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⑤] 구미 건설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 페이퍼컴퍼니 의혹과 지능적 조세 탈루 실체

기술인력 0명에도 수십억 수주, 의심스러운 4개 법인의 실적 데이터

 

공급망 조달에서 드러난 인력 허수와 과도한 집행의 충격적 모순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경북 구미시 일대에서 외형상 별개 법인으로 위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가족형 사업단위’로 운영되는 건설사들이 포착됐다. 본지 취재 결과, 이들은 법인격을 남용하여 국가 조세 행정을 기망하고 공정 입찰 시스템을 교란하는 등 지능적인 탈루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잡하게 설계된 이들의 ‘법망 피하기’ 실체를 데이터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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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H-Road와 S-Road 일대를 거점으로 하는 SGC, SL, GL, DL 4개 법인은 등기부상 별개 기업이나, 실질은 동일 지배인 L씨 및 그 특수관계인에 의해 통제되는 ‘경제적 단일체’다. 이들은 단순한 업무 협조를 넘어 인적·물적 자원을 완전히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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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명백한 증거는 연락처와 주소지다. SGC와 SL은 대표자가 L씨로 동일할 뿐만 아니라, 공식 전화번호(054-454-1**8)까지 공유하고 있다. GL 또한 054-458-1**8이라는 지극히 유사한 번호를 사용하며 연계성을 드러낸다. 물리적 거점 역시 기형적이다. SGC와 GL은 H-Road 53 건물의 103호와 102호를 나란히 점유하고 있으며, S-Road 109 건물에는 SL(301호), DL(304호), 그리고 GL의 또 다른 거점(202호)이 밀집해 있다.

이러한 ‘한 지붕 다가족’ 운영은 공공 입찰에서 특정 세력이 낙찰 확률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벌떼 입찰’의 기반이 될 뿐 아니라, 조세 회피를 위한 매출 조작의 온상이 되고 있다.


건설업 면허 유지를 위해선 법적으로 일정 수 이상의 건설기술인 보유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본지가 확보한 4개 법인의 기술 인력 현황은 이들이 과연 정상적인 공사 수행 능력을 갖춘 곳인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SL과 GL이다. 공식 통계상 기술 인력이 ‘0명’인 이들이 어떻게 최근 3년간 수십 건의 관급 공사를 수주하고 준공까지 마칠 수 있었는가. 이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의 수법이다. 실제 시공은 인력을 보유한 SGC가 수행하고, 매출은 인력이 없는 SL이나 GL로 돌려 소득을 분산시키는 구조다.

법리적으로 이는 법인세법 제19조(수익과 비용의 대응)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 근무하지 않는 유령 직원의 이름을 빌려 가공 인건비를 계상하거나, SGC의 인건비를 타 법인에 중복 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포탈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이 법인을 4개나 쪼개어 운영하는 핵심 동기는 ‘저세율 구간 squatting(박아두기)’에 있다. 이른바 ‘9%의 함정’이다.

현행법상 법인세 과세표준이 낮을수록 저세율이 적용된다. 이들 업체의 수주 리스트를 분석하면, 2,000만 원 이하 소액 수의계약에 매출이 비정상적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일 법인이 이 모든 공사를 수주했다면 과세표준이 상승해 19% 이상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겠지만, 4개 법인으로 매출을 잘게 쪼개어 각 법인을 최저 세율 구간인 9%에 묶어둔 것이다.

이는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거래의 외형은 4개 법인이지만, 실질은 하나의 사업자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이익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킨 시장 교란 행위다.


법인격 남용을 통한 이들의 치밀한 은폐 전략은 장부 관리의 부주의로 인해 결정적인 ‘스모킹 건(Smoking Gun)’을 남겼다. 서로 다른 법인이라면 엄격히 구분되어야 할 회계 행정이 사실상 ‘통합 장부’로 관리되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된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GL조경의 공사대장 통보 실적 데이터를 보면, 도급업체명이 법인명과 일치하지 않고 ‘DL조경’으로 혼재되어 기재된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이는 행정 실무자가 여러 법인의 실적을 하나의 ledger(장부)로 관리하다가 발생한 명백한 실수로, 두 법인이 사실상 ‘Altered Ego(동일 분신)’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다.

이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가 엄단하는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및 실적 주고받기 혐의와 직결된다. 실질적 시공 주체와 매출 귀속처를 마음대로 주무르며 법인 자금을 유출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드러난 SGC 일가의 혐의는 단순한 절세를 넘어선 조직적 ‘조세 포탈’이자 공공 입찰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다. 기술자 한 명 없는 유령회사가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관급 공사를 싹쓸이하는 현실은 지역 SMEs(중소기업)들의 정당한 기회를 박탈하는 약탈적 행위다.

 

사법 및 세무 당국에 다음과 같은 강력한 수사를 촉구한다.

 

▲자금 흐름의 전면 추적-4개 법인 및 특수관계인 간의 계좌 이체 내역을 정밀 분석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 적용 및 비자금 조성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디지털 포렌식 조사-조달청(G2B) 접속 IP 기록과 4대 보험 가입 이력을 대조하여 실제 근무 인력과 입찰 주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탈루 세액의 전격 추징-실질과세 원칙에 근거하여 분산된 소득을 통합 재계산하고, 누락된 세액과 가산세를 엄중히 추징해야 한다.

 

법인격은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위한 도구이지 탈세의 방패가 될 수 없다.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법망을 농락한 이들에 대한 조세범 처벌법상의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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