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평면(2D) 행정에 갇힌 민생 위기, ‘브이월드 3D’와 ‘GeoAI’에 답이 있다

사회부 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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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반기 폐업 62만 건·전세사기 4만 건 시대, 사후 약방문식 지원을 넘어 ‘입체적 사전 예방’으로

국가가 구축한 900종 공간정보와 22종 3D 시뮬레이션, 이제 골목상권과 세입자의 무기가 되어야

 

■ 숫자가 증언하는 민생의 구조적 붕괴: ‘순이익의 역설’과 ‘노란 딱지의 비극’

현장에서 마주하는 자영업자와 청년 세입자들의 한숨이 통계라는 차가운 숫자로 확인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세청 집계 이래 2024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폐업자 수가 100만 명(100만 8,282명)을 돌파하더니, 올해(2026년) 상반기에만 무려 62만 4,000건의 폐업이 쏟아지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1.3배를 넘어서며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이 아예 ‘순감소’라는 구조적 수축기로 접어든 것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폐업 후 갈 곳이 없어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재창업자’들의 성적표다.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두 번째 창업에 나선 비율은 38.8%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1억 9,700만 원으로 최초 창업자(1억 7,300만 원)보다 오히려 2,400만 원이나 높다. 하지만 이자 비용과 임대료 등을 제하고 손에 쥐는 평균 순이익은 4,450만 원으로 최초 창업자(4,850만 원)보다 400만 원이 더 적다. 재창업자의 83.6%가 과거 실패했던 동일 업종에 다시 뛰어들며 유동인구가 많다는 고비용 상권에 진입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배달 수수료 경쟁에 치여 ‘장사는 더 바쁘게 하는데 돈은 못 버는’ 수익성의 역설에 갇혀버린 셈이다. 

 

주거 시장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올해 10월 기준 전세사기 누적 피해 인정 건수는 4만 1,559건에 달하고, 피해자의 76%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40세 미만 청년층이다. 특히 피해의 68.1%는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28.5%), 오피스텔(20.9%), 다가구주택(18.7%)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전국 14만 7,726동(2024년 말 기준)에 달하는 불법·위반건축물은 세입자들에게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집주인들은 연간 평균 141만 원 남짓한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불법 증축으로 얻는 임대수익이 더 크다 보니 이를 ‘운영 경비’쯤으로 여기며 버티지만, 뒤늦게 건축물대장에 노란색 위반 딱지가 붙는 순간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과 대출 연장이 거절돼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다. 

 

■ 왜 기존 정부 앱은 이 위기를 막지 못했나: ‘2차원 평면 행정’의 한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안심전세 App’이나 중소벤처기업부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소상공인 365’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플랫폼들이 결정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상은 3차원(3D) 입체 공간에서 돌아가는데, 정부의 데이터 행정은 여전히 ‘2차원(2D) 평면 지도’와 ‘사후적 서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365’가 64개 데이터를 융합해 행정동 단위의 매출과 유동인구를 보여준다 한들, 예비 창업자가 계약하려는 상가가 반지하인지, 가로수와 도로 시설물에 간판이 가려 보행자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인지, 혹은 언덕길 경사 때문에 발길이 끊기는 곳인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안심전세 App’ 역시 집주인의 과거 보증사고나 세금 체납 이력은 조회할 수 있지만, 정작 내가 들어갈 다세대주택 베란다가 일조권 사선제한을 어기고 불법 확장된 상태인지, 옆 건물에 막혀 하루 종일 햇빛이 안 들어 실질 담보가치가 부풀려진 ‘깡통 빌라’인지는 계약 전에 판별해 주지 못한다. 

재난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최대 92%를 대주는데도 소상공인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은 2023년 23.1%에서 올해 5월 말 4.6%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전통시장 점포 수십 곳이 물에 잠겼던 경남조차 가입률이 3.3%에 불과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정된 예산 탓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신청이 몰릴까 봐 몸을 사리고, 정작 도로면보다 출입구가 낮아 침수가 뻔히 예상되는 저지대·반지하 상가 주인들은 보험의 존재조차 모른 채 장마철을 맞이하는 ‘공간 타겟팅의 부재’가 빚어낸 촌극이다. 

 

■ 잠자고 있는 국가대표 디지털 트윈 ‘브이월드’, GeoAI와 만나야 할 때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이러한 평면 행정의 구멍을 메울 세계적 수준의 3차원 공간정보 인프라를 이미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대국민 디지털 트윈 플랫폼 ‘브이월드(V-World)’가 바로 그것이다. 

브이월드에는 이미 전국 주요 도심의 25cm급 초고해상도 항공 정사영상, 5m급 수치표고모형(지형 높낮이), 실내공간정보를 비롯한 6종 기반 데이터와 연속지적도·용도지역지구도 등 약 900종의 행정공간정보가 통합 구축돼 있다. 특히 최근 3·4단계 고도화를 거치며 일조권 사선제한, 조망권, 가시면적, 경사도, 지형단면, 바람길, 드론·차량 모의주행 등 5개 분야 22종의 3D 분석·시뮬레이션 기능을 민간과 지자체가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API(OpenAPI)로 전면 개방했다. 

마침 정부도 2026년을 ‘AI 3대 강국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제4차 공간정보산업진흥 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2차원 지도를 AI가 직접 읽고 추론하는 고정밀 3차원 공간정보 및 ‘GeoAI(공간 인공지능)’ 체계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해법은 분명하다. 브이월드의 입체 공간 기술을 AI와 결합해 부동산과 소상공인 정책 현장에 즉각 이식하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기술적 타당성을 종합해 당장 실행 가능한 4대 핵심 정책을 제안한다. 

 

1. 계약 전 ‘숨은 불법건축물’ 잡아내는 3D 안심 부동산 검진

주거용 위반건축물의 42.2%를 차지하는 일조사선 위반 베란다 무단증축은 서류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브이월드의 일조권 사선제한 분석 API 및 25cm급 정사영상을 국토부가 개발 중인 ‘항공사진 변화 AI 분석시스템’과 연동하자. 경기도가 올해 10월 시범 운영에 돌입한 ‘AI 기반 경기 안심 부동산’처럼 세입자가 주소만 입력하면 등기부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AI가 준공 도면과 실제 3D 항공영상을 대조해 ‘물리적 불법 증축 의심 지수’까지 카카오톡 리포트로 즉시 보내주는 것이다. 여기에 브이월드의 일조량·조망권·시곡면·건물노후도 API와 ‘3차원 입체지적’을 결합한 한국형 신경망 시세 산정 모델(3D Neural AVM)을 도입하면, 층·호수별 채광과 조망 차이가 반영된 정밀한 빌라 시세를 산출해 신축 빌라의 감정가 부풀리기 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2. ‘총매출’의 신기루를 걷어내는 3D 순이익·젠트리피케이션 진단

올해 3,056억 원이 투입되는 중기부의 재창업 지원 사업 ‘희망리턴패키지’부터 상권 분석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소상공인 365’에 브이월드의 가시면적 분석 API와 경사도·바람길 분석 API를 결합하면, 보행자 시선에서 해당 점포 간판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3D 노출도), 언덕 경사와 계절별 빌딩풍이 유동인구의 실제 매장 진입을 얼마나 가로막는지 입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특히 매출이 오르는 속도보다 임대료 상승 압력이 더 가팔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위험 구역’을 AI로 조기 경보하고, 임대료와 부채 이자를 모두 차감한 ‘예상 순이익(Net Profit)’ 검증을 통과한 입지에만 정책자금을 집중 연계해야 ‘다산다사(多産多死)’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3. 권리금 날리는 인허가 불발, ‘원클릭 사전진단’으로 종식

인테리어 공사를 다 끝내고도 정화조 용량이나 용도변경 규제, 문화재 보존구역 제한에 걸려 영업허가를 못 받는 비극도 기술로 막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브이월드에 도입돼 클릭 한 번으로 37개 규제를 검토하며 입지 선정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한 ‘공장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를 골목상권 상가용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가 지도에서 점포를 찍으면 건축물대장 위반 이력부터 문화재 현상변경 분석 API까지 실시간 교차 검증해 영업허가 가능 여부를 1초 만에 판독해 주는 서비스가 절실하다. 

 

4. 재난 취약 상가 ‘상위 10%’ 핀셋 보험 지원과 로봇 공동물류

4.6%로 추락한 풍수해보험은 브이월드의 5m급 지형 데이터(DEM)와 16종 지하정보가 담긴 ‘지하공간통합지도’로 살려낼 수 있다. 전국 85만 소상공인 점포 중 도로보다 낮은 반지하·저지대 상가와 지반침하·침수 위험이 큰 상위 10%(약 8.5만 개소)를 GeoAI로 정확히 골라내, 이들에게 지자체 예산을 집중 투입해 자부담 면제와 모바일 QR 원클릭 갱신을 지원하는 핀셋 행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는 정밀도로·보행지도와 브이월드 드론·차량 모의주행 API를 연동해, 트럭이 못 들어가는 전통시장과 산복도로 골목 점포까지 공동 배송망을 연결해야 동네 슈퍼들이 대형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대화형 AI’로 문턱을 낮춰라

아무리 뛰어난 3차원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민과 소상공인이 쓰기 어려우면 무용지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 3D 플랫폼 ‘S-Map’이 실증에 성공한 생성형 AI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잡한 메뉴를 클릭할 필요 없이 말이나 글로 명령하면 평균 1.9초 만에 AI가 의도를 파악해 3D 바람길 분석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 법규 기반 가설계까지 알아서 실행해 내며 디지털 약자의 장벽을 허물었다. 

결국 남은 과제는 정부의 의지와 거버넌스다.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세움터 공간 데이터,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상권·자금 데이터, 행정안전부의 재난보험 데이터가 각 부처의 서버 속에 갇혀 있는 한 입체 행정은 불가능하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처 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기계 판독형(AI-Ready) 표준으로 단일화하고, 브이월드 오픈API 위에 민간 프롭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창의적인 안전망 서비스를 꽃피울 수 있도록 길을 넓혀야 한다. 

이미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 구축한 3차원 디지털 트윈 국토다. 이 정교한 디지털 거울이 공무원의 보고서 장식용에 머물지 않고, 보증금을 지키려는 청년 세입자의 돋보기가 되고 폐업의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의 나침반이 될 때 비로소 ‘AI 3대 강국’이라는 구호도 국민의 삶 속에서 증명될 것이다. [컬럼] 평면(2D) 행정에 갇힌 민생 위기, ‘브이월드 3D’와 ‘GeoAI’에 답이 있다

— 반기 폐업 62만 건·전세사기 4만 건 시대, 사후 약방문식 지원을 넘어 ‘입체적 사전 예방’으로

— 국가가 구축한 900종 공간정보와 22종 3D 시뮬레이션, 이제 골목상권과 세입자의 무기가 되어야

 

■ 숫자가 증언하는 민생의 구조적 붕괴: ‘순이익의 역설’과 ‘노란 딱지의 비극’

현장에서 마주하는 자영업자와 청년 세입자들의 한숨이 통계라는 차가운 숫자로 확인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세청 집계 이래 2024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폐업자 수가 100만 명(100만 8,282명)을 돌파하더니, 올해(2026년) 상반기에만 무려 62만 4,000건의 폐업이 쏟아지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1.3배를 넘어서며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이 아예 ‘순감소’라는 구조적 수축기로 접어든 것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폐업 후 갈 곳이 없어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재창업자’들의 성적표다.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두 번째 창업에 나선 비율은 38.8%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1억 9,700만 원으로 최초 창업자(1억 7,300만 원)보다 오히려 2,400만 원이나 높다. 하지만 이자 비용과 임대료 등을 제하고 손에 쥐는 평균 순이익은 4,450만 원으로 최초 창업자(4,850만 원)보다 400만 원이 더 적다. 재창업자의 83.6%가 과거 실패했던 동일 업종에 다시 뛰어들며 유동인구가 많다는 고비용 상권에 진입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배달 수수료 경쟁에 치여 ‘장사는 더 바쁘게 하는데 돈은 못 버는’ 수익성의 역설에 갇혀버린 셈이다. 

주거 시장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올해 10월 기준 전세사기 누적 피해 인정 건수는 4만 1,559건에 달하고, 피해자의 76%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40세 미만 청년층이다. 특히 피해의 68.1%는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28.5%), 오피스텔(20.9%), 다가구주택(18.7%)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전국 14만 7,726동(2024년 말 기준)에 달하는 불법·위반건축물은 세입자들에게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집주인들은 연간 평균 141만 원 남짓한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불법 증축으로 얻는 임대수익이 더 크다 보니 이를 ‘운영 경비’쯤으로 여기며 버티지만, 뒤늦게 건축물대장에 노란색 위반 딱지가 붙는 순간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과 대출 연장이 거절돼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다. 

 

■ 왜 기존 정부 앱은 이 위기를 막지 못했나: ‘2차원 평면 행정’의 한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안심전세 App’이나 중소벤처기업부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소상공인 365’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플랫폼들이 결정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상은 3차원(3D) 입체 공간에서 돌아가는데, 정부의 데이터 행정은 여전히 ‘2차원(2D) 평면 지도’와 ‘사후적 서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365’가 64개 데이터를 융합해 행정동 단위의 매출과 유동인구를 보여준다 한들, 예비 창업자가 계약하려는 상가가 반지하인지, 가로수와 도로 시설물에 간판이 가려 보행자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인지, 혹은 언덕길 경사 때문에 발길이 끊기는 곳인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안심전세 App’ 역시 집주인의 과거 보증사고나 세금 체납 이력은 조회할 수 있지만, 정작 내가 들어갈 다세대주택 베란다가 일조권 사선제한을 어기고 불법 확장된 상태인지, 옆 건물에 막혀 하루 종일 햇빛이 안 들어 실질 담보가치가 부풀려진 ‘깡통 빌라’인지는 계약 전에 판별해 주지 못한다. 

재난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최대 92%를 대주는데도 소상공인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은 2023년 23.1%에서 올해 5월 말 4.6%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전통시장 점포 수십 곳이 물에 잠겼던 경남조차 가입률이 3.3%에 불과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정된 예산 탓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신청이 몰릴까 봐 몸을 사리고, 정작 도로면보다 출입구가 낮아 침수가 뻔히 예상되는 저지대·반지하 상가 주인들은 보험의 존재조차 모른 채 장마철을 맞이하는 ‘공간 타겟팅의 부재’가 빚어낸 촌극이다. 

 

■ 잠자고 있는 국가대표 디지털 트윈 ‘브이월드’, GeoAI와 만나야 할 때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이러한 평면 행정의 구멍을 메울 세계적 수준의 3차원 공간정보 인프라를 이미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대국민 디지털 트윈 플랫폼 ‘브이월드(V-World)’가 바로 그것이다. 

브이월드에는 이미 전국 주요 도심의 25cm급 초고해상도 항공 정사영상, 5m급 수치표고모형(지형 높낮이), 실내공간정보를 비롯한 6종 기반 데이터와 연속지적도·용도지역지구도 등 약 900종의 행정공간정보가 통합 구축돼 있다. 특히 최근 3·4단계 고도화를 거치며 일조권 사선제한, 조망권, 가시면적, 경사도, 지형단면, 바람길, 드론·차량 모의주행 등 5개 분야 22종의 3D 분석·시뮬레이션 기능을 민간과 지자체가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API(OpenAPI)로 전면 개방했다. 

마침 정부도 2026년을 ‘AI 3대 강국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제4차 공간정보산업진흥 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2차원 지도를 AI가 직접 읽고 추론하는 고정밀 3차원 공간정보 및 ‘GeoAI(공간 인공지능)’ 체계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해법은 분명하다. 브이월드의 입체 공간 기술을 AI와 결합해 부동산과 소상공인 정책 현장에 즉각 이식하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기술적 타당성을 종합해 당장 실행 가능한 4대 핵심 정책을 제안한다. 

1. 계약 전 ‘숨은 불법건축물’ 잡아내는 3D 안심 부동산 검진

주거용 위반건축물의 42.2%를 차지하는 일조사선 위반 베란다 무단증축은 서류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브이월드의 일조권 사선제한 분석 API 및 25cm급 정사영상을 국토부가 개발 중인 ‘항공사진 변화 AI 분석시스템’과 연동하자. 경기도가 올해 10월 시범 운영에 돌입한 ‘AI 기반 경기 안심 부동산’처럼 세입자가 주소만 입력하면 등기부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AI가 준공 도면과 실제 3D 항공영상을 대조해 ‘물리적 불법 증축 의심 지수’까지 카카오톡 리포트로 즉시 보내주는 것이다. 여기에 브이월드의 일조량·조망권·시곡면·건물노후도 API와 ‘3차원 입체지적’을 결합한 한국형 신경망 시세 산정 모델(3D Neural AVM)을 도입하면, 층·호수별 채광과 조망 차이가 반영된 정밀한 빌라 시세를 산출해 신축 빌라의 감정가 부풀리기 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2. ‘총매출’의 신기루를 걷어내는 3D 순이익·젠트리피케이션 진단

올해 3,056억 원이 투입되는 중기부의 재창업 지원 사업 ‘희망리턴패키지’부터 상권 분석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소상공인 365’에 브이월드의 가시면적 분석 API와 경사도·바람길 분석 API를 결합하면, 보행자 시선에서 해당 점포 간판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3D 노출도), 언덕 경사와 계절별 빌딩풍이 유동인구의 실제 매장 진입을 얼마나 가로막는지 입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특히 매출이 오르는 속도보다 임대료 상승 압력이 더 가팔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위험 구역’을 AI로 조기 경보하고, 임대료와 부채 이자를 모두 차감한 ‘예상 순이익(Net Profit)’ 검증을 통과한 입지에만 정책자금을 집중 연계해야 ‘다산다사(多産多死)’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3. 권리금 날리는 인허가 불발, ‘원클릭 사전진단’으로 종식

인테리어 공사를 다 끝내고도 정화조 용량이나 용도변경 규제, 문화재 보존구역 제한에 걸려 영업허가를 못 받는 비극도 기술로 막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브이월드에 도입돼 클릭 한 번으로 37개 규제를 검토하며 입지 선정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한 ‘공장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를 골목상권 상가용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가 지도에서 점포를 찍으면 건축물대장 위반 이력부터 문화재 현상변경 분석 API까지 실시간 교차 검증해 영업허가 가능 여부를 1초 만에 판독해 주는 서비스가 절실하다. 

4. 재난 취약 상가 ‘상위 10%’ 핀셋 보험 지원과 로봇 공동물류

4.6%로 추락한 풍수해보험은 브이월드의 5m급 지형 데이터(DEM)와 16종 지하정보가 담긴 ‘지하공간통합지도’로 살려낼 수 있다. 전국 85만 소상공인 점포 중 도로보다 낮은 반지하·저지대 상가와 지반침하·침수 위험이 큰 상위 10%(약 8.5만 개소)를 GeoAI로 정확히 골라내, 이들에게 지자체 예산을 집중 투입해 자부담 면제와 모바일 QR 원클릭 갱신을 지원하는 핀셋 행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는 정밀도로·보행지도와 브이월드 드론·차량 모의주행 API를 연동해, 트럭이 못 들어가는 전통시장과 산복도로 골목 점포까지 공동 배송망을 연결해야 동네 슈퍼들이 대형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대화형 AI’로 문턱을 낮춰라

아무리 뛰어난 3차원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민과 소상공인이 쓰기 어려우면 무용지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 3D 플랫폼 ‘S-Map’이 실증에 성공한 생성형 AI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잡한 메뉴를 클릭할 필요 없이 말이나 글로 명령하면 평균 1.9초 만에 AI가 의도를 파악해 3D 바람길 분석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 법규 기반 가설계까지 알아서 실행해 내며 디지털 약자의 장벽을 허물었다. 

결국 남은 과제는 정부의 의지와 거버넌스다.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세움터 공간 데이터,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상권·자금 데이터, 행정안전부의 재난보험 데이터가 각 부처의 서버 속에 갇혀 있는 한 입체 행정은 불가능하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처 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기계 판독형(AI-Ready) 표준으로 단일화하고, 브이월드 오픈API 위에 민간 프롭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창의적인 안전망 서비스를 꽃피울 수 있도록 길을 넓혀야 한다. 

이미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 구축한 3차원 디지털 트윈 국토다. 이 정교한 디지털 거울이 공무원의 보고서 장식용에 머물지 않고, 보증금을 지키려는 청년 세입자의 돋보기가 되고 폐업의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의 나침반이 될 때 비로소 ‘AI 3대 강국’이라는 구호도 국민의 삶 속에서 증명될 것이다. 

 

<저작권자(c)한국유통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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