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25 전쟁, 기억해야 할 그 이면의 이야기

윤진성 0 461
서울지방보훈청 보상과 김동준


나른한 주말, 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춘천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다. 춘천의 다양한 관광지를 거닐다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방문한 TV 속 여행객들을 보며 우리에게는 막연히 대표적인 커피 재배국 정도로만 알려진 에티오피아가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 나라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유엔 참전국 중 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나의 마음을 울렸던 것은 여행객들이 참전기념관 앞에서 한국을 방문한 실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과 마주하게 된 장면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참전용사들은 70여년 전의 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싸웠던 격전지의 이름, 참전기념관에 걸린 빛바랜 사진 속 전우들의 이름을 읊으며 반세기가 넘게 잊혀지지 않는 전쟁에 대한 쓰라리지만 뜻깊은 추억들을 나누었다.

 

우리는 매년 6월 25일마다 한국전을 떠올리지만 흔히 이 전쟁을 남한과 북한 사이의 전쟁으로만 단순화하곤 한다.


하지만 6·25 전쟁 속에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파병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린 전세계 16개국(미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터키,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의 희생, 더 나아가 물적, 인적 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제공했던 60여 개 나라와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의 공로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지원했던 참전국가 및 기타 지원국가들 만큼이나 쉽게 잊혀지거나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바로 7·27 정전협정이 아닐까. 3년이나 지속된 6·25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작성된 장문의 정전협정문을 읽다보면 전쟁 당시의 치열했던 대립 및 갈등상황이 생생히 전달될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가 여전히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休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 켠이 절로 숙연해진다.

 

올해로 71주년을 맞은 6·25 전쟁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이지만,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흐릿하고 머나먼 역사로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듯하다. 7·27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6·25 전쟁의 의의에 대해 고민해 보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수많은 도움의 손길과 여전히 종결되지 않은 전쟁이 주는 메시지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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