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94)]조용한 성장의 방식

사회부 0 570 2025.04.04 07:47

어릴 적부터 반복되는 일에는 경외심 같은 것을 느꼈다. 아침이면 부엌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똑같은 찻잔에 따라 마시던 엄마의 홍차, 저녁 무렵 늘 같은 자리에서 털을 고르던 고양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들이 어째서인지 가장 진실되어 보였다. 그건 삶의 가장자리에서, 눈에 띄지 않게 나를 길들이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내 뇌가 무언가를 반복할수록 그것이 더 깊이 각인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이 학습이란 걸 이해하게 되기 전에도 어렴풋이 감지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면 무언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던 문장이 마음에 남고, 어떤 날엔 다른 방향으로 의미가 비틀렸다가, 또 다른 날엔 고개가 끄덕여졌다.

뇌는 그렇게 반응한다.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또 다시 만들어지는 세포들. 생성과 소멸이 매 순간 벌어지는, 작고 조용한 전쟁. 그 전쟁이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나는지는 내가 어떻게 사고하느냐, 얼마나 자주 추론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게 이건 꽤나 공정한 원칙처럼 느껴졌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늘 뇌의 어디쯤에선가 반짝이고 있다는 걸 믿게 되었으니까.

나는 종종, 같은 생각을 여러 번 곱십는다. 전날 밤 읽은 문장이나, 오래전에 했던 실수, 혹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 그 생각들은 언제나 똑같은 얼굴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어제의 그것이 오늘은 미묘하게 다른 결로 변해 있고, 내 감정의 반응도 달라진다. 아마도 그 변화는 내가 자라난다는 증거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걸 집착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반복 속에서만 알아지는 어떤 종류의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급진적인 깨달음보다 더 조용하고, 덜 눈에 띄지만, 결코 덜 중요하지 않은 것. 인간의 뇌는 매일 아주 조금씩,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다듬어지고 있다. 내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은.

그리고 나는 바란다. 그 일관된 반복이, 어느 날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다 줄 수 있기를. 어쩌면 삶이라는 건, 성장이 소멸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기는 날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일이 아닐까.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