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 약속한 해남 솔라시도, 20년 만에 AI 데이터센터 부지로…“대기업 땅장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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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마리나·리조트 등 핵심 관광시설 대부분 계획에 그쳐

관광·레저도시에서 태양광발전단지 거쳐 데이터센터 중심 산업단지로 변경

구자근 의원 “국책사업 통한 부동산 수익 노리는지 전면 점검해야”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출발한 전남 해남 솔라시도 사업이 당초 계획했던 문화·관광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부지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골프장을 제외한 테마파크와 마리나, 리조트, 카지노 등 핵심 관광시설은 대부분 계획에 머문 반면, 사업자가 확보한 대규모 토지는 태양광발전소를 거쳐 대기업 주도의 국가 AI 인프라 사업 부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화·관광도시 조성을 명분으로 시작된 개발사업이 수차례 목적을 변경한 끝에 민간 사업자의 토지 매각과 개발이익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661만 평 확보해 관광·레저형 자족도시 추진


구자근 국회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솔라시도 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은 관광·레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산업단지로, 다시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발전단지로 여러 차례 변경됐다.


솔라시도 사업은 2006년 시작됐다. BS그룹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총 2,186만㎡, 약 661만 평의 부지를 확보해 개발에 착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당시 개발계획 승인 고시에 명시된 토지 매입비는 2,780억 원이었다.


당초 계획은 골프장과 리조트를 중심으로 관광·산업·연구 기능을 결합하고 주택과 교육, 의료, 문화시설까지 갖춘 자족형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테마파크와 마리나, 숙박시설, 주거·교육시설 등 주요 시설 상당수가 조성되지 않거나 개발계획에서 제외됐다.


F1 경기장이 들어섰지만 주변 기반시설과 운영 여건 부족 등으로 지속적인 활성화에는 한계를 보였고, 카지노 역시 계획 단계에 머물렀다. 현재 솔라시도를 대표하는 관광시설로는 골프장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친환경 산업단지 거쳐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전환


솔라시도 사업의 개발 방향은 정부 정책과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달라졌다.


2016년 이후 친환경·저탄소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태양광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방향이 변경됐다. 이어 2024년에는 정부 지역공약사업과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계획 등에 맞춰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발전단지로 다시 전환됐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변전소 설치계획도 추가됐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를 거쳐 AI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로 바뀐 것이다.


현재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는 삼성SDS가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SDS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총 2조5,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필요성과 산업적 중요성이 크다. 다만 데이터센터 조성의 필요성과 별개로, 관광·문화도시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기존 기업도시 사업의 미이행 문제와 토지 개발이익의 귀속 여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광개발 명분으로 확보한 땅, 가치 상승 과실은 누구에게


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당초 약속했던 핵심 관광시설은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고, 개발 목적만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것이 구 의원 측의 문제 제기다.


특히 문화·관광도시 조성을 명분으로 비교적 낮은 가격에 확보한 대규모 부지의 가치가 골프장과 태양광발전소, 국책 에너지사업, AI 데이터센터 사업 등을 거치며 상승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기반시설과 전력설비가 국책사업 또는 공공부문의 지원을 바탕으로 확충된 뒤 토지가 대기업 사업부지로 매각될 경우, 가치 상승의 과실이 지역사회보다 민간 개발사업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이를 ‘땅장사’ 또는 특혜로 단정하려면 토지의 실제 취득원가와 조성원가, 기반시설 투자비, 매각가격, 사업자의 직접 투자 규모, 공공기여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당초 개발계획의 이행률과 미이행 사유, 계획 변경에 따른 공공성 확보 방안, 토지 매각대금의 사용처 역시 검증 대상이다.


해남군 매입가는 평당 55만 원, 인근 자회사 거래는 8만 원


솔라시도 일대에서는 토지 거래가격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해남군은 2023년 12월 BS그룹의 특수목적법인으로부터 7만2,000㎡ 규모의 부지를 평당 55만 원, 총 119억 원에 매입했다. 군은 매입한 토지 일부를 김치원료공급단지 조성에 활용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특수목적법인이 인근의 16만5,480㎡ 규모 부지를 자회사에 평당 8만 원 수준으로 거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 차이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


두 거래는 토지의 용도와 위치, 기반시설 설치 여부, 개발 가능성, 거래 조건 등이 다를 수 있어 가격만으로 특혜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매입한 토지의 가격이 인근 관계회사 거래가격보다 크게 높았다면 감정평가 방식과 비교사례, 조성원가, 매입 필요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해남군과 사업자 측의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토지별 용도와 개발 상태를 반영한 객관적인 가격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업의 직접투자는 미미하고 부동산 수익만 노리나”


구자근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당시의 취지는 민간기업이 자발적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산업·연구·관광·레저 분야 등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제대로 투자한 것은 미미하고 국책사업을 통한 부동산 수익만 노리는 것 아닌지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국가 AI 인프라 구축사업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도시 개발과정에서 약속한 공공성과 지역 환원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사업계획 변경의 절차적 정당성과 관광시설 이행 실적, 민간 사업자의 실제 투자액, 공공재원 투입 규모, 토지 매각가격과 개발이익의 귀속 구조를 공개해야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솔라시도가 국가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전환되더라도 지역 고용과 기업 유치, 세수 확대, 주민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관광도시에 이어 또다시 이름만 바뀐 개발사업에 그칠 수 있다.


당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출발한 솔라시도가 AI 산업과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거점이 될지, 국책사업으로 높아진 토지가치를 민간 사업자가 가져가는 개발사례로 남을지는 향후 투자·매각 구조의 투명성과 지역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이익 환원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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