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아사힉글라스(AGC) 대표 “규제, 없애는 게 능사 아니다…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박용진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구미 간담회서 ‘규제의 본질’ 화두 던져

“안전·공익 위한 규제 필요…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설명 있어야”

환경·안전·노무 등 복합규제 지적…“현장 문제 위로 전달되는 시스템 필요”


[한국유통신문=김도형 기자] “규제가 왜 있습니까. 사람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 규제를 만드는 것 아닙니까.”


지난 19일 구미에서 열린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초청 ‘현장 체감형 규제혁신 특강 및 간담회’에서 김재근 AGC화인테크노한국㈜(옛 아사히글라스) 대표이사가 던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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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발언은 이날 쏟아진 개별 규제 개선 요구와 다소 결이 달랐다. 특정 규제 하나를 없애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좋은 규제란 무엇인가’, 그리고 규제를 집행하는 행정이 기업과 국민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생산거점을 둔 AGC화인테크노한국은 TFT-LCD용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AGC그룹의 국내 법인이다. AGC 공식 자료에도 구미 사업장이 한국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명시돼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이 생산현장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 할 때 하나의 규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안전, 노무 등 서로 다른 영역의 기준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는 현실을 언급했다.


규제 자체의 존재를 문제 삼기보다는 여러 규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되고, 기업이나 시민이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규제가 인간의 안전과 공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그러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규제를 적용할 때는 단순히 “법과 규정이 그렇다”는 설명에 머무르기보다, 해당 규제가 왜 필요하고 어떤 위험이나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를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종합하면 김 대표가 말한 규제합리화는 ‘규제를 없애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필요한 규제라면 존치하되 그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목적에 비해 과도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라면 이를 고칠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 제시한 규제합리화 방향과도 상당 부분 맞닿는다.


정부는 지난 4월 28년 만에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규제합리화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방향 역시 모든 규제를 일률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폐지하는 이른바 ‘똑똑한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장의 불합리함, 위로 올라갈 수 있어야”


김 대표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규제 피드백 시스템’이었다.


일선에서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이 현행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거나 불합리하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단순히 개인이 감수하거나 기존 규정대로 집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문제점을 상급기관이나 정책 결정 과정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작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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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조직에서 현장의 직원이 문제를 발견했을 때 경영진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처럼, 행정조직에서도 일선 공무원이 발견한 규제의 문제점을 위로 올릴 수 있어야 규제합리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규제 개선의 초점을 ‘법령 몇 건을 없앴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한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 제기가 전달되고, 관계부처가 이를 검토해 필요할 경우 법령이나 지침을 고치는 상시적인 규제 환류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실제로 정부 역시 올해 규제합리화 체계를 개편하면서 기존 규제정책이 국민과 기업의 현장 체감도가 낮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민관 협력과 현장 중심의 규제 개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규재의 숫자보다 ‘설명 가능한 규제’ 화두 던져


김 대표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안전과 환경, 공익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규제를 받는 사람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규제의 목적과 집행 방식 사이에 불합리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구미에서는 하나의 공장이 환경·산업안전·노동·소방·건축·산업단지 관리 등 여러 제도의 적용을 동시에 받는 만큼, 개별 규제를 단순히 완화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체감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표가 제시한 문제의식은 향후 규제합리화 정책에서 ‘왜 필요한 규제인가’, ‘현장에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가’, ‘불합리가 발견됐을 때 누가 어떻게 고칠 것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박용진 부위원장 역시 최근 지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AI·로봇·자율주행·바이오 등 신산업의 발전 속도를 기존 규제체계가 따라가지 못할 경우 투자와 시장 기회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낡은 기준을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이날 구미 간담회에서 나온 김재근 대표의 메시지는 간명했다.


규제합리화의 목표는 ‘규제가 없는 사회’가 아니라 안전과 공익을 지키면서도 현장이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고, 잘못된 규제는 스스로 고쳐 나갈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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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산업현장이 던진 이 문제의식이 향후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실제 제도 개선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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