트 – 에너지 창고를 비우는 자가포식
무리한 다이어트는 체중뿐 아니라 면역력까지 함께 깎아내린다. 극단적으로 탄수화물과 지방을 제한하거나, 필수 영양이 부족하면 면역세포의 에너지원이 바닥나 면역 시스템은 정상 작동할 수 없다. 이는 자율신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만성 염증과 순환장애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5) 운동 부족 혹은 과한 운동 – 흐르지 않는 면역은 막히게 된다
적당한 운동은 면역 순환을 돕는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림프 순환이 정체되고, 면역세포가 제시간에 제자리에 도달하지 못한다. 반대로, 지나친 운동은 코르티솔을 증가시켜 면역을 억누른다. 과하거나 모자라면 결국 면역력은 무너진다.
6) 건조한 점막 – 입구 방어막이 무너지다
우리 몸의 선천면역 중 하나인 점막 면역은 입, 코, 장 등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에서 첫 번째 방어선을 담당한다. 물을 적게 마시고, 건조한 환경에 오래 머물며, 카페인 음료만 마시는 습관은 점막을 메마르게 하고, 바이러스와 세균이 쉽게 침투하게 만든다.
7) 독소 노출 – 그릇을 더럽히는 보이지 않는 적들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전자파, 합성식품첨가물 등은 모두 면역력을 갉아먹는 독소들이다. 이 독소들은 해독 기관인 간과 신장을 지치게 만들고, 면역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해독이 되지 않으면 염증이 만성화되고, 면역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그렇다면, 통증도 면역력으로 다 해결될까?
# 면역과 직접 관련 있는 통증
면역이 직접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통증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염에 의한 염증성 통증이다. 감기, 독감 등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후통, 몸살 통증, 세균 감염에 의한 피부염, 방광염, 관절염 등, 면역세포의 과도한 반응으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성 통증 (예: 류머티즘 관절염, 크론병 등), 백신 접종 후 면역 반응으로 인한 일시적인 통증. 이런 통증은 면역계가 싸우고 있다는 신호이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그 염증이 통증을 만든다. 이런 경우에는 면역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 통증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 면역과 직접 관련이 없는 통증
면역이 직접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통증이 있는가 하면, 면역 반응과 관계없이 생기는 통증도 적지 않다. 자세 불균형: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거나, 잘못된 걸음걸이로 인한 어깨, 허리, 무릎 통증, 순환 장애: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생기는 근육통, 냉증, 저림, 기능성 소화장애: 위장 장애나 과민성대장 증후군에 의한 복통,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불안, 억울함, 우울함 등 감정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가슴 통증, 두통, 복통, 기 기운의 흐름 정체: 한방에서 말하는 장부 에너지의 흐름이 막혔을 때 생기는 통증. 이러한 통증은 면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통증의 원인을 생활 습관, 자세, 감정, 장부 기능 저하 등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어떤 사람은 위장의 기운이 약해져서 무릎이 약해졌고, 또 다른 사람은 잘못된 걸음걸이로 인해 압력이 쏠려 통증이 온 것이다. 증상은 같아 보여도, 원인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통증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면, 해결의 실마리도 분명해진다. 통증을 제대로 치유하고 싶다면, 먼저 원인을 바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면역 디자이너 이다혜
태녹솔루션
새롬에너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