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기업 발굴 임상·승인 단계 30개 품목 분석…중국 70%, 한국 20%
한미약품·동아에스티·프로젠·LG화학 참여…가격·복용 편의성·근육 보존으로 경쟁 확대
[한국유통신문= 김경록 기자]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아시아태평양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 기업이 발굴한 임상시험 및 승인 단계 비만·체중관리 치료제 30개 가운데 중국이 21개, 한국이 6개를 차지했다. 중국이 개발 품목 수에서 앞서는 가운데 한국은 이번 집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품목을 올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11월 2일 발간한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바이오제약 전문매체 바이오파마 아시아태평양(BioPharma APAC)은 2026년 10월 31일 기준 아시아태평양 기업이 발굴한 비만·체중관리 치료제 30개를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21개, 한국 6개, 일본 2개, 인도 1개다. 중국과 한국의 비중은 각각 70%, 20%로, 두 나라가 분석 대상의 90%를 차지했다.
이번 집계는 물질을 최초로 발굴한 기업의 본사가 아시아태평양에 있고, 비만 또는 체중관리 관련 등록 임상시험이 최소 한 건 이상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해외 기업에 기술이전했더라도 최초 발굴 기업을 기준으로 국가를 분류했다. 따라서 이 수치는 해당 기준에 따른 개발 품목의 분포이며, 세계 시장점유율이나 국가별 치료 효과의 우열을 뜻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HM15275·HM17321, 동아에스티의 DA-1726, 프로젠의 PG-102, LG화학의 LB54640이 포함됐다. 한미약품이 허가 제품과 후속 후보물질을 함께 확보하고, 다른 국내 기업들도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개발 경쟁에 참여하는 구도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개발 성과가 허가 단계로 이어진 사례다. 한미약품은 지난 10월 7일 에페글레나타이드 성분 비만치료제 ‘에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허가 획득과 실제 출시·공급 확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GLP-1/GIP 이중 작용제 개발이 두드러졌다. 브리핑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개발한 이 계열 치료제 3개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동일한 작용 기전에 여러 기업이 진입하면서 향후 경쟁은 체중감량 효과와 함께 가격, 안정적인 공급, 투여 간격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먹는 비만치료제도 중요한 경쟁 축이다. 브리핑은 분석 대상 경구용 제제들의 공개 체중감량 수치가 대체로 10~12% 안팎에 분포한다고 소개했다. 경구제는 복용 편의성과 제조·공급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수치를 경구용 치료제 전체의 효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서로 다른 임상시험의 감량률을 단순히 나열해 약물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투여량과 치료 기간, 참여자의 특성, 통계 분석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문 역시 임상시험 간 직접 비교에 한계가 있으며, 제시한 도표가 약물의 우열을 평가하는 순위표는 아니라고 명시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아시아에서 발굴된 물질의 산업적 비중을 보여준다. 브리핑에 따르면 30개 품목 중 13개는 역외·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또는 유럽 파트너십을 확보했다. 이는 전체의 약 43%다. 아시아의 연구개발 성과가 해외 기업의 임상·사업화 역량과 결합하고 있다는 의미지만, 이를 ‘대부분의 판권이 매각됐다’고 표현하기에는 수치상 무리가 있다.
차세대 개발의 또 다른 과제는 체중감량 과정에서 근육량을 보존하는 것이다. 브리핑은 한미약품의 HM17321과 중국 라에크나의 개발 프로그램을 관련 사례로 제시했다.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접근이지만, 개발 목표를 이미 입증된 치료 효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분석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이어 상당한 개발 기반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후보물질 수는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개발 성과가 지속적인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후속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생산·공급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비만치료제 경쟁은 이제 얼마나 체중을 줄이는지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후보물질들이 이 질문에 어떤 임상 근거와 제품으로 답할지가 다음 경쟁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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