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투자했지만 곡물 반입 2%뿐”…15년간 해외농업개발사업 ‘총체적 부실’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정부가 지난 15년간 식량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에 2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지만, 지원기업 절반 이상이 폐업하거나 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을 통해 실제 국내에 반입된 해외 곡물자원은 전체 수입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비례대표)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부터 50곳의 해외농업자원개발기업에 총 2,137억 원을 연리 1.5~2%,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융자해왔다. 기업당 최대 380억 원까지 지원됐지만, 이 중 25개 기업은 현재 폐업 또는 사실상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굴지의 대기업조차 줄줄이 실패했다.
셀트리온은 2010년 러시아에서 밀·콩 재배를 위해 68억 원을 지원받았으나 단 한 차례의 자원 반입도 없이 2020년 사업을 접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20억 원을 지원받아 러시아에서 156톤의 곡물을 반입한 후 사업을 종료했다. 한진중공업 역시 2012년 필리핀에서 옥수수 재배를 추진하며 26.9억 원을 받았으나 실적 없이 폐업했고, CJ제일제당 또한 2012년 75.9억 원을 받고 호주에 진출했지만 반입 실적 없이 철수했다. 한진해운은 미국에서 옥수수·콩 재배를 추진하며 95억 원을 지원받았으나 자원 확보량 0으로 사업을 끝냈다.
현재 활동 중인 25개 기업의 실적도 저조하다. 임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곡물 반입 실적이 있는 기업은 8곳뿐이며, 총 반입량도 24,696톤에 불과하다.
그동안 해외농업투자를 신고한 기업은 총 225곳(융자 비수혜 포함)에 달하지만, 현재 실제로 활동 중인 기업은 57개에 그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곡물 수입량 1,700만 톤 중 이들 기업을 통한 반입량은 37만 톤, 전체의 1.7% 수준이다. 그마저도 이 중 35만 톤, 약 95%는 미국에서 옥수수를 재배한 팬오션 한 곳의 실적이었다.
게다가 21개 해외진출국 중 농업 협력체계를 맺은 국가는 러시아·호주·중국·캄보디아·베트남 등 5곳뿐이다. 실질적인 식량위기 대응 기반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외농업개발기업을 통한 국내 자원 반입량은 2021년 63만 톤에서 2022년 25만 톤, 2023년 9.8만 톤으로 급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1,700만 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으로, 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이에 안정적인 수급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임미애 의원은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며 “식량위기 대응이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원구조와 관리감독을 전면 재검토하고, ODA 연계 및 해외 농업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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