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가의 예맥을 잇다…안동 서지재사 일원서 학봉 선조 시제 봉행
김종길 종손과 참석자들, 집사분정으로 제례의 소임 나눠
통훈대부 지승문원사 김공 묘제에 이어 학봉 선생 추모
숭조돈종(崇祖敦宗)의 뜻 담아 선조의 유덕 기려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2026년 11월 1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지리 311에 위치한 서지재사(西枝齋舍)와 인근 묘소 일원에서 학봉 김성일(鶴峯 金誠一) 선조를 기리는 시제(時祭)가 봉행됐다. 선조를 추모하고 가문의 예법을 이어가는 이날 제례는 자신의 근본을 돌아보며, 물려받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지 되새기는 자리였다.
시제에 앞서 서지재사에서는 제례의 역할을 정하는 집사분정(執事分定)이 진행됐다. 김종길 종손(宗孫)이 가운데 자리하고, 의관을 갖춘 참석자들이 함께 모여 제례를 준비했다. 펼쳐진 문서를 앞에 두고 소임을 나누는 모습에는 선조를 모시는 예가 여러 사람의 참여와 책임으로 갖추어진다는 전통의 한 단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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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①|2026년 11월 1일 안동 서지재사에서 학봉 선조 시제에 앞서 집사분정이 진행되고 있다. 가운데 갓을 쓰고 앉은 이가 김종길 종손이다.
현장에 게시된 분정기(分定記)에는 초헌(初獻)·아헌(亞獻)·종헌(終獻)을 비롯한 제례의 소임과 담당자들의 이름이 붓글씨로 적혀 있었다. 술잔을 올리는 사람과 향·제기를 받들며 진행을 돕는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하나의 의례를 준비했다.
사진 설명 ②|학봉 선조 시제 현장에 게시된 분정기. 초헌·아헌·종헌 등 제례의 소임과 담당자 이름이 붓글씨로 적혀 있다.
분정기에 나란히 적힌 이름들은 이날의 역할을 알려주는 기록이자, 선조를 모시는 일에 함께한 사람들의 자취다. 후손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소임을 맡고 정성을 보태는 과정에서 가문의 예법은 오늘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이날은 학봉 선생의 묘제에 앞서 통훈대부 지승문원사 김공(通訓大夫 知承文院事 金公)의 묘에서 먼저 제례를 봉행했다. 이어 학봉 선생의 묘제를 올리며 선조를 향한 추모와 공경의 뜻을 더했다.
사진 설명 ③|학봉 선생 묘제에 앞서 제례를 봉행한 통훈대부 지승문원사 김공의 묘비. 오른쪽에는 김공의 품계와 관직이, 왼쪽에는 ‘영인 덕산 송씨 부(令人德山宋氏祔)’가 새겨져 있다.
먼저 제례를 올린 김공의 묘비에는 ‘통훈대부 지승문원사 김공지묘(通訓大夫知承文院事金公之墓)’라는 글과 함께 ‘영인 덕산 송씨 부(令人德山宋氏祔)’가 새겨져 있다. 이는 김공의 품계와 관직, 배우자를 함께 모셨음을 전하는 기록이다.
선조의 묘소를 찾아 차례로 예를 올리는 과정은 근본에 보답하고 그 시작을 잊지 않는다는 보본반시(報本反始)의 뜻을 되새기게 한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앞선 세대의 삶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후손에게 전하는 일이 제례의 중요한 의미다.
사진 설명 ④|학봉 김성일 선생의 묘비. ‘시문충공 학봉김선생지묘(諡文忠公 鶴峯金先生之墓)’라는 글자가 선생의 시호와 호를 전한다.
학봉 선생의 묘비에는 ‘시문충공 학봉김선생지묘(諡文忠公 鶴峯金先生之墓)’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돌에 남은 선조의 이름과 이날 분정기에 적힌 후손들의 이름은 서로 다른 시대의 기록이다. 그러나 선조를 기리는 자리에 후손들이 다시 모였다는 사실은 그 사이의 오랜 세월을 잇는다.
서지재사는 학봉 김성일의 묘제를 위해 건립된 재사다. 정확한 건립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안동시 관광 안내에서는 17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학봉의 묘소 가까이에서 제례를 준비하고 후손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학봉 김성일(1538~1593)은 퇴계 이황의 문인으로, 조선의 문신이자 학자다.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초유사(招諭使)로 의병 활동을 지원하고 관군과 의병의 협력을 위해 힘썼다. 학봉 선조를 추모하는 일은 가문의 뿌리를 되새기는 동시에,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자 했던 선인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날 시제의 의미는 조상을 공경하고 종친 간의 화목을 두텁게 한다는 숭조돈종(崇祖敦宗)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함께 모여 준비하고 맡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동의 기억을 이어가는 시간이 된다.
문화유산은 건축물과 비석에 남아 있지만, 그것을 지키고 의미를 이어가는 주체는 사람이다. 서지재사에서 의관을 갖추고 제례의 소임을 나눈 참석자들의 모습은 오랜 예법이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선조의 묘소를 찾아 예를 올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작은 소임을 맡는 일. 이날 학봉 선조 시제는 그 정성이 모여 가문의 예맥(禮脈)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했다. 앞선 세대를 기억하는 오늘의 마음은 그렇게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또 하나의 전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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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선조 시제 현장-영상제공-김도형역사문화영상아카이브기록원>
집사분정(執事分定)
https://youtu.be/MtixRQoJX0s?si=EZlEEwqWQT4wlnIr
https://youtu.be/dukO18P76NE?si=JGxRdnjy-l1eo9Zv
https://youtu.be/UyVEDa2z7y4?si=X4I77gXc1qX34NCR
https://youtu.be/RwfLiRUhpPo?si=iIBAtNVpc3ve8iO9
상묘(上墓)
통훈대부 지승문원사 김공 묘제
학봉 선조 시제
https://youtu.be/ZgQ8f6uQ2aI?si=JNOhYzwuwSUfIg1n
단체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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