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 ‘심층보도를 위한 예결산서 읽기’ 전문연수 성료

“예산은 정책의 숫자”…언론인들, 예결산서·회의록서 심층보도 해법 찾다

이상민 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언론은 정책 전달자가 아닌 재정 검증자”

이경원 SBS 기자 “열린재정·회의록·데이터 분석 결합하면 감춰진 의사결정 드러나”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예산서와 결산서에 흩어진 숫자를 정책의 성과와 책임을 묻는 기사로 전환하기 위한 언론인 전문연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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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는 7월 28일 ‘심층보도를 위한 예결산서 읽기’를 주제로 언론인 전문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의 예산 편성부터 집행·결산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고, 공개된 재정자료와 회의록을 탐사보도에 활용하는 실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1부 강연은 이상민 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맡아 지방재정의 구조와 예산·결산 분석 방법, 지역언론이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를 설명했다. 2부에서는 SBS 탐사기획보도팀 이경원 기자가 국가예산 데이터와 국회 회의록을 분석해 보도로 발전시킨 취재 경험을 공유했다.


 “재정 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언론의 사전 감시 중요”


이상민 사무처장은 익산참여연대가 1999년부터 익산시 예산안을 분석해 발표해 왔으며, 최근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전북도 예산까지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방재정 문제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기 전 언론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과 지방채 발행, 대규모 시설투자 사업 등을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공론화하면 무리한 사업 추진을 견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방재정은 국세와 지방교부세 등 국가재정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데다,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자체 세입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 감소를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거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 장기간 시민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악화되면 신규 시설투자뿐 아니라 전기차 보조금, 지역화폐, 복지사업 등 국비와 지방비를 함께 투입해야 하는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비가 확보돼 있더라도 지방정부가 대응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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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무처장은 “정책은 발표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편성되고 실제로 집행돼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실체를 갖는다”며 언론이 정책 발표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재원 조달 가능성과 집행 과정, 성과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채뿐 아니라 내부거래·우발채무까지 살펴야


강연에서는 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지방채 규모만으로는 실질적인 재정 부담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적인 지방채 통계는 외부에서 차입한 금액을 중심으로 집계하지만, 각종 기금이나 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가져다 쓴 내부거래 역시 향후 상환해야 할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보증채무와 민간투자사업 등 장래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우발채무까지 함께 살펴야 자치단체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회와 투자심사위원회 등 내부 검증기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는 않았는지, 재정 상황에 비해 지방채 발행 규모가 적절했는지, 신규 시설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언론이 점검해야 할 사안으로 제시됐다.


이 사무처장은 “재정 위기는 특정 지역만의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입 감소와 무리한 투자, 내부 통제 실패가 결합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며 “언론은 재정 위기가 표면화된 뒤 책임 소재를 묻는 데 그치지 말고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서보다 중요한 결산서…집행률·불용액·이월액 점검


이날 강연에서는 예산안 심사 못지않게 결산 분석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예산서는 앞으로 얼마를 어디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지만, 결산서는 실제로 사업이 집행됐는지와 예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다음 연도로 이월된 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정 운영 성과를 평가하려면 예산서와 결산서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핵심 지표로는 사업별 집행률과 불용액, 명시·사고이월액, 순세계잉여금 등이 제시됐다. 집행률이 지나치게 낮은 사업에 이듬해 예산이 반복 편성되거나, 대규모 불용액과 이월액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행정기관의 집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연말까지 집행률이 낮은 사업이 다음 연도 예산안에 다시 포함됐다면 예산 삭감이나 사업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결산검사위원들이 작성해 지방의회에 제출하는 결산검사의견서 역시 방대한 결산자료의 문제점을 요약한 자료로, 취재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은 좋은 재정기사는 단순히 “사업이 시작됐다”거나 “예산이 확보됐다”고 알리는 기사가 아니라, 예산의 적정성과 집행 여부, 성과와 수혜 대상, 사업 종료 이후의 지속 가능성까지 질문하는 기사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예산 취재는 개념 정립과 원자료 확인부터”


2부 강연에 나선 이경원 SBS 탐사기획보도팀 기자는 국가예산과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실제 취재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예산보도의 방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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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는 예산 분야 취재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예산 용어와 분류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총액과 총지출, 분야·부문별 예산, 세부사업과 세목 등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된 자료를 혼동하면 같은 국가예산을 계산하면서도 전혀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산 처리 절차를 규정한 헌법과 국회법, 국가재정법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안의 지출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항목을 설치할 수 없지만, 실제 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다른 사업을 감액하고 정부의 동의를 받아 특정 사업을 늘리는 정무적 조정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사업 예산을 ‘증액했다’거나 ‘확보했다’고 홍보할 때도 정부안에 이미 포함돼 있던 사업인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실제로 금액이 늘었는지, 다른 사업 감액과 맞교환된 것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린재정’에서 엑셀 내려받아 정부 철학과 우선순위 분석


이 기자는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열린재정 시스템을 국가예산 취재의 핵심 자료원으로 소개했다. 열린재정에서는 연도별·부처별·분야별·세부사업별 예산과 결산자료를 엑셀 형식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취재진은 내려받은 자료에 필터와 피벗테이블을 적용해 분야별 예산 규모와 전년 대비 증감률, 부처별 증가 사업, 감액 사업 등을 비교할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예산이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했다면 정부가 어느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장기간의 예산자료를 연결하면 정권별 차이뿐 아니라 금융위기, 감염병 유행, 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따라 복지·산업·과학기술·국방 예산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이 기자는 단순한 증감률만으로 정책의 타당성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산이 늘어난 이유가 신규 사업 때문인지, 기존 사업의 명칭이나 회계가 변경됐기 때문인지, 추경이 반영된 수치인지 등을 원자료와 사업설명서를 통해 재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록 텍스트 분석으로 ‘부실 심사’ 수치화


이날 강연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데이터로 전환해 심사의 충실도를 분석한 사례였다.


이 기자가 참여한 취재팀은 예산 심사가 정치적 쟁점에 가려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대한 회의록을 수집하고, 발언에 등장한 단어의 빈도와 실제 심의 시간을 분석했다.


회의록에서 많이 언급된 단어를 시각화한 결과 예산·복지·산업·과학기술 등 재정 관련 표현보다 검찰과 수사, 사건, 대통령 등 정치적 쟁점과 관련한 단어가 두드러진 사례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워드클라우드 자체는 학술적으로 강한 분석도구가 아니지만, 단어별 실제 언급 횟수를 함께 제시하면 시청자에게 회의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취재팀은 또 회의 개의와 정회, 속개, 산회 시간을 회의록에서 추출해 연도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실제 심의 시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해당 연도의 심의 시간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점을 수치로 제시할 수 있었다.


예산 심사의 핵심 소위원회에서 ‘보류’라는 표현이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지도 분석했다. 다수 사업이 공개된 소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보류된 뒤, 공식 회의록이 남지 않는 지도부 협상 과정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쪽지예산’ 단정 대신 지역예산의 비정상적 증감 추적


특정 의원의 요청으로 비공개 반영됐다는 이른바 ‘쪽지예산’은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에 따라 취재 과정에서는 곧바로 ‘쪽지예산’으로 단정하기보다 정부안에 없던 사업이 국회 심사에서 신설됐는지, 특정 지역의 사업비가 갑자기 증가했는지, 공식 회의록에서는 보류 또는 감액 대상으로 논의됐으나 최종 예산에는 반영됐는지 등을 추적해야 한다.


정부안과 국회 확정안의 세부사업을 비교하고, 지역명과 시설명 등 핵심어를 기준으로 증가 사업을 추출하면 비정상적인 예산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이후 해당 의원실과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제안 경위와 예산 반영 과정, 사업 타당성 검토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확장할 수 있다.


이 기자는 데이터가 의혹을 확정하는 증거가 아니라 취재 대상을 좁히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숫자에서 이상 징후를 찾은 뒤 회의록과 사업설명서, 관계자 인터뷰, 현장 확인을 결합해야 신뢰도 높은 보도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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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보조수단…원문 대조와 재검증 필수


생성형 인공지능을 예산·회의록 분석에 활용할 때의 가능성과 한계도 언급됐다.


AI는 방대한 문서를 분류하거나 핵심어를 찾고, 분석 코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긴 회의록 전체를 한꺼번에 입력할 경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생성하거나 분석 결과가 매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문서를 일정한 단위로 나누고, 분석 기준과 출력 형식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며, AI가 내놓은 결과를 원문과 대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단어 빈도와 회의시간처럼 정확한 수치가 필요한 작업은 파이썬이나 R 등 재현 가능한 분석도구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 기자는 언론인이 AI를 기사 작성의 대체 수단으로 바라보기보다 반복 작업을 줄이고 방대한 자료 속 취재 단서를 찾는 보조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확보 보도 넘어 ‘돈의 전 과정’ 감시해야


이번 연수는 예산보도가 특정 사업비 확보나 총액 발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환기했다.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무엇을 중요하게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책의 숫자이자, 시민이 부담한 세금의 사용계획이다. 예산 편성 단계에서는 정책의 필요성과 재원 조달 가능성을 묻고, 집행 단계에서는 사업 진행률과 수혜 대상을 확인하며, 결산 단계에서는 성과와 불용·이월 발생 원인을 검증해야 한다.


또 공개 재정자료와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자료, 현장 취재를 결합하면 발표자료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정책 결정 과정과 예산 배분의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번 전문연수는 지역언론이 예결산서를 단순한 회계자료가 아니라 권력의 선택과 행정의 책임을 기록한 핵심 취재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숫자를 읽는 능력이 곧 정책을 검증하는 힘이며, 예산이 어디에 편성됐는지를 넘어 실제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묻는 것이 재정 탐사보도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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