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위축 속 ‘선별 투자’ 심화…바이오기업 생존 전략은?

사회부 0 316 2025.12.12 09:33

출처: 2025年版VCレポート, iPARK Institute, 2025

2025년, ‘선택과 집중’이 가른 생존의 분기점

[한국유통신문= 김경록 기자] 글로벌 바이오 투자 시장이 2021년 사상 최고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감소세는 멈추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자금은 소수의 ‘준비된 기업’으로 쏠리며 투자 양극화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바이오(바이오파마·플랫폼) 기업 대상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투자 금액은 2015년의 두 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투자 라운드 수는 크게 줄며 ‘선별 투자’가 확실히 자리 잡았다.

국내, 후기 단계 중심 구조로 재편

국내 바이오 투자 시장도 이 같은 글로벌 흐름을 따르고 있다. 2021년 이후 투자 위축이 이어졌으나, 2025년 들어 바이오·의료 분야의 투자 비율이 17% 수준을 회복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증시 안정 기대, 외국인 자금 유입,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투자 단계별 흐름은 확실히 변했다. 창업 초기(Seed) 단계 투자 비중은 2019년 32.5%에서 2025년 14.7%까지 급감한 가운데, 시리즈 B~Pre-IPO 단계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기술력만으로는 투자를 얻기 어려워졌고, 사업성·임상성과·수익 가시성이 뒷받침된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IPO 시장, 신약 중심에서 디지털헬스로

그간 신약개발 중심이던 국내 바이오기업의 IPO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체외진단, 디지털헬스 등 조기 매출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상장 영역이 확장 중이다.

특히 2024년 기준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과반이 의료기기 및 기타 바이오 분야에서 나왔고, ‘기술력과 사업모델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상장 기준이 확인됐다. 2023년까지 감소세였던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기업 수는 2024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시장 체질이 점차 바뀌고 있다.

IPO 이후, ‘메자닌 자본’ 유입이 새 흐름

최근에는 IPO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전환사채(CB), 전환우선주(CPS) 등 메자닌 투자가 확산하며 상장 이후에도 성장 자본이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상장 중심이던 벤처 생태계에서 벗어나, 상장 이후에도 성숙한 성장 단계를 밟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일부 상장 바이오기업은 기관투자자들의 사후 관리와 결합해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성공의 분기점은 ‘준비된 기업’

투자와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기업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기술력 외 시장성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기술이전 실적 ▲명확한 수익 로드맵 또는 현금 창출 구조를 갖춘 기업이었다. 반면 실패 기업은 ▲협소한 시장 규모 ▲임상 유효성 입증 실패 ▲통계적 신뢰도 부족 ▲프로토콜 위반 등이 주요 패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임상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상장 심사에서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바이오 투자 시장은 ‘좋은 기술’보다 ‘준비된 기업’을 선택하는 시장”이라며, “기술성뿐 아니라 시장성, 지식재산권 확보, 투자 회수 전략 등 다각적 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결국, 자본의 눈높이가 높아진 시장에서 생존의 키워드는 단순한 기술력보다 ‘사업화 역량’과 ‘투자자 관점의 전략적 기획’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