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설명 및 피해자 인정 유의사항 등 정보 공유… "혼자선 못 버텨, 연대만이 살길"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5월 10일 토요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YMCA는 무거운 침묵과 절박한 한숨으로 가득 찼다. 전세사기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경북 지역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경북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는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법률 정보와 지원책을 안내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과 권지웅 경기주택도시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 센터장이 직접 참석해 피해자들의 막막한 가슴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고향 구미에서의 참담한 소식… 피해자 관점에서 특별법 설명"
마이크를 잡은 이철빈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구미가 고향임을 밝히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쉬는 날에도 쉬지 못하고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향 구미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고, 가족을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닌 이 문제로 오게 되어 더욱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3년 넘게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하고 2년 이상 대책위 활동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자 관점에서 전세사기 특별법과 지원 대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피해를 인지했다고 바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토부가 정한 4가지 요건(▲대항력 구비 ▲임차보증금 5억 원 이하 ▲2명 이상 피해 발생 ▲임대인의 기망 의도)을 모두 충족해야 공식적인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대인의 기망 의도 입증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피해자들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고소장을 제출해야 경찰 수사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피해자 인정 절차에 대해서는 "최근 심사가 까다로워져 인정 비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온라인 신청 시 피해 사실을 최대한 상세히 기술하고, 필요하다면 대구 전세피해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안내했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로 인정받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책으로 ▲경매·공매 절차 중단 및 유예 ▲우선매수권 부여 ▲전세 대출 저리 대환 ▲신용회복 지원 ▲LH의 피해주택 매입 등을 설명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꼽히는 ‘LH 피해주택 매입’에 대해서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은 2명 이상이 LH에 매입을 신청하면, LH가 심사 후 경매에서 낙찰받아 감정가와 낙찰가 차액인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이 금액을 활용해 해당 주택에서 10년간 무상 거주 후 저렴한 임대료로 계속 살거나, 현금으로 받고 퇴거할 수 있다.
그는 "특별법이 한 차례 개정됐지만, 보증금을 직접 돌려받는 길은 아직 요원하다"며 "결국 다른 피해자들과 힘을 합쳐 정보를 공유하고, 경찰 고소, LH 매입 신청 등 공동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자책하거나 방에 갇혀있지 말고, 주변에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제도를 바꿉니다… 피해자 인정 유의사항 안내"
이어 권지웅 경기센터장은 피해자 인정 과정에서의 유의사항을 짚었다. 그는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과 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접수센터 경험을 언급하며 "오늘 이 자리는 경기도 센터장 자격보다는 이 문제를 지원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활동가의 입장으로 왔다"고 밝혔다.
권 센터장은 "피해자 인정 신청은 구미시를 통해 경북도청으로 수합되고, 최종적으로 국토부와 소통하게 된다"며 "만약 인정이 안 될 경우, 그 사유는 경북도청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심의 기준이 작년에 비해 다소 달라진 것 같아 인정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재신청하라"고 독려했다.
또한 "오늘 저희가 온 이유는 첫째, 피해 후 겪게 될 많은 절차와 고민에 대한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함이고, 둘째, 여러분의 처지와 목소리를 듣고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법은 지난 2년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꾸준히 변화해왔다"며 "오늘 주시는 질문과 이야기들이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막함 속 한 줄기 빛… 질의응답으로 정보 갈증 해소"
두 전문가의 설명이 끝난 후, 피해자들의 절박한 질문이 쏟아졌다. "다가구주택인데, 집주인이 연락 두절이다.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경매가 이미 진행 중인데, 멈출 수 있나?", "LH 매입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 등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고, 이철빈 위원장과 권지웅 센터장은 하나하나 상세히 답변하며 피해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불안감을 다독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혼자서는 너무 막막하고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었는데, 오늘 설명을 듣고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니 조금이나마 힘이 난다"며 "앞으로 경북대책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 위기를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벼랑 끝에 내몰린 피해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지만,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과 "뭉치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구미YMCA를 가득 채웠다. 경북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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