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박사칼럼] ‘깜깜이 거래’ 끝내려면… 건축물조사사가 여는 부동산 안전망 구축 필요

사회부 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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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매수자와 임차인이 마주하는 서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다. 여기에는 벽면의 균열 여부, 누수 흔적, 위반건축물 여부 등 주거 안전과 직결된 물리적 상태 항목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중요한 확인 항목들이 대부분 집주인의 구두 진술이나 공인중개사의 육안 확인 수준에 의존한 채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잔금을 치르고 입주한 뒤에 터진다. 장마철에 숨겨진 결로와 천장 누수가 드러나고, 도면과 맞지 않는 불법 발코니 확장이 적발되어 이행강제금 부과 통지서가 날아올 때, 소비자는 분통을 터뜨리고 중개사는 확인·설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과 행정처분의 기로에 선다. 법은 공인중개사에게 건축물의 구조적 결함과 권리 상태를 철저히 검증해 설명할 법적 책임을 묻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권리분석 전문가인 공인중개사에게 건축물 내부의 비파괴적 결함 진단이나 도면 대조 작업까지 완벽히 해내길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괴리가 크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과 ‘현장 조사의 한계’를 해소할 실질적 대안으로 ‘건축물조사사’(건물조사사) 민간자격의 제도화와 거래 현장 연계가 주목받고 있다.


건축물조사사는 대규모 공적 안전진단을 수행하는 법정 안전진단기관이나 설계·감리를 전담하는 건축사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거래와 일상적 유지관리 단계에 특화된 실무형 현황 조사를 수행하는 인력이다. 건축법과 건축물관리법 기초 법규는 물론, 구조·마감재 결함 판별과 설비 계통의 기본 작동 실태를 숙지한 전문 조사 인력이 현장에 투입된다면, 중개 현장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건축물조사사가 작성하는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건축물 현황조사 보고서’는 거래 시장에서 세 가지 안전망을 구축한다.


첫째, 소비자를 위한 ‘예방적 안전망’이다. 건축물대장 현황도면과 실제 공간의 일치 여부를 대조해 위반건축물 리스크를 계약 전 선제적으로 걸러내고, 눈에 보이지 않던 누수·균열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막는다.


둘째, 공인중개사를 위한 ‘책임 분산 안전망’이다. 전문 조사 인력의 객관적인 데이터와 점검표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육안 점검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법적 배상 리스크를 줄이고 중개 서비스의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셋째, 노후화되는 도시 건축물을 위한 ‘선제적 관리 안전망’이다. 일상적인 거래 단계마다 정밀한 현황 조사가 누적된다면, 이는 곧 개별 건물의 생애주기 이력 관리로 이어져 건물 성능 유지와 안전 관리의 기초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외국의 경우 이미 주택 매매 시 전문 홈인스펙터(Home Inspector)의 현장 진단 보고서를 필수 조건으로 첨부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전세사기, 위반건축물 분쟁 등으로 거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공인중개사의 신뢰 회복과 부동산 거래 투명성 확보는 거창한 구호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건축물조사사’와 같은 실무형 전문 자격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이들의 현장 조사 결과가 실제 중개 프로세스와 제도적으로 맞물리도록 지원하는 정교한 안전망 설계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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