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밴 개조하면 '특수차' 분류…고속도로 제한속도 100km→80km 뚝
똑같은 차체라도 '승합' 베이스는 100km/h 유지…'원적 차종' 따른 차별
구조 변경 현장 "단순 침상 개조에도 획일적 규제…탁상행정이 과태료 양산"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최근 '차박'과 캠핑 열풍으로 자차를 개조해 캠핑용 차량으로 등록하는 이용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인 차종 분류와 도로교통 규제로 인해 차주들이 억울한 과태료 폭탄을 맞고 있다. 외형과 무게 중심의 변화 없이 단순 편의시설만 갖췄음에도, '원래 화물차였다'는 이유 하나로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하루아침에 시속 20km나 깎여나가는 모순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 가는 길에만 세 번 찍혀"…고속도로 100km/h 구간서 80km/h 단속
르노 마스터 화물 밴 모델을 캠핑카로 구조 변경한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고속도로 최고제한속도 100km/h 표지판을 보고 정속 주행을 유지했으나, 구간단속 지점에서 줄줄이 과속 딱지를 떼인 것이다.
원인은 자동차등록 전산망상의 차종 변경에 있었다. 화물 밴 차량 내부에 침상과 간단한 수납공간을 장착해 적법하게 구조 변경 승인을 받으면, 번호판 체계가 바뀌며 '특수목적차량(캠핑카)'으로 분류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특수자동차의 고속도로 최고속도는 승용차(100~110km/h)보다 낮은 시속 80km로 제한된다. 운전자는 도로 표지판을 준수했음에도 전산상 '시속 20km 초과 과속' 차량으로 자동 단속된 셈이다.
A씨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항상 캠핑용 짐을 싣고 다녀 제동거리가 길어지므로 안전을 위해 속도를 낮췄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화물차 본래의 최대적재량을 넘지도 않았고, 철저한 안전 검사를 통과해 침상 하나 얹었을 뿐인데 견인차(레커)나 크레인 같은 대형 특수작업차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차체인데 승합은 100km, 화물 밴은 80km?…'형평성 실종'
캠핑카 제작 및 구조 변경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 스타렉스다.
스타렉스는 동일한 프레임(섀시)과 엔진을 공유하지만, 출고 당시 형태에 따라 3·5인승(화물 밴)과 9·11·12인승(승합·승용)으로 나뉜다. 승합 기반의 차량을 캠핑카로 구조 변경할 경우 기존 번호판과 승합·승용 지위가 유지돼 고속도로에서 100km/h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자작 캠퍼들이 선호하는 화물 밴(3·5인승) 모델을 개조할 경우, 차종이 특수차로 강제 전환되며 최고속도가 80km/h로 묶인다. 같은 차체에 동일한 침상을 설치하고 도로를 달려도, 태생(원적)이 화물이었다는 이유만으로 20km/h를 강제로 서행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형 확장형 모터홈과 '단순 침상형' 일괄 취급…법 개정 시급
물론 차체를 절단해 상부와 후면을 거대하게 확장한 '캐빈 확장형 캠핑카'의 경우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횡풍(옆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감속 운행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 평탄화 작업과 매트리스 정도만 갖춘 '세미 캠핑카'까지 동일한 특수차 규제로 옭아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의 엄격한 하중 및 전복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받았음에도, 단순 차종 분류 체계의 한계 때문에 이용자들을 잠재적 법규 위반자로 몰고 있다"며 "차량의 전폭이나 전고 확장 여부, 공차중량 변동 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 제한을 차등 적용하도록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레저 수요의 다양화에 발맞춰 튜닝 규제를 완화하겠다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낡은 법령에 가로막힌 캠핑카 규제가 운전자들의 안전과 권익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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