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처 변경 사전허가 위반 2년 새 14.3배 증가…법무부 “개정안 적극 검토”
[한국유통신문=김도형 기자]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경직된 근무처 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임이자 국회의원(경북 상주·문경)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법무부를 상대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근무처 변경·추가 절차를 농어촌의 실제 고용환경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농·어번기의 단기간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을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농어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화하면서 계절근로자에 대한 현장 의존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절근로자 운영인원은 2023년 3만2천489명에서 2024년 5만7천247명, 2025년 8만4천836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약 2.6배로 늘어난 규모다. 올해 배정인원은 11만5천124명에 달한다.
일손은 긴급한데 근무처 변경은 ‘사전허가’
문제는 계절근로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근무처 변경 절차는 기상 상황과 작물별 수확 시기에 따라 인력 수요가 급변하는 농어촌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21조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체류자격의 범위에서 근무처를 변경하거나 추가하려면 원칙적으로 사전에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허가받지 않은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고용을 알선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관련 절차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에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출입국관리법 제21조](https://law.go.kr/LSW/lsSideInfoP.do?docCls=jo&joBrNo=00&joNo=0021&lsiSeq=272921&urlMode=lsScJoRltInfoR)
임 의원은 농작업의 특성상 인력이 필요한 시점과 장소가 짧은 기간에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현행 사전허가제가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농사는 기상 여건이나 수확 시기가 기다려주지 않는데, 당장 일손이 필요한 농어가가 사전허가를 기다리느라 필요한 인력을 제때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농어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농민과 어민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계절근로 체류자격인 E-8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법 제21조제1항 위반 인원은 2023년 51명에서 2024년 312명, 2025년 730명으로 늘었다. 2년 만에 약 14.3배 증가한 수치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위반 인원은 총 1천93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586명으로 전체의 53.6%를 차지했고, 전북 190명, 대전 152명, 경남 4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반 인원의 증가는 제도와 현장 사이의 괴리뿐만 아니라 계절근로자 전체 운영 규모 확대와 단속·집계 여건의 변화가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제도 개선 논의 과정에서는 전체 운영인원 대비 위반율과 위반 유형, 허가 처리기간, 지역별 인력 배치 구조 등에 대한 추가 분석도 필요하다.
동일·인접 지역의 단기 근무, 사후신고 허용 추진
임 의원은 현장의 제도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 7일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계절근로자를 다른 농어가에서 일시적으로 고용하고, 사전허가 대신 사후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근무처가 기존 근무처와 동일한 읍·면·동 또는 인접 지역에 있어야 하며,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안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근무처의 서면 동의도 받아야 한다.
새로운 고용주는 계절근로자를 고용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관할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농어촌 현장의 긴급한 인력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근로자 이동과 고용관계에 대한 행정기관의 관리체계를 유지하려는 취지다.
다만 제도가 완화될 경우 계절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한 사업장 이동이나 임금·숙소 조건 악화, 불법 인력 알선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자 본인의 동의 확인과 근로조건 서면 명시, 고용주 책임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적극 검토”…국무조정실에도 개선안 마련 요청
이날 법무부 장·차관을 대신해 출석한 차범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임이자 의원이 말씀하신 문제는 모두의 공통적인 지적사항”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관련 제도 개선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국무조정실에 요청했다.
임 의원은 “농민들을 위해 마련한 계절근로자 제도가 오히려 농민들을 옥죄고 범법자로 만드는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농어촌 인력난 해소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가 힘을 모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 논의는 계절근로자 제도의 탄력성을 높이는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과 고용질서를 어떻게 함께 보호할 것인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농어촌의 시급한 인력 수요와 체류·고용 관리의 공공성을 조화시키는 정교한 후속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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