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궁도협회 김상형 선수(오른쪽)로부터 폐화살을 기증 받는 세계금궁스포츠협회
경주시궁도협회, 카본 폐화살 지속 제공 약속…양 단체 교류·협력 확대
폐화살 선별·재가공해 금궁스포츠용 제품 개발 추진
1957년 발기한 호림정, 전국 규모 궁도대회와 전통 각궁문화 계승 중심지로 자리매김
[한국유통신문=김도형 기자] 전통 궁도장에서 수명을 다한 카본 화살이 폐기물로 버려지는 대신 새로운 생활체육 장비로 다시 태어난다.
세계금궁스포츠협회는 8월 27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 있는 궁도장 호림정에서 경주시궁도협회로부터 폐화살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은 국궁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화살을 수거해 금궁스포츠용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연구개발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경주시궁도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활용 가능한 폐화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세계금궁스포츠협회와 스포츠 교류 및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버려지는 카본 화살, 금궁스포츠 장비로 재탄생 추진
국궁과 양궁에 사용되는 화살 가운데 카본 소재의 화살대는 가볍고 강도가 높지만 파손되거나 사용 수명이 끝난 뒤에는 재활용과 폐기 처리가 쉽지 않다. 금속이나 단일 플라스틱 제품과 달리 소재 분리와 재가공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세계금궁스포츠협회는 이러한 폐화살 가운데 재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선별하고 절단·보강·재조립하는 방식으로 금궁스포츠용 투척 도구와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폐카본 화살을 스포츠용 제품으로 다시 사용하려면 외관상 손상뿐 아니라 균열, 파편 발생 가능성, 접합부 강도와 반복 충격에 대한 내구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협회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폐화살의 상태를 선별하고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해 자원순환의 의미와 경기용품의 신뢰성을 함께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증은 단순히 폐기물을 넘겨받은 데 그치지 않고, 전통 스포츠 단체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장비를 신생 생활체육 종목의 제품 개발 자원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수거량과 재사용률, 신제품 대체 효과 등이 구체적인 수치로 축적되면 스포츠 분야 자원순환의 실증 사례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2018년부터 경기 규칙·교본·경기용품 개발
세계금궁스포츠협회는 경북에서 탄생한 금궁스포츠를 국내외에 보급하기 위해 2018년부터 경기 규칙과 투척 훈련법, 경기용 도구, 교육용 교본 개발을 추진해 왔다.
금궁스포츠는 일정한 거리에서 전용 화살을 손으로 투척해 과녁의 적중도와 점수를 겨루는 생활체육 종목이다. 협회는 연령과 신체 여건에 맞는 경기 운영방식과 안전기준을 정비하고, 대회 개최를 통해 종목의 저변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는 경북 구미에서 ‘제7회 독립운동가 박희광 선생배 금궁스포츠대회’를 개최했다. 협회는 대회 운영 경험과 경기 데이터를 토대로 경기 규정의 완성도를 높이고, 교육·생활체육·대회용 제품을 세분화해 금궁스포츠의 표준화와 세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폐화살 재활용 연구도 이러한 장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기존 국궁과 양궁에서 발생하는 폐장비를 금궁스포츠 제품 개발과 연결하면 소재 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전통 활쏘기 문화와 새로운 생활체육 종목 사이의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호림정, 1957년 발기…경북 궁도문화 중심 활터
이번 폐화살 기증이 이뤄진 호림정은 경주의 전통 궁도문화를 대표하는 활터다.
지역 기록에 따르면 호림정은 1957년 경주지역 궁도인들이 뜻을 모아 발기했으며, 명칭은 황성공원 일대의 옛 지명인 ‘논호림’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호림정은 지역 궁도인의 수련 공간이자 전국 단위 대회가 열리는 경북지역의 주요 궁도장으로 성장했다.
현재 황성공원 궁도장은 1984년 건립됐으며, 1만4,681㎡ 부지에 과녁 6개와 사대, 빈현루, 화랑관, 호림정 등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21년부터는 경주시시설관리공단이 직영하고 있으며, 경주시궁도협회와 협력해 국궁 강습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호림정은 도심 속 황성공원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전통 활터의 공간적 특색을 간직하고 있다. 경주시립도서관과 공원시설이 인접해 있어 시민들이 전통 무예와 독서·산책·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생활문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궁도대회 개최와 청소년 국궁교육 이어가
경주시궁도협회는 호림정과 탈해정을 기반으로 전통 궁도의 보존과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힘써 왔다. 2023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호림정에서는 약 160명, 탈해정에서는 약 40명의 회원이 국궁을 수련하고 있었다.
경주 호림정 전통 각죽 국궁대회 2024 현장(사진 출처 대전공장전문중개)
협회는 경주시장기 전국 남녀궁도대회, 경주시궁도협회장배 친선궁도대회, 신라문화제 기념 전통궁도대회 등을 개최해 왔다. 특히 전통 각궁만을 사용하는 신라문화제 기념대회는 전국 각지의 궁도인이 참가하는 주요 전통 각궁대회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학교 동아리와 지역 고등학교·초등학교 등을 대상으로 국궁교실도 운영하며 청소년에게 활쏘기의 기본예절과 집중력, 자기통제의 가치를 전해 왔다.
경주시장기 전국 남녀궁도대회는 2009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이어져 왔다. 첫 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약 400명의 궁도인이 참가해 노년부·장년부·여자부·실업부로 나눠 기량을 겨뤘다.
2025년에는 호림정에서 제17회 경주시장기 및 전통 전국궁도대회가 열렸으며, 대한궁도협회가 공식 대회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경주시궁도협회와 호림정이 전국 규모 궁도대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온 실적을 보여준다.
2026년 9월에도 호림정에서 전통 각궁부 전국궁도대회가 예정돼 있어 전통 활쏘기 문화의 계승과 전국 궁도인의 교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통 계승과 자원순환이 만난 스포츠 협력
경주시궁도협회는 경기와 교육뿐 아니라 지역사회 나눔에도 참여해 왔다. 호림정 회원들은 2022년 희망나눔캠페인에 성금 100만 원을 기탁했으며, 최근에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폐화살 기증은 전통 궁도의 문화적 자산과 금궁스포츠의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한 협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호림정에서 사용된 화살이 금궁스포츠용 제품으로 재탄생하면 전통 스포츠와 신생 종목이 자원순환을 매개로 상생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세계금궁스포츠협회 관계자는 “폐화살을 단순히 버려지는 장비로 보지 않고 새로운 스포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기증에 뜻을 모아준 경주시궁도협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안전성과 실용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궁도협회 관계자도 폐화살의 지속적인 제공과 양 단체의 교류 확대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협력이 정기적인 폐화살 수거체계와 공동 체육행사, 전통 궁도 체험 및 금궁스포츠 보급으로 확장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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