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와 같은 인생

선비 0 4,063
 
-개같은 인생-

개만큼 사람에게 충성스럽고 살가우며 애착을 듬뿍주는 동물은 흔하지가 않다.

오래간만에 '개와 함께 춤'을 추기 위해 형곡동 금룡사 뒷산을 올랐는데, 따스한 봄날이 완연히 찾아와 온산 천지에 파릇한 새싹과 진달래가 봄의 기운을 퍼뜨리고 있어 개와 나는 힘이 솟구쳐 한달음에 뒷산 꼭대기에 올랐다.
...
개는 전처럼 오도방정을 떨지 않고 조신하게 잘 앞장서며 산을 올라갔다. 수시로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며 주인이 잘 따라오나 걱정하며 바라보는 눈치다.

적당히 기다려주기도 하고 한 번씩 주인이 있는 밑에까지 달려내려와 같이 올라가자며 주인을 격려해주고 오르락 내리락 힘드는지 아닌지 모르게 정신없이 산을 올라가는 개의 열정이 부러웠다.

사람보다 낫다.

산새들이 지저귀며 군데군데 봄의 정령들이 자그마한 소란을 피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산길 전체의 느낌은 고요하다. 사람이 없어서일까, 도시속의 사람들의 시끌벅점함과는 다른 특별한 고요함이 드리워진 산속의 소리들이다.

아무 말없이 한적한 산길에서 외롭지 않은 동행을 성실히 해주는 개는 사람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진달래꽃을 꺽어 개에게 선물로 주고 싶지만 개는 진달래꽃의 아름다움은 모른다.

단지 개껌과 뼈다귀만이 개에겐 아름다운 존재.

사람은 개에게 있어 간식을 나눠주는 산타와 같은 훌륭한 존재며 개에게 있어 가장 최고의 가치인 개껌보다 더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하느님과 같다.

개는 주인을 위해 꼬리를 흔들며 순종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야생에서 다른 동물을 만나게 되면 꼬리를 치켜세우며 주인이 혹시나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산에서 온갖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나무와 수풀사이를 미친개 마냥 뛰어 다녀도 혹시나 주인이 자기를 두고 어디론가지 않을까 시선을 떼지 않는다.

나만 따라다니고 집요한 애정을 보여주는 이 개가 좋다. 이처럼 나의 개처럼 행동과 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평생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개와 같은 인생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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