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짜’를 믿을 수 있을까?”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요즘 유튜브 댓글부터 쇼핑몰 리뷰, 대형 커뮤니티까지 어디를 가나 ‘진짜 사람’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죽은 인터넷 이론’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이 이론은 인터넷 상에서 우리가 보고 듣는 콘텐츠와 댓글, 게시물 대부분이 실제 인간이 아닌 AI나 봇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는 음모론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음모론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과 AI, 누가 더 설득력 있을까?

오목교 전자상가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AI가 인간보다 더 설득력 있는 댓글을 남긴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취리 대학 연구진은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 서브레딧 ‘체인지 마이’에 AI 계정을 몰래 투입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I가 작성한 댓글이 인간이 쓴 글보다 ‘좋아요’를 6배나 더 많이 받았다. 감정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는 글을 남긴 AI가 인간의 생각까지 바꿔놓는 사례가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이 실험에는 1700개의 AI 계정이 투입됐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AI임을 밝히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AI는 사용자의 심리와 환경, 사회적 배경까지 분석해 맞춤형 댓글을 남기며, 때로는 자신의 페르소나(예: 흑인, 성범죄 피해자 등)까지 바꿔가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커뮤니티의 폐쇄화와 ‘어둠의 수업 이론’

AI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폐쇄적인 커뮤니티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어둠의 수업 이론’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외계인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해 문명이 폐쇄적으로 변한다는 SF 드라마 ‘3차’의 배경에서 유래한 이론이다. 인터넷 공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트롤링, 스팸, AI 봇으로 가득 찬 대형 커뮤니티를 떠나 자신만의 오픈채팅방, 디스코드 등 소규모 폐쇄 커뮤니티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AI가 온라인 세상에 더 많이 침투할수록 가속화될 전망이다.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는 점점 더 작아지고,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간임을 증명하는 시대: 월드 아이디와 홍채 인증

AI와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월드 재단’이 개발한 ‘오브’라는 홍채 인증 기기를 통해 온라인에서 인간임을 증명하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오브는 사용자의 홍채 정보를 암호화해 ‘월드 아이디’를 발급한다. 이 아이디를 통해 레딧, 틴더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나는 인간이다’라는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홍채 정보 자체는 저장되지 않고, 암호키만 네트워크에 등록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신분증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미국 등 선진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월드 아이디는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인간임’만 증명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누가 인간임을 인증할 권한을 갖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AI와 인간, 그리고 권력의 재편

AI가 온라인 세상에 더 많이 침투할수록, 인간의 신뢰와 소통은 점점 더 희귀해질 수 있다. 누가 진짜 인간이고, 누가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임을 증명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중앙화된 권력에 의해 통제된다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AI 시대, 온라인 세상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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