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 부서, “예산 이월 급해 대장상에만 올린 것, 잘못됐다” 위법 행정 자인
부실 설계로 공사 중단… 당초 계획 대비 ‘최소 10억 원’ 혈세 추가 증액 확인
본지 취재 시작되자 구미시 계약시스템서 해당 기록 ‘통째로 삭제’ 파문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구미시 선산출장소가 추진 중인 ‘가축유전자원 분산센터 진입도로 개설사업’을 둘러싼 행정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으로 번지며 격랑에 휩싸였다.
나라장터 입찰공고문 대비 수억 원대의 관급자재 증액 의혹과 돌연한 공사 중단(본지 6월 8일 자 보도)에 대해 주무 부서 관계자가 “예산 이월 시한에 쫓겨 실제 계약도 없이 대장상에만 올린 허위 계약이었다”고 사실상 위법 행정을 자백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자 구미시가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던 공식 계약 기록을 통째로 ‘삭제’한 정황이 포착된 점이다. 부실 설계로 인한 10억 원대의 세금 낭비와 이를 덮기 위한 시스템 조작 의혹까지, 구미시 조달 행정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쟁점 ①] "현장 현황과 안 맞았다"… 부실 설계가 불러온 10억 원의 혈세 증액
도로개설 주무 부서인 구미시 도로철도과 담당자는 본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공정률 70% 상태에서 공사가 멈춰 선 진짜 이유가 ‘지형을 반영하지 못한 부실 설계’와 ‘배수 계획 오류’ 때문임을 인정했다.
담당자는 도로 위 건축물(가축유전자원 분산센터)에서 발생하는 우수(빗물)를 처리하는 배수관 크기 변경 설계와 안반 절사면 위험에 따른 낙석방지망 추가(약 1억 6천만 원) 등이 겹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녹취록 주요 내용]
기자: “그럼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거다 이 말씀이네?”
구미시 관계자: “어… 뭐 현황이랑 좀 안 맞게 돼 있는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안반, 배수계획, 장비 현황 등 변경으로) 전체 금액이 당초 발주했던 금액보다는 한 10억 원 정도 증액되는 부분입니다.”
사전 지반 조사와 타당성 검토가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철저한 사전 조사 없이 착공했다가 뒤늦게 설계를 뒤집으며 약 10억 원에 달하는 추가 혈세를 쏟아붓게 된 셈이다. 산지 개설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흙과 안반(사토)의 처리지를 묻는 질문에 담당자는 “경북 상주로 보냈다”면서도 구체적인 주소를 대지 못하고 서류를 찾는 척 5분 이상 확답을 피해, 현장 부산물 처리에 대한 의혹도 깊어지고 있다.
[쟁점 ②] 6.7억 수의계약은 ‘유령 계약’… "잘못됐다, 정정하겠다" 공무원의 자백
더 큰 법적 문제는 본지가 제기했던 'G건설과의 6억 6,938만 원 규모 관급자재 수의계약'의 실체다. 지방계약법상 1인 견적 수의계약은 추정가격 2천만 원 이하(여성·장애인·사회적기업 등 예외 제외)로 엄격히 제한된다. 하지만 구미시 계약정보시스템에는 6.7억 원짜리 대형 계약의 수의사유로 ‘추정가격 2천만 원 이하의 물품’이 당당히 적시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도로철도과 담당자는 공공기관의 조달 행정이라고는 믿기 힘든 해명을 내놓았다.
[녹취록 주요 내용]
기자: “6억 대 관급자재도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는가요?”
구미시 관계자: “그건 제가 봤을 때는 좀 잘못된 거 같습니다. 실제로 계약까지 된 건 아니고 대장상에만 올라가 있는 상황이고요. 사실은 저희가 뭐 이월을 하려고 하다 보니까 시간이 촉박해서 그때 담당자가 그냥 뭐 계약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이월만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그 부분은 수정을 좀 정정을 할까 싶습니다.”
담당자의 발언은 예산이 불용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사고이월), 실제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라장터 및 시청 시스템에 ‘가짜 수의계약’을 허위로 공시해 두었다는 자백이다. 이는 공공조달 시스템의 신뢰도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행위이자, 명백한 행정 위법 행위다.
[쟁점 ③] 정정한다더니 ‘기록 말살’…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 확산
지방재정법 및 지방계약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유령 계약’의 실체는 본지 보도 직후 더 황당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구미시가 선택한 ‘정정’은 투명한 해명이나 절차에 따른 취소가 아닌 ‘기록 삭제’였다.
현재 구미시청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서 주식회사 금보종합건설(대표 구용근)과 체결됐던 669,383,551원 규모의 공사계약 현황 데이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자체의 계약 데이터는 혈세 집행의 투명성을 증명하는 공공기록물이다. 입력 오류나 계약 취소가 발생했다면 합당한 사유서를 첨부해 ‘변경 이력’을 남기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 절차다. 이를 언론 취재와 보도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통째로 지워버린 행위는 향후 상급 기관의 감사나 사법 기관의 수사에 대비해 위법의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공무원 한두 명의 ‘실무적 착오’로 치부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부실 행정: 철저한 현장 조사 없이 착공해 공사 도중 10억 원의 예산 증액을 발생시킨 점
▲위법 행정: 연말 예산 이월을 목적으로 조달 시스템에 허위 계약을 등록해 공시한 점
▲은폐 행정: 치부가 드러나자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계약 데이터를 무단 삭제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
구미시민의 혈세 34억 원이 투입된 공공 사업이 특정 부서의 편법과 은폐로 얼룩지고 있다. 시스템에서 기록을 지웠다고 해서 내부 전자결재 시스템(온나라)에 남은 결재 라인과 예산 집행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다.
구미시 자체 감사는 이미 신뢰성을 상실했다. 경상북도 감사관실과 감사원, 그리고 사법당국은 즉각 구미시청 계약 시스템 서버를 확보하고, 허위 계약 등록 및 데이터 무단 삭제를 지시한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전면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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