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미래 기술 논의해야” 첫 정책토론회 의미
구미시의회 정책토론회서 양자클러스터 전략 모색…“실증 넘어 활용 허브로”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구미시가 '양자 도시'를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24일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미 양자기술력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는 반도체·방산·전자산업의 도시 구미가 양자(量子, quantum, quanta) 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구미시의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한 미래 기술 관련 정책토론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박교상 구미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양자 물리학은 나도 어렵다”며 솔직한 고백을 하면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앙만이 아니라 지방도 스스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지방의회 차원에서 심도 있는 정책토론이 부족했다”며 “이번을 계기로 매년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토론회를 열어 다른 지방의회에도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자근 국회의원과 강명구 국회의원 등은 축전을 보내 양자 기술을 통한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응원했다.
양자 기술·AI, 구미 산업과 만날 지점 제시
1부 주제발표에서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허창훈 수석연구원은 ‘양자 기술과 AI, 미래산업: 두 기술의 만남’을 주제로 글로벌 양자 경쟁 구도와 우리나라, 그리고 구미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허창훈 박사 강연 보기 바로가기)
허 연구원은 양자역학의 ‘중첩·얽힘·확률성’ 같은 난해한 개념을 설명하며 “양자 컴퓨터의 본질은 이 비상식적 물리 법칙을 연산에 활용하는 데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구글의 53큐비트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에서 슈퍼컴퓨터를 압도한 사례를 소개하며, “완전한 양자 컴퓨터 시대(양자 대전환)는 2030년 전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동향과 관련해 그는 “미국은 2019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을 통해 양자 컴퓨팅을 전략 기술로 명시했고, 중국·유럽·일본도 양자를 국가 전략축으로 삼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경우 2022년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양자 기술을 포함하고, 2023년 ‘양자기술 진흥법’을 제정해 2035년까지 ‘퀀텀 칩 제조국 1위’를 목표로 양자 컴퓨팅·암호·센서 전 분야에서 인프라와 인력을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와 ICT, AI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만큼, 양자 하드웨어를 다 만들지 못해도 ‘양자 활용(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레이 등 구미 입주기업을 사례로 들며, “신소재·화학·배터리 분야에서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활용하면 기존 AI가 찾지 못한 신약·신소재 후보를 탐색할 수 있다”며 “구미 기업들이 초기부터 유스케이스를 쌓는 것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초전도 양자컴퓨터, 반도체 도시 구미에 기회”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조명래 교수는 ‘초전도 기반 양자 컴퓨팅의 현재와 과제–연구실에서 산업계까지’를 주제로,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의 실체와 기술적 쟁점을 풀어냈다.(조명래 박사 강연보기 바로가기)
조 교수는 이온트랩, 광자, 스핀 큐비트 등 다양한 플랫폼 가운데 최근 각광받는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소개하며 “칩 위에 회로를 그려 만드는 방식이라 기존 반도체 공정과 연계성이 높고, 규모 확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영하 수십 밀리켈빈(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초저온)을 유지하는 대형 냉동기 안에 금색 구조물이 매달린 ‘골든 샹들리에’ 사진은 청중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양자 하드웨어가 직면한 세 가지 난제를 짚었다.
▲큐비트 생존시간(코히런스 타임 Coherance Time)을 갉아먹는 미세 오염·결함·우주선(우주방사선)까지 포함한 환경 노이즈 문제
▲반도체 공정의 미세한 오차가 주파수 충돌을 일으키는 ‘주소(주파수) 혼선’ 문제
▲완전한 논리 큐비트를 얻기 위해 물리 큐비트를 수천~수만 개까지 늘려야 하는 ‘규모의 문제’
조 교수는 “완벽한 100큐비트 논리 컴퓨터를 만들려면 물리 큐비트는 10만 개에 이를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는 층을 나누는 3차원(복층) 구조, 공정 보정, 오류정정 코드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자 기술은 아직 춘추전국 시대”라며 “어떤 플랫폼이 최종 승자가 될지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서 작은 성공 사례를 축적하는 나라와 도시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미는 왜 실증·소부장만 하느냐” 지방정부 역할 촉구
김귀곤 교수는 개회 선언에서 “구미 양자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시작하겠다”며 참석 내빈과 시민, 전문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시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양자 기술 정책 토론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하며, “미래 산업의 핵심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양자 기술을 기반으로 구미가 선도 산업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종합토론에서는 남병국 구미시 첨단산업과장, 이광훈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반도체·방산연구센터장, SDT 경영고문 등 지역 산업·연구 현장의 인사들과 정지원·이지현 구미시의원이 참여해 구미형 양자 전략을 놓고 치열한 의견을 나눴다.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김귀곤 교수가 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을 이끌었다.
남병국 과장은 “구미는 반도체 클러스터·방산 클러스터 지정으로 이미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거점”이라며 “양자 클러스터까지 더해 ‘3대 클러스터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산업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공동 실증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자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장비·인력 부담 없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공동 실증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경북도·정부와 연계해 구미형 양자 테스트베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지원 시의원은 “반도체·방산 클러스터 지정까지는 성공했지만, 양자 클러스터에서는 구미가 실증과 소부장 역할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공동 실증센터, 산업 인재 양성사업을 의회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연 시의원은 보다 날카롭게 현 상황을 짚었다. 그는 “기업에서는 ‘구미가 양자 센서·소부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데도 시와 시의회가 관심이 없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반도체·방산 클러스터를 따낸 도시가 양자 클러스터에서는 왜 실증과 하청만 고민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경북도가 2월 안에 지역계획을 수립해 ‘글로벌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양자 클러스터)’ 공모에 들어가면, 2026년 7월쯤 최종 선정 여부가 가려진다”며 “공무원 몇 명이 계획서를 쓰는 수준이 아니라, 구미의 대표 기업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R&D 생태계 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 교육을 거론하며 “양자 기술 태동기에 청소년이 직접 경험하는 것은 차세대 기술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며 “구미가 단순 실증·소부장 거점을 넘어, 청소년·청년을 위한 양자 교육·강의·체험 프로그램까지 포괄하는 ‘양자 도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 말미, 허창훈 연구원은 “하드웨어 플랫폼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실제 산업 문제를 먼저 풀어보느냐’”라며 양자 활용 중심 전략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큐소프트(Qutech)’처럼, 특정 도시를 활용 허브로 삼아 기업·연구소·대학이 함께 양자 유스케이스를 쌓고 있다”며 “구미도 양자 하드웨어를 모두 갖출 필요는 없지만, 소재·부품·배터리·방산 등 자신 있는 분야에서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적용해 ‘구미형 양자 레퍼런스’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명래 교수도 “양자 기술은 소수 물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자·현업 엔지니어가 함께 배워야 할 ‘새로운 글 읽기’에 가깝다”며 “기업들이 무엇이 어려운지, 무엇이 막히는지 구체적으로 설문하고, 이해 가능한 언어로 메뉴판을 보여주는 작업이 행정과 전문가가 함께 할 첫 과제”라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구미시와 구미시의회, 지역 기업과 연구기관이 양자 기술을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지역 산업 구조와 인재 전략을 재구성할 실질 과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 양자 클러스터 공모를 목전에 둔 지금, 구미가 ‘실증·소부장 도시’에 머물 것인지, ‘양자 활용과 인재 양성의 거점 도시’로 도약할 것인지 향후 행정과 정치, 산업계의 응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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