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이면 사과로 가득 찼던 지하실을 자주 떠올린다. 봉화군의 작은 마을, 지금은 폐교가 된 계단초등학교 사택에서 태어난 나는,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영주시 가흥동의 한 주택가로 이사 오게 되었다. 그곳은 당시 유행하던 전형적인 슬라브 지붕의 멋진 집이었다. 옥상과 지하실이 있었고, 특히 지하실은 나만의 은밀한 세계였다.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께서는 조상님의 묘소를 관리하기 위해 예고개의 산지기 아저씨에게 과수원을 만들어 드렸다. 그리고 해마다 11월이 되면, 그 보답으로 산지기 아저씨는 예고개의 풍성한 사과를 자루 가득 담아 우리 집에 보내주셨다. 가을이 오면 우리 집 지하실은 항상 그 사과들로 가득 찼다. 그 지하실은 나에게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상과 자유가 공존하는, 나만의 작은 우주였다.
지하실의 한 귀퉁이에 앉아 백열전구의 은은한 빛 아래 소설과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특유의 지하실 냄새, 습기와 과일 향이 뒤섞인 공기는 나를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공포와 호기심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 공간에서 나는 무한한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린 나에게 그 지하실은 외부 세계로부터의 피난처였고, 동시에 끝없는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던 내면의 여행처럼, 나는 지하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내 마음의 여정을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불빛 아래 펼쳐진 책의 세계는 나를 현실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리고 그 시절의 경험은 오늘날까지 내 안에 살아 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때로 그 지하실을 그리워한다. 그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여유는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지하실의 한 귀퉁이에서 책을 읽던 그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그때의 마음의 여유와 자유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 그 사과로 가득 찬 지하실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오늘날 나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정신을 키워낸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지하실을 다시 찾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때의 추억은 여전히 나와 함께하며, 내 삶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그리운 시절의 지하실에서 발견한 마음의 자유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장르-수필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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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글LORY(25)] 그리운 시절의 지하실에서 발견한 마음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