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거점 1,500억 원대 도박자금 세탁조직 적발…14명 검거·12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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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오피스텔 옮겨 다니며 1년 5개월간 범행…대포통장 72개·대포폰 97대 압수

텔레그램으로 조직 운영, 신입 교육까지…경북경찰 “상선 추적 수사 확대”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경상북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영·호남을 거점으로 1,5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을 세탁해 온 조직을 적발하고 핵심 조직원 14명을 검거했다.


경북경찰청은 대구와 광주 지역 오피스텔 등에 비밀 사무실을 차려놓고 불법 도박사이트 입금 자금을 실시간으로 2차 계좌로 송금하며 자금세탁과 은닉에 가담한 일당 1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7월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 21일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진으로부터 전달받은 약 1,500억 원의 범죄수익을 대포통장을 이용해 수백 개의 계좌로 분산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총책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친구와 선·후배 등 지인 관계를 통해 모집됐으며,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도박자금을 세탁해 전달하면 0.4~1%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야간 2~3교대 방식으로 하루 8~12시간씩 근무하며 조직 내 역할에 따라 매월 4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오피스텔 옮겨 다니며 치밀하게 범행


범행 수법도 조직적이고 은밀했다.


조직원들은 텔레그램만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신입 조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매뉴얼과 경찰 단속 시 행동요령까지 제작해 교육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개월마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사무실을 옮겨 다녔으며,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창문을 검은색 부직포로 가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대구 조직 연계 확인…현장 급습해 대거 압수


경찰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광주와 대구 조직이 연계된 자금세탁 조직의 존재를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계좌 추적과 통신 분석 등을 통해 범행 구조와 조직원을 특정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비밀 사무실을 동시에 급습해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현장에서는 운영자금으로 사용되던 현금 4,500만 원과 24K 금 10돈, 대포통장 72개, 대포폰 97대, 타인 명의 신분증 40여 장 등이 압수됐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추가 공범과 자금세탁 조직의 상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박자금 세탁 전문조직 끝까지 추적"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조직처럼 도박 범죄수익을 전문적으로 세탁하는 유사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불법 도박사이트는 국민의 일상을 병들게 하는 중대한 사회 범죄인 만큼 자금세탁 조직까지 추적하는 엄정한 단속과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자수첩] 1,500억 원의 끝은 어디인가


경북경찰청이 적발한 1,500억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세탁 조직 사건은 겉으로는 대규모 검거 성과로 보인다. 자금세탁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했으며, 대포통장 72개와 대포폰 97대, 타인 명의 신분증 40개까지 압수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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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도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 남는다. 검거된 이들은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아니라, 도박자금을 이체하고 은닉한 자금세탁 조직으로 보인다. 경찰 역시 추가 공범과 상선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작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한 사람은 누구이며, 1,500억 원의 최종 도착지는 어디였는가.


보도자료에는 피의자들이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자금세탁 제안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운영자의 신원, 사이트명, 서버 위치, 운영 기간, 검거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이 해당 자금을 도박자금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 역시 보도자료에는 담기지 않았다.


물론 수사 중인 사건에서 모든 증거를 공개하기는 어렵다. 계좌 흐름, 텔레그램 대화, 디지털포렌식 자료, 피의자 진술 등을 통해 자금의 성격을 특정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의 입장에서는 경찰이 발표한 1,500억 원이 실제 도박 이용자들의 최초 입금액인지, 계좌 간 반복 이체 금액이 포함된 것인지, 여러 사이트의 자금을 합산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자금세탁 조직이 지난해 2월부터 활동했다는 사실이 곧 도박사이트의 개설 시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운영 중이던 사이트가 새 자금세탁 조직을 고용했을 수도 있고, 하나의 세탁조직이 여러 도박사이트의 자금을 동시에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지난해 2월에 개설된 특정 사이트를 이번 사건과 연결하는 것은 현재 자료만으로는 무리다.


이번 사건의 진정한 완성은 자금세탁책 검거에 그치지 않는다. 자금을 지시한 상선, 도박사이트 운영자, 최종 수익자까지 규명하고 범죄수익을 실질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자금세탁 조직은 범죄의 손발이지만,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은 범죄의 머리에 해당한다.


경찰이 압수한 97대의 대포폰과 72개의 대포통장은 단순한 증거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운영자와 상선으로 향하는 금융·통신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수사의 성패는 그 흔적을 어디까지 추적하느냐에 달려 있다.


 

1,500억 원이라는 숫자는 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어디서 와서 누구에게 갔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이번 수사가 자금세탁 조직 검거라는 중간 성과에 머물지 않고, 불법 도박산업의 몸통과 수익 구조를 드러내는 수사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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