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파트에서 조그마한 텃밭을 분양한 적이 있었다.
농담처럼 ‘관 한 짝 사이즈’라고 표현했는데,
고작 한 줄짜리 텃밭이었지만 고추도 심고, 토마토도 심고, 상추도 심으며
꽤 야무지게 농사를 지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사정으로 아파트 텃밭은 사라졌고,
그 시절이 아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시청 홈페이지에서
도시텃밭 분양 공고를 발견하게 됐다.
(시청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 보면 의외로 좋은 기회가 많다.)
‘일 벌리기 좋아하는 나’답게
망설임 없이 신청했고,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에게 선정 확률이 높다는 말처럼
3: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선정됐다.
봄이라기엔 아직 쌀쌀했던 3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드디어 1년간 함께할 나의 밭을 확인하러 갔다.
예전에 일구었던 ‘한 줄짜리 텃밭’을 생각하고 갔던 도시텃밭은
웬걸, 고랑을 정리해 보니 무려 일곱 줄.
“뭐 심지?” 행복한 비명을 지른 것도 잠시,
그 일곱 줄짜리 밭을 갈고, 퇴비를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비닐까지 씌운 후,
종묘상에 들러 고추도 여러 종류, 토마토도 여러 종류,
쌈채소와 딸기까지 다양하게 사서 하나씩 심다 보니…
반도 안 찼다.
일곱 줄의 힘, 대단하다.
이틀에 걸쳐 모종을 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물 주고, 곁가지도 떼고, 예쁘게 키워야지~”
마음먹었던 그 밭은…
주말마다 야구장에 가느라 소홀해진 게으른 농사꾼에게
관심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보름 전, 한낮 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어느 날.
정글이 되었을까 긴장하며 간 텃밭은
놀랍게도 풍작이었다.
상추도, 로메인도 보란 듯이 자라 있었고,
무관심에 대한 반항처럼
토마토는 사방팔방으로 심술 맞게 뻗어나가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 남편에겐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나에겐 모든 것이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애꿎은 남편은 또, 마음만 앞설 뿐 모든 것이 어설픈 나를 대신해
토마토와 고추 지지대를 세우고,
쌈채소를 따고, 잡초를 정리하며
구슬땀을 두 바가지나 흘려야 했다.
마침 비가 오고,
야구장도 못 갔던 지난 주말.
온 가족을 또다시 텃밭으로 소환했다.
보름 새 더 자란 작물들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무성해 있었다.
쌈채소는 꽃을 피웠고,
고추와 토마토는 이제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로메인이 나무처럼 변할 줄이야…
거리가 있어 자주 올 수 없는 주말 농장은
쌈채소보다 오래 놔둬도 되는 감자나 고구마가 낫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초보 농사꾼이었다.
잡초만 뽑다가 이미 기진맥진한 내 등 뒤로
가족들의 한 마디가 날아왔다.
“엄마, 내년엔 분양받지 마~”
“내년엔 혼자 농사 지어~”
“엄마, 이거 누가 다 먹어…?”
응, 걱정하지 마.
늘 그렇듯 싹 씻어서 나눠줄 거야.
그리고…
내년에도 또 몰래 신청할 거야.
프로 농사꾼을 꿈꾸며~
글쓴이: 김선미 작가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일상의 가치를 조명하는 지역 언론인이자 문화 기획자입니다.
경북문화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여해왔으며, 현재는 한국유통신문 문화미디어비즈기획국 본부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김 작가는 새마을테마공원 쎄시봉 운영자로서 음악과 이야기가 흐르는 복합 문화공간을 기획·운영하며 지역 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상모사곡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효자봉 아래 사람들’ 문집 편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 밀착형 문화활동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글쓰기, 모닝글LORY’ 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를 삶의 루틴으로 끌어들인 그녀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기 회복과 공감의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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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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