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년 중앙일보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지사 연수서 노하우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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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거짓말을 찾아내는 무기"…'특종기자' 김도년의 실전 재무제표 취재술

"감사보고서의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구는 시한폭탄…숫자 뒤에 숨은 스토리를 찾아라"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좋은 소식은 자랑하고 나쁜 소식은 감추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회계는 기업이 감추고 싶어 하는 나쁜 소식을 들춰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지난 8월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지사에서 열린 언론인 연수에서 중앙일보 증권부 김도년 기자가 '재무제표는 어떻게 뉴스가 되는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등을 최초 보도하며 한국기자상 등을 수상한 그는, 복잡한 숫자로 가득한 재무제표가 어떻게 사회를 뒤흔드는 '특종'으로 이어지는지 자신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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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에서 대우조선 청문회까지…역사를 바꾼 '회계 장부'


김 기자는 "프랑스 혁명은 루이 16세의 재무장관이었던 자크 네케르가 왕실 재정 장부를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시작됐다"며 회계가 가진 역사적 파괴력을 소개했다. 그는 "대중은 막연한 불만이 아니라, 궁정·왕실에 쓰이는 '2570만 리브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놓고 논쟁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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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회계 자료의 힘은 현대 저널리즘에서도 유효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기자는 ▲흐지부지될 뻔했던 대우조선해양 청문회를 촉발시킨 '실사보고서' ▲현대상선(현 HMM)의 위기를 폭로해 경영진 교체로 이어진 '실사보고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 결정적 증거가 된 '내부 자료' 등을 예로 들며 "회계 자료의 입수와 공론화는 지금도 대형 특종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료를 입수해놓고도 회계를 몰라 해석을 못 하는 경우"다. 김 기자는 기자들이 숫자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고 '새로운 서사(Storytelling)'를 제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건강진단서와 성적표…재무제표 핵심 꿰뚫기


김 기자는 기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재무제표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꼽고, 각 표에서 뉴스를 발굴하는 실전 팁을 공유했다.


1. 재무상태표: 기업의 건강진단서, 부실 징후를 찾아라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기업 재산 상태를 보여주는 '건강진단서'다. 김 기자는 특히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과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을 기업의 건강을 진단하는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국내 상장사 2629곳을 전수조사, 부채비율이 높고 유동비율이 낮은 '문제 기업' 66곳을 가려낸 자신의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대구백화점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36억원 더 많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이는 기업이 오늘내일 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부채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부실 기업은 아니다"라며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벅스의 '선수금'이나 항공사의 '리스부채'처럼 영업이 잘 되거나 사업 특성상 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손익계산서: 기업의 성적표, 이익의 '질'을 따져라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한 해 농사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김 기자는 "영업이익은 기업 본연의 사업 능력을, 당기순이익은 주주의 몫"이라고 구분하며, 특히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권은 시장가보다 웃돈을 주고 기업을 인수했을 때 발생하는 무형자산"이라며 "롯데쇼핑의 경우 2010년대 GS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을 인수하며 쌓인 영업권이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진으로 막대한 '손실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M&A를 주도한 경영진의 판단 실패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3. 현금흐름표: 기업의 혈액, 성장과 쇠퇴를 읽어라


김 기자는 "흑자인데도 부도가 나는 기업의 비밀이 바로 현금흐름표에 있다"며 주가와 가장 직결되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영업, 투자, 재무 활동으로 나누고, 그 패턴에 따라 기업의 생애주기를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HMM(옛 현대상선)을 들었다. HMM은 20152016년 영업은 안되고 자산을 팔아 빚을 갚는 '쇠퇴기업'의 패턴을 보이다가, 20172018년 정부 지원금으로 설비 투자를 하는 '신생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코로나19 운임 급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며 2021년에는 빚을 갚고 배당까지 하는 '안정적 기업'으로 변모했다. 김 기자는 "이러한 현금흐름 패턴의 변화를 읽으면 HMM이 어떻게 '흠슬라(HMM+테슬라)'가 되었는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 전, 감사보고서부터 봐라"…특종으로 가는 지름길


김 기자는 "회계 분석에 앞서 반드시 감사보고서부터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감사인의 감사 의견 중 '계속기업 관련 중대한 불확실성'이라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롯데관광개발 사례를 들며 "감사보고서에 '불확실성'이 명기됐음에도, 회사가 낸 '문제없다'는 해명자료를 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오보 사태가 벌어졌다"며 "감사보고서 한 장만 확인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 의견이 '비적정'일 경우, 횡령이나 분식회계의 징후일 수 있어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터지면 회계법인이 작성한 '실사보고서' 입수에 주력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결정적 단서가 담겨있다"고 귀띔했다.


강연을 마치며 김 기자는 "회계를 알면 사회, 연예, 기상 뉴스까지 다르게 보인다"며 "기자 스터디를 조직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 금융감독원 등의 자료를 적극 활용해 회계 지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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