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최현승, 박태준 가곡 콩쿨 최우수상 수상… 무대 뒤에 숨은 이야기
트로트 가수에서 성악 무대로, 아버지를 향한 노래가 되다
가수 최현승 (김선미 기자)
구미=[한국유통신문 김선미 기자]
트로트 가수, 성악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성악이라는 무대에 선 그의 이력은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히려 그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최현승.
지역 무대에서 트로트 가수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올해 ‘작곡가 박태준 기념 한국가곡 콩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동무생각’, ‘오빠생각’ 등으로 널리 알려진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무대로, 전국의 음악 전공자와 재능 있는 일반인이 참가해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자리다.
트로트를 부르던 그가 왜 다시 성악을 공부하게 됐는지, 그가 성악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곡에 담은 부친과의 추억까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가수 최현승의 무대 밖 이야기를 듣는다.
음악을 포기할 뻔한 순간, 아버지의 흔적이 이끌었다
성악대회 참가 전,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음악이 아닌 생계를 위한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닐까. 아버지와의 이별은 그의 삶 전체를 뒤흔들었고, 그 무게는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첫사랑’을 부르다가 순간 울컥해서 실수할 뻔했어요.”
그 노래는 단순한 곡이 아니었다. 그에게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노래’였다.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첫사랑’은 그에게 다시 음악을 붙잡게 만든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이건 아버지가 ‘포기하지 말라’고 보내준 메시지 같았어요.”
계명문화대 공연음악학부 김정화 학부장과 최현승
내가 아버지의 자랑이었을까, 인정받고 싶었던 아들
최현승은 군 시절,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줄었고, 그는 몰래 음악을 하며 버텼다.
“대화가 안 됐어요. 정말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 오랜 침묵을 깨고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공연장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아들의 무대를 보러 오고, 휴대폰으로 공연을 촬영해 간직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은 “그래, 잘했다”는 짧은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더 보여드리지 못한 게, 평생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요.”
가수로서, 아들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아버지와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그는 성악 무대에 섰다. ‘첫사랑’이라는 곡 속 가사 “그토록 짧았던 시간이여, 영원히 멈추라”는 문장은 마치 부친과의 작별 인사처럼 다가왔다.
그 노래는 그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였다. 이제는 아버지가 인정한 가수로서, 그는 다짐했다. 음악을 멈추지 않겠다고.
최현승과 그의 아버지. 그는 아버지가 인정한 가수로서 다짐했다. 음악을 멈추지 않겠다고.
무대를 향한 끈기, 팬을 향한 감사
그가 걸어온 음악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 시기,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 중 확진 판정을 받아 하차해야 했던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를 “자신을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라고 회고한다.
“그땐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현실적인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음악에 집중했죠.”
그를 버티게 한 건 팬들이었다. 팬들은 작은 무대라도 빠짐없이 찾아왔고, 때론 식사 한 끼를 챙기며 그를 걱정했다.
“그런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무대에서 성장한 제 모습을 직접 봐주신 분들이니까요.”
다시, 무대를 향해
오랜 시간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이제 그는 말한다. “끝까지 버틴 자만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도 그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올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인 그는 아직 구체적인 무대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말하고 싶다.
“아버지, 저 잘됐어요.”
희망을 전하는 이름, 최현승
최현승은 대중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구에게나 희망이 될 수 있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행복을 배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바람을 실천하고 있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초심 그대로 노래할 것이다.
가수 최현승. 그는 이제 단지 무대 위 가수가 아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다.
최현승. 그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