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1)] 체코 원전 수주, '1조원대 불공정 계약' 논란

사회부 0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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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전경(출처 한전홈페이지)

 

 

체코 원전 수주 1조 로열티, 50년 족쇄

윤석열 정부 최대 '원전 세일즈' 성과 이면에 숨겨진 굴욕적 합의

국부 유출과 미래 기술 주권 상실이라는 값비싼 청구서가 날아들다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제428회 국회(임시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장은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격렬한 공방으로 뜨거웠다.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라는 쾌거 뒤에 숨겨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의 '불공정 계약'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정부와 공기업 수장들은 야당 의원들의 날 선 질타에 직면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계약 조건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K-원전의 기술 자립 신화와 국익, 그리고 미래 기술 주권 문제까지 뒤흔드는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노예 계약'인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나, 드러난 의혹의 핵심


이날 산자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한전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계약의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의혹의 핵심 내용은 충격적이다.


1조 원대 로열티 및 일감 제공: 한국이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기술 사용료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와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 1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사실상 '재주는 K-원전이 넘고 돈은 웨스팅하우스가 챙기는' 구조라는 비판을 낳았다.


50년 장기 족쇄: 이 계약은 무려 50년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50년 계약은 식민지 계약이나 노예 계약에서나 볼 수 있는 기간"이라며 계약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래 기술 주권의 포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독자 개발해 수출할 경우에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미래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기술 종속을 자처한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비밀 유지 약정"을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국회가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구할 '출구'를 마련해준다면 모든 것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상 보도된 계약 내용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100% 기술 자립'의 허상과 '성과주의'가 낳은 참사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국형 원전 APR-1400의 기술적 한계와 이를 덮으려 했던 정부의 성과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랫동안 정부와 한수원은 APR-1400이 "100%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황주호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술 원천성은 전부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다"고 시인하며 기존의 주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가압경수로(PWR) 방식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기에,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는 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빌미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체코 원전 수주전의 발목을 잡아왔다. 원전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조급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26조 원 규모의 체코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의 무리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수원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용산 대통령실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된 후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는 언론 보도는 이러한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황 사장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 수준은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지만, '소탐대실'의 우를 범했다는 비판 여론은 거세다.


국부 유출을 넘어 시장 포기까지, 파장은 어디까지인가


이번 계약의 파장은 단순히 로열티 지급에 그치지 않는다. 산자위에서는 한수원이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 다른 유럽 원전 사업에서 철수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 과정에서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수주 활동을 포기하는 '시장 분할'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가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체코 원전 하나를 얻기 위해 K-원전의 미래 시장 전체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원전 최강국'을 외치던 정부의 정책적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국민을 상대로 한 '기술 자립' 홍보가 허상이었음이 드러났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공기업이 밀실에서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계약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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