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뉴텍그림이야기(39) - 김요희(우주를 품은 코스모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분주히 조성되고 있는 이곳에는 첨단산업의 역동성과는 또 다른 시간이 흐르는 작은 문화공간이 있다. 갤러리 카페 릴869(Lille 869)이다.
카페의 이름은 프랑스 북부 노르(Nord) 지방의 중심 도시 릴(Lille)에서 영감을 얻었다.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도시 릴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처럼 이 공간 역시 짙은 블루를 중심으로 한 차분한 미감을 품고 있다.
이곳은 대구의 한 대학에서 오랫동안 서양화를 가르쳤던 김요희 화가가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로, 그녀의 수채화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 자연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온 김 작가는 특히 '코스모스(Cosmos)'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그 가운데 유독 필자의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 작품이 바로 《우주(Cosmos)》이다.
《우주(Cosmos)》는 수채화 특유의 투명한 물성과 자연스러운 번짐을 통해 광활한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화면에는 별도 없고 달도 없으며 행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람자는 작품 앞에 서는 순간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짙은 남청색에서 코발트블루, 그리고 청록색으로 이어지는 색의 흐름은 밤하늘이자 심연이며, 동시에 인간 내면의 깊은 의식세계를 상징하는 추상적 공간으로 읽힌다. 수채화 물감이 종이 위에서 스며들고 번지는 효과는 고정된 형태를 만들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암시한다. 자연스러운 농담과 색의 중첩은 물질적인 우주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우주를 표현한다.
넓은 푸른 공간과 대조적으로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연분홍빛 코스모스가 조용히 피어 있다. 가늘고 유연한 줄기를 따라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은 연약해 보이지만 결코 왜소하지 않다. 오히려 거대한 우주 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 생명의 존재를 상징한다. 꽃잎 하나하나에는 순수함과 희망이 담겨 있으며 자유롭게 뻗은 줄기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거대한 공간과 작은 꽃의 대비는 인간 존재 역시 광대한 우주 안에서 작지만 결코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전한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코스모스(Cosmos)'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꽃 이름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어 κόσμος(kosmos)는 질서(Order), 조화(Harmony), 아름다움(Beauty), 우주(Universe)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를 혼돈(Chaos)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했다. 그들에게 우주는 무질서한 공간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과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완전한 세계였다. 그래서 우주는 Cosmos가 되었고, 코스모스 꽃 역시 꽃잎이 규칙적이고 균형 있게 배열된 모습 때문에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영어 Cosmetic 역시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로 '아름답게 꾸미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김요희는 이러한 철학적 의미를 꽃이라는 자연의 상징 안에 담아낸다. 그녀에게 코스모스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는 넓은 여백이다.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푸른 공간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다. 그 여백은 관람자의 상상과 기억, 그리고 사색이 머무는 공간이다. 이는 동양화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여백의 미학과도 닮아 있다. 비어 있음은 곧 무한한 가능성이며, 침묵은 가장 깊은 언어가 된다. 관람자는 그 푸른 공간 속에서 각자의 우주를 만나게 된다.
색채 역시 작품의 중요한 언어이다. 푸른 계열은 무한함과 영성, 평화와 명상을 상징한다. 반면 코스모스의 연분홍빛은 사랑과 희망, 생명의 온기를 전한다. 차가운 우주의 색과 따뜻한 꽃의 색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깊은 평온함을 만들어 낸다. 결국 거대한 우주와 작은 생명은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질서 속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요희 작가는 어린 시절 화가였던 아버지에게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배웠다. 평생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이 주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업해 왔다. 그녀의 수채화는 맑고 투명하다. 과장도 욕심도 없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풍경처럼 담백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녀는 대한민국미술대전(제18·19회)과 대한민국회화대전(제15회)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우주의 신비를 품은 코스모스를 평생의 화두로 삼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수채화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김요희의 《우주(Cosmos)》는 꽃을 그린 정물화도, 우주를 묘사한 풍경화도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우주와 작은 생명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하며 자연의 질서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 회화이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도 한 송이 코스모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우주 앞에서는 작은 존재일지라도 각자의 삶은 고유한 의미와 빛을 지닌다.
김요희는 수채화의 맑고 투명한 색채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가 본래 하나의 질서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코스모스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 우주(Cosmos)와 꽃(Cosmos)이 하나의 이름으로 만나 질서와 조화, 아름다움과 생명을 노래하는 명상적 풍경이라 할 수 있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도 한 송이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를 품고 피어난다." 바로 이 한 문장이 김요희의 《우주(Cosmos)》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일 것이다.
A Cosmos Within the Cosmos by Kim Yo-Hee
In Wonsam-myeon, Cheoin-gu, Yongin, Gyeonggi Province, where the SK hynix semiconductor cluster is rapidly taking shape, there is a small cultural haven where time seems to flow at a different pace from the bustling world of advanced industry. It is Gallery Café Lille 869.
The café takes its name from Lille, the historic capital of the Nord region in northern France. Like the city itself—at once warm and cool, emotional yet rational—the café embraces a serene aesthetic centered on deep shades of blue, creating a tranquil atmosphere that invites contemplation.
Gallery Café Lille 869 is owned and operated by Kim Yo-Hee, an artist who taught Western painting for many years at a university in Daegu. Her watercolor paintings are permanently exhibited throughout the gallery. Throughout her artistic career, Kim has devoted herself to nature, repeatedly exploring the theme of "Cosmos."
Among the many works on display, one painting in particular lingered in my mind: Cosmos.
Kim Yo-Hee's Cosm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