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㉕] 믿고 맡긴 구미시립중앙도서관 리모델링, '2026년 준공' 약속은 어디로 갔나

설계 중지 3차례·선금 70% 집행 후 기성금 '0원'·의회 반대·준공 2년 연기… 195억 사업의 민낯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경상북도 구미시가 시민들에게 공언한 시립중앙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의 '2026년 준공' 약속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구미시 설계공모 공고문, 계약정보공개시스템, 행정문서 정보목록,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록을 종합 분석하고 도서관 측에 직접 확인한 결과, 준공 시점은 당초 약속보다 2년 이상 늦은 2028년 8월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용역은 1년 사이 세 차례 중단됐고, 계약금의 70%에 달하는 선금이 이미 집행됐음에도 기성금은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의회에서는 재원 조달을 위한 지방채 발행에 공개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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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준공"을 약속했다

2024년 9월 2일, 구미시청 대회의실. 김장호 시장과 박교상 구미시의회 의장, 여준기 구미시 총괄건축가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시립중앙도서관 건축기획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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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중앙도서관 건축기획용역+최종보고회(2024.9.2)

 

이 자리에서 구미시는 연면적 8,665㎡,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에 총사업비 195억 원을 투입해 2026년 준공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내부 구획을 오픈스페이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하고, 학습공간 외에 휴식·여가·놀이·창작 공간을 마련한다는 3D 모델링까지 발표됐다.

김장호 시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시립중앙도서관이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시민들은 그 약속을 믿었다.


그리고 지금, 준공은 2028년 8월로 밀렸다.

본지가 구미시립중앙도서관 측에 직접 전화 취재한 결과, 도서관 관계자는 "일정에 차질이 생겨 준공 예정이 2028년 8월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당초 약속보다 2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정 변경이 시민들에게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구미시는 현재까지 어떤 공개 문서에도 준공 시점 변경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시장의 입을 통해 '2026년 준공'을 약속받았지만, 그 약속이 언제, 왜, 어떤 과정을 거쳐 '2028년 8월'로 바뀌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2022년 타당성 조사 용역부터 기산하면 준공까지 무려 6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같은 기간 30년 된 낡은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고스란히 누적된다.


30년 묵은 도서관, 4년간 1억 넘게 '준비'했지만

구미시립중앙도서관은 1994년 개관했다. 구미시 스스로 설계공모 지침서에 "30년 된 노후 도서관으로서 지역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도서관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수요 반영 및 편의성 증대, 지역중앙관으로서의 정책지원기능 수행을 위한 노후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을 만큼 리모델링의 필요성은 명백했다.

준비도 일찍 시작됐다. 2022년 11월 타당성조사 용역(1,980만 원), 2023년 1월 정밀안전진단 및 내진성능평가 용역(4,374만 원), 2024년 2월 건축기획용역(4,800만 원)이 순차적으로 발주됐다. 4년에 걸쳐 세 차례의 사전 용역에만 약 1억 1,000만 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 모든 준비가 무색하게, 정작 본 설계용역에 착수한 이후 사업이 반복적으로 멈춰 섰다는 것이다.


공개 경쟁 거쳐 선정한 설계자, 계약 3개월 만에 '중지'

구미시는 2025년 1월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대지 위치는 구미시 경은로 85 형곡공원 내, 예정 공사비는 약 164억 7,800만 원, 예정 설계비는 약 9억 1,000만 원이었다. 금오공과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경운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등 지역 대학 교수진과 건축 전문가 7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공개 경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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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도서관 리모델링조감도(당선작)

 

참가등록(1월 6~7일), 현장설명회(1월 14일), 질의응답(1월 21일), 접수마감(3월 17일), 결과발표(3월 28일)까지 약 3개월에 걸친 공모 절차 끝에 당선작이 선정됐고, 2025년 4월 23일 대구 소재 ㈜동우에이스건축사사무소와 설계용역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기간은 2026년 5월 24일까지였다.

그러나 계약 체결 불과 3개월 반 만인 2025년 8월 12일, 구미시 공공시설과는 업체에 용역 중지를 통보했다.

이후 2025년 12월 26일 중지가 해제됐지만, 2026년 2월 20일 다시 중지됐고, 4월 28일 또 해제된 뒤 5월 21일 세 번째 중지가 내려졌다. 설계용역 준공 예정일인 5월 24일 사흘 전의 일이었다.

공개 경쟁을 통해 선정한 설계자에게 계약 직후 1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용역을 중지시킨 것이다.


중지 사유는 모두 '비공개'… 시민은 알 권리가 없나

더 큰 문제는 중지 사유가 전부 비공개라는 점이다. 중지·해제 통보 문서 다섯 건이 모두 비공개 처리돼 있어 시민들은 왜 사업이 거듭 멈췄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행정문서 정보목록을 시계열로 추적하면 의미심장한 흐름이 포착된다. 첫 번째 용역 중지(2025.08.12) 직후인 8월 18일, 구미시는 2026년도 지방채 발행 계획을 수립했다. 9월 23일에는 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고, 9월 26일에는 수정 동의안을 재차 제출했다.

설계가 이미 진행 중인 시점에, 본공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 동의를 뒤늦게 구한 것이다. 공모 당시 명시된 예정 공사비 164억 원의 재원이 설계 착수 시점에 확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공계약 전문가들은 설계용역이 이처럼 반복 중단되는 경우 통상 예산 미확보, 행정 절차 누락, 또는 설계 방향의 근본적 변경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구미시의 경우 이 세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선금 70% 집행됐는데 기성금은 '0원'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자금 집행 내역은 또 다른 경고등을 켜고 있다.

계약금액 910,949,000원 중 선금으로 637,664,000원이 지급됐다. 전체 계약금의 약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이미 업체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공정 진행에 따라 지급되는 기성금은 현재까지 0원이다.

국가계약법령상 공공용역의 선금 지급 한도는 통상 계약금액의 30~50% 수준이다. 이를 크게 초과하는 선금이 집행된 상태에서 기성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용역 중지 기간 동안 업체가 거액의 선금을 보유한 채 사업이 정체돼 있음을 의미한다.

심사위원 7인이 수개월에 걸친 공개 경쟁을 통해 선정한 당선작에 이미 6억 3,700만 원이 넘는 선금이 지급됐지만, 그 결과물이 언제 완성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선금 과다 지급 후 용역이 중단되면 선금 환수, 이자 손실, 계약 해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계약 실무의 상식이다.


재원도 없이 먼저 설계… 행정 절차 '역순' 논란

공공건축 사업의 일반적인 절차는 타당성 조사, 기획용역, 예산·재원 확보, 설계공모, 설계용역, 허가, 착공 순이다.

그러나 구미시의 행정문서를 시계열로 분석하면 이 순서가 뒤엉켜 있다.

설계용역 계약은 2025년 4월에 이루어졌지만, 소방 당국의 건축 허가 동의 회신은 2026년 3월에야 나왔다. 도시관리계획(근린공원) 변경 결정은 2026년 3월, 도시디자인위원회 자문 신청은 2026년 4월, 건축물 해체 허가 신청은 2026년 4월 27일이었다.

특히 이 사업의 대지는 형곡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공원 내 공공시설 증축은 도시공원법상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 절차가 설계용역 계약으로부터 약 11개월이 지난 2026년 3월에야 추진됐다. 기본적인 법적 요건 검토 없이 설계가 먼저 발주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업명도 바뀌었다… '리모델링'에서 '증축 및 리모델링'으로

문서 분석에서 포착된 또 하나의 이상 징후는 사업명 변경이다.

설계공모 공고문과 2025년 5월까지의 행정문서에는 "구미시립중앙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이었던 사업명이, 2025년 6월 이후 작성된 문서부터는 "구미시립중앙도서관 증축 및 리모델링 사업"으로 바뀌었다. 설계가 진행되는 도중 사업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공모 지침서에는 이미 "일부 증축을 포함한 내부공간 개선"이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행정 문서상 사업명이 달라졌다는 것은 설계 방향이나 사업 규모에 실질적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사업명 변경이 반복적인 용역 중지의 실질적 원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준공 예정일 16일 전 'VE 용역' 발주… "형식 갖추기" 우려

2026년 5월 8일, 구미시는 "설계의 경제성 등 검토(VE) 용역"을 발주했다. 164억 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되는 사업에서 VE는 형식이 아닌 실질적 절차여야 한다. 그러나 이 용역이 발주된 날은 원래 설계용역 준공 예정일인 5월 24일을 불과 16일 앞둔 시점이었다.

건설 업계에서는 이처럼 설계 완료 시점에 임박해 VE가 이루어지면 실질적인 경제성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시의회도 제동 걸었다… "선거 앞두고 지방채, 부담은 시민 몫"

이 사업의 재원 조달 방식인 지방채 발행 동의안은 2025년 10월 16일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정면으로 도전을 받았다.

이지연 위원은 "김장호 시장께서 민선 8기 들어 지방채를 320억 원 조기 상환하셨다"며 "그런데 상환한 금액만큼 다시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재정 건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신 말씀과 어떻게 일치하느냐"고 추궁했다.

예산재정과장이 "차입 여부는 예산안 심사 때 다시 검토받을 수 있다"고 답하자, 이 위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년이 선거인데 지방채 발행까지 하면서 모든 사업을 다 하시는 것이냐, 그 부담은 구미시민이 지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우며 "지방채 발행 동의안에 반대 의견을 낸다"고 공개 선언했다.

지방채 발행 동의안이 의회 소위원회에서 공개 반대 의견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감독 기관 경북도의 역할도 도마 위에

이 위원은 지방채의 차입선인 경상북도지역개발기금을 관리하는 경북도의 감독 기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행안부의 2025~2029년 자치단체 채무관리계획에 서울, 대구, 충북 등 9개 광역은 있는데 경북은 없다"며 "채무관리계획도 없는 경북도가 구미시의 지방채 발행을 과연 신중하게 검토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예산재정과장은 "경북도의 채무관리계획은 확인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감독 기관의 관리 실태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공개된 의회 회의록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또 다른 '300억 사업'도 의회서 지적… 재정 관리 총체적 부실 우려

이지연 위원이 이날 지적한 것은 도서관 리모델링만이 아니었다.

그는 "직선거리 2.2km 내 두 개 학교에 시비 약 300억 원이 투입되는 학교 복합시설 사업이 의회에 공모사업 사전 보고도 없이 진행 중"이라고 폭로했다. 지역 도의원이 현수막까지 내걸 정도로 사업이 알려졌지만, 의회는 관련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방채 200억에 이 사업까지 합치면 구미시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예산재정과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이 구미시 재정 관리 총체적 부실의 일부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의회 안에서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6년, 그리고 2028년 8월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다.

2022년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부터 2028년 8월 준공까지 6년. 사전 용역 3건에 투입된 예산 1억 1,000만 원. 설계비 계약금액 9억 1,000만 원 중 이미 집행된 선금 6억 3,700만 원. 기성금 0원. 용역 중지 3회. 공식 일정 변경 고지 0회.

2024년 9월 시장이 공언한 '2026년 준공'은 시민들에게 단 한 번의 공식 해명도 없이 '2028년 8월'로 조용히 밀렸다. 1994년 개관 이후 30년을 기다려온 시민들의 기다림은 이제 공식적으로 2년이 더 늘어났다.

그리고 그 2028년 8월이라는 새로운 약속이 또다시 지켜질지, 지금까지의 사업 경과는 낙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취재 후기]

본 기사는 구미시 설계공모 공고문, 계약정보공개시스템, 행정문서 정보목록, 제291회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록(2025.10.16), 그리고 구미시립중앙도서관 관계자와의 전화 취재를 근거로 작성됐다. 용역 중지의 구체적 사유, 선금 과다 지급의 승인 경위, 준공 일정 변경의 공식 결정 경위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구미시의 공식 해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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