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은 아니지만 투명성 결여… 선거연도 예산 구조, 제도적 허점 드러나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구미시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발생한 ‘기타지출 600억 원’이 지역 재정의 투명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5년도 '기금운용계획(제1회 추가경정)'에 따르면, 재정안정화계정의 총 지출 1,808억 원 중 600억 원이 ‘기타지출’로 처리됐다.
2025년 구미시통합재정안정화기금 다중모델 메타분석
그러나 이 금액의 구체적인 사용처·전출 회계·수혜 부서가 문서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지방재정법」 제39조는 모든 예산 지출에 대해 ‘명확한 목적’과 ‘세부항목별 금액’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는 “세출예산은 세부사업명세서로 목적과 금액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구미시 기금운용계획에서 이 600억 원은 단일 항목(기타지출)로만 기재돼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를 “법상 금지된 포괄계상 예산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본다.
즉, 금액은 확정됐지만 목적이 특정되지 않아 의회 심의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년 만에 594억 원 감소… “재정 안정화” 명분 퇴색
2024년 말 1,802억 원이던 재정안정화계정의 잔액은 2025년 말 1,208억 원으로 594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감소액의 대부분이 기타지출로 구성돼, 결과적으로 기금의 3분의 1이 단 1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이 기금은 원래 세입 불균형 조정용 ‘비상금’ 성격이지만, 실제론 일반회계의 세입 결손 보전이나 특별회계(상수도·하수도 등)의 자금 지원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전출이 공식 문서에 명시되지 않아 자금 흐름을 외부에서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선거연도 전 자금 이동… 정치적 오·남용 우려
기금운용계획의 승인 시점이 2025년 1분기, 즉 지방선거를 불과 1년 앞둔 시기라는 점도 주목된다.
지방재정전문가는 “선거 직전 회계연도에 대규모 자금이 ‘기타지출’ 형태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법적 위반이라기보다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정치적 집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특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전체 규모(4,890억 원)의 12.3%에 해당하는 금액이 ‘용처 미확정’ 상태로 설정된 것은 선거 시기 재정 운용의 투명성 확보 필요성을 다시 제기한다.
감사원 역시 선거연도 전후 대규모 기금 집행은 정례감사 대상에 포함시켜 왔다.
“비자금 단정은 불가… 그러나 감사 대상 요건은 충족”
법적으로 이번 사안은 ‘비자금 조성’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지출이 공식 예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집행 절차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재정법상 예산 명확성 원칙과 투명성 의무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한 점은 감사원의 시정요구나 주의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구미시 사례는 특정 단체의 위법 행위로 보기보다, 지방재정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투명성 결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법적 절차는 지켰지만, 정보공개·의회통제·감사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합법적 불투명성(legal opacity)”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방정부가 재정안정화기금처럼 규모가 큰 계정을 운용할 때는 기금운용계획서에 ‘세부사업별 내역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고 전출금 사용처를 실시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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