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14)] 수필-시험날의 선택

사회부 0 164 2025.01.14 07:05

시험 접수를 마친 순간, 나는 오랫동안 쌓아둔 갈망이 잠시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다음 단계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시험 날짜를 정해야 했다. 화면에 나열된 날짜를 보고 있자니, 의외로 단순한 선택이 몹시도 복잡하게 느껴졌다.

“좀 더 여유를 두자.”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아직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던 찰나였다. 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준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머릿속 어딘가에서 낯익은 경고가 들렸다.

“그게 과연 집중을 도와줄까?”

나는 예전의 나를 떠올렸다. 시험 날짜를 멀리 잡았던 날들, 그리고 그 결과들. 계획이 늘어질수록 마음의 끈도 함께 느슨해졌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핑계를 만들어 내는 스스로를 자주 발견했었다. 결국 결과는 뻔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여유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달 남짓 남은 날짜를 선택하며, 내 손가락은 다소 망설이다가 결정을 눌렀다. 클릭하는 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어깨가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이제부터는 카운트다운이다.”

그 순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지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알고 있었다. 의지라는 것은 쉽게 다잡았다가도 쉽게 휘어지는 것이란 사실을. 그동안 편안함 속에 머물렀던 내 습관들은 사소한 유혹에도 다시 그 자리로 나를 끌어당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약속을 나 자신과 맺기로 했다. 시간을 늘려 잡고 게으름을 정당화했던 과거의 나를 버리고, 이번만큼은 짧은 시간이 주는 긴장감 속에서 부딪히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제 시험 준비를 시작한다. 책을 펼쳐도 여전히 낯선 단어들이 등장하고, 모르는 문제가 여전히 나를 비웃겠지만, 마음은 단단히 잡혀 있었다.

“나태한 나를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싸워야 할 시험일지도 모른다.”

내면의 싸움은 고요했다. 하지만 이 싸움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열쇠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가 시험날로 가는 발걸음이라는 사실만이 나를 이끌어 간다.

시험날을 정한 그 순간, 나는 이미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것 같았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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