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조달의 허점을 파고든 가족 기업 카르텔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공공 조달 시장이 특정 가족의 사익 편취를 위한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경북 구미시에서 포착된 이번 의혹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다수의 법인을 치밀하게 배치해 공적 자금을 조직적으로 침탈한 '카르텔형 부정부패'의 전형을 폭로한다. 본 보도팀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규명한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다. 'K씨 일가'가 장악한 7개 법인은 지난 6년간(2021~2026년) 구미시로부터 총 74.97억 원 규모, 260건에 달하는 공사를 단 한 건의 예외 없이 수의계약 또는 소액 경쟁 방식으로 독점 수주했다.
이는 단일 업체가 수의계약 한도 제한으로 인해 수용할 수 없는 막대한 물량을 가족 명의의 여러 법인으로 '쪼개기' 하여 가로챈 것으로, 국가 계약 시스템의 근간인 입찰 경쟁 제도를 정면으로 무력화한 행위다. 본 탐사보도는 이들이 구축한 견고한 가족 네트워크와 기만적인 사업장 운영 실태를 시작으로, 공공 조달 시스템의 허점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유린했는지 그 범죄적 수법을 낱낱이 진단한다.
가족 네트워크의 조직화, 2개 거점에 숨겨진 7개 법인의 실체
K씨 일가는 구미시 OO읍 내 단 두 곳의 주소지를 거점으로 7개의 법인을 복잡하게 설계하여 운영해 왔다. 외형상으로는 여러 업체가 공정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는 듯 보이나, 실상은 하나의 지휘 체계 아래 움직이는 '단일 카르텔'임을 증명한다.
이들의 관계성은 매우 치밀하다. G.S.M이 CS와 CSL을 동시 운영하고, G.S.H가 CS의 초기 대표를 거쳐 GJ를 설립하는 등 법인을 교차 운영하며 수주를 지속했다. 특히 KB 의 경우, G씨 일가의 거점 주소지에서 활동하면서도 대표자만 일가 외 인물인 S.G.M을 내세웠다. 이는 명의 대여를 통해 수사망을 피하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전형적인 유령 법인 수법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구축된 조직적 기반 위에서 이들은 구미시의 수의계약 제도를 철저히 유린하기 시작했다.
수의계약 제도 악용의 기술, '쪼개기'와 '동시 수주'의 통계적 분석
데이터 분석 결과, K씨 일가의 수주 패턴은 통계적으로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인위적 기획'임이 드러났다. 이들은 법적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공사비를 정교하게 조정하고 시간적 담합을 실행했다.
치밀한 한도 회피(1,500~2,000만 원 집중)를 살펴보면, 전체 260건의 계약 중 52.3%(136건)가 수의계약 한도인 2,000만 원 직전 구간에 밀집해 있다. 특히 SC(76.9%)와 JM(65.9%)의 계약 집중도는 경악스러운 수준이며, 이는 한도 회피를 위해 공사비를 의도적으로 쪼개기 했음을 방증한다.
통계적 불가능의 영역인 '동시 수주'의 경우 동일한 날짜에 2개 이상의 가족 법인이 구미시와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무려 37건 포착되었다. 이는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현상으로, 담합의 결정적 증거다.
S공원 사례는 '쪼개기 발주'의 전형이다. 2025년 5월 12일, 구미시는 동일한 현장을 두고 JM과는 '배수관 정비'를, CS와는 '공원 정비'를 각각 계약했다. 공사 명칭만 살짝 바꾼 채 동일 날짜에 분할 발주하여 경쟁 입찰을 회피하고 일감을 몰아준 이 사례는 행정과 업체 간의 유착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구도다.
법적 근거의 부재, 면허 미확인과 '유령 법인' 의혹
행정 절차상 드러난 위법성은 구미시 당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라 건설업 등록은 필수이며, 제41조는 발주처가 계약 상대방의 면허 유무를 엄격히 확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7개 업체의 260건 계약서 모두에서 면허종류 항목이 공란 으로 방치된 사실을 포착했다. 이는 담당 공무원이 면허 확인 의무를 조직적으로 해태했거나, 무면허 업체임을 알고도 계약을 강행한 '고의적 묵인'이자 직무유기다.
특히 KB 는 2년간 8.6억 원을 수주했음에도 키스콘(KISCON) 등록이나 법인 등기조차 불분명하다. 실체 없는 유령 법인을 내세워 공공 예산을 수령한 행위는 형법 제347조(사기) 및 제231조(사문서위조)를 적용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사실상 단일 카르텔인 가족 업체가 특정 지역의 공사를 독점하도록 방치한 구미시의 행정은 경쟁 원칙을 규정한 지방계약법 제13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행정적 방임은 결국 대규모 조세 포탈이라는 국가적 손실로 귀결되었다. 본 보도팀이 소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G씨 일가 7개사의 포탈 혐의 규모는 최소 14.5억 원 에 이른다.
세목별 포탈 추산액을 산정해보면 부가가치세 약 6.8억 원, 법인세 약 6.1 ~12.9억 원, 노무비 원천세 약 1.6~ 3.3억 원 규모의 탈루가 의심된다.
노무비 신고율 12%의 경악스러운 실태도 포착됐다. 건설 관행상 노무비 비중은 25% 내외이나, 이들이 신고한 금액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즉, 기대 노무비의 88%인 약 1.64억 원이 미신고 된 상태다. 이는 탈세의 가장 강력한 증거이며, 4대 보험료 탈루와 현금 지급을 통한 비자금 조성 가능성을 시사한다.
구미시가 '면허 공란' 계약을 통해 업체의 실체를 확인하지 않은 행위는, 결과적으로 이들이 조세 추적을 피해 막대한 예산을 세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K씨 일가' 카르텔 사건은 공적 자금 집행의 감시 체계가 특정 세력에 의해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시민의 혈세 75억 원을 제집 안방 돈처럼 주무른 이들의 대담함은 행정의 묵인과 제도적 허점이 낳은 괴물이다. 본 보도팀은 관계 기관에 다음과 같은 즉각적이고 엄중한 조치를 촉구한다.
기관별 즉각 조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구미시 수의계약 전반에 대한 전수 감사 및 관련 공무원의 직무 비위·유착 여부 조사 착수.
▲국세청은 7개 법인에 대한 고강도 세무 조사 실시 및 14.5억 원 규모의 포탈 세액 추징,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고발.
▲공정거래위원회는 37건의 동시 수주 및 쪼개기 발주에 대한 입찰 담합 및 부당 공동행위 조사와 과징금 부과.
▲경찰청으 유령 법인 의혹(KB 등)에 대한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 수사, 실소유주 규명 및 부당 이득 환수.
공공 조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은 단 하나다. 수의계약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과 더불어, 법망을 비웃은 카르텔에 대한 예외 없는 처벌과 끝까지 추적하는 부당 이득 환수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대한민국 공직 사회의 청렴도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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