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박사칼럼] "사람이 없다고요?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합니다"

사회부 0 15

 

Screenshot 2026-02-23 074710.png

 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4.8배의 체류인구와 60%의 공실률 사이, 지방 도시가 유령마을을 피하는 법


지방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마주하는 기이한 풍경이 있다. 주말이면 감성적인 카페와 골목 식당마다 수도권 번호판을 단 차량이 즐비하고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지만, 월요일 출근 시간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정적과 함께 굳게 닫힌 상가 셔터들이 도심을 채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연일 카메라 앞에서 "사람이 없어 지역이 소멸한다"며 청년 전입자에게 수백만 원의 정착금을 쥐여주겠다고 읍소한다. 그러나 매달 수십억 건씩 쌓이는 이동통신 기지국 접속 기록과 신용카드 결제 빅데이터를 열어보면, 완전히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지방은 결코 '사람이 없어서' 망해가는 것이 아니다.


주민등록의 착각, 데이터가 까발린 '생활인구'의 진실


정부가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정밀 진단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월평균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는 주민등록인구의 4.1배에서 4.8배에 달한다. 관광 휴양지로 꼽히는 지역이나 축제 기간에는 등록인구의 10배에서 18배가 넘는 외지인이 쏟아져 들어온다.


지갑을 여는 주체 역시 명확하다. 인구감소지역 내 카드 소비액 중 외지인이 결제한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5%~49%를 넘나든다.


이 데이터가 던지는 정책적 함의는 명료하다. 이미 지방의 실물경제는 주민등록표에 이름을 올린 정주인구의 주머니가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는 '생활인구'의 동선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그럼에도 왜 구도심 상권은 공실률 50%를 찍으며 무너져 내릴까? 방문객의 60%가 주말에만 반짝 몰리는 극심한 소비 쏠림 때문이다. 주중에 텅 빈 거리를 버티지 못한 점포들이 줄폐업하고, 이로 인해 슬럼화된 가로는 주말 방문객의 체류시간마저 깎아먹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숫자를 읽지 못한 채 여전히 '전입 장려금' 따위의 인구 뺏기 제로섬 게임에 매달리는 행정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


외곽 개발의 탐욕을 멈추고 '압축도시'로 모아라


현장에서 목격하는 또 다른 촌극은 '확장형 도시계획'의 관성이다. 원도심의 주택 2채 중 1채가 노후화되고 빈집이 늘어나는데도, 외곽 농경지를 헐어 신규 택지와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뚫는다.


국토연구원 등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경고하듯, 인구가 급감하는 시대에 도시 외연을 넓히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천문학적인 인프라 유지관리비 폭탄을 떠넘기는 자해 행위다.


구도심의 피를 빨아 신도시를 채우는 방식은 도시 전체의 공멸을 부를 뿐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이제는 도시를 관리적으로 축소하는 '콤팩트-네트워크(Compact-Network)'로 패러다임을 틀어야 한다.


행정·의료·문화·상업 기능과 청년 임대주택을 원도심 핵심 거점으로 압축 배치하고, 걸어서 15분 안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SOC를 고밀 복합화해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외곽 배후지는 무리한 개발 인허가를 엄격히 통제하되, 남아 있는 고령 주민을 위해 적자투성이 노선버스 대신 수요응답형 교통(DRT)과 비대면 돌봄망을 촘촘히 연결하면 된다.


도시의 군살을 빼고 심장부에 에너지를 모으는 '외과수술적 다운사이징'이 절실하다.

 

 충주 관아골이 입증한 반전의 공식: "건물주 청년과 스프레드 아웃"


그렇다면 비워진 구도심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충북 충주시 성내동 '관아골'의 반전 드라마는 탁상공론에 빠진 정책 입안자들에게 묵직한 교훈을 준다.


2010년대 중반 공실률이 60%에 육박했던 이 쇠퇴 상권은 청년 창업가들이 유입되면서 공실률이 12%대로 급락했고, 유동인구는 3.6배 이상 뛰었다.


수백억 원짜리 공공 건물을 짓는 토목사업이 성공을 이끌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관아골 성공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가 된 청년들


원도심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을 때, 청년 창업가들은 지자체의 과도한 간섭 대신 빈집을 직접 매입해 정착했다. 스스로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상권이 뜬 뒤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덫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단독 대형 점포가 아닌 '수평적 연대(Spread-out)'


한 사람의 스타 매장에 의존하지 않고, 카페, 공방, 독채 스테이가 골목 전체를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엮어냈다.


행정의 영리한 핀셋 지원


충주시는 청년들이 원하는 자리에 빈 점포 리모델링비(1,000만 원 안팎)를 쥐여주고 보행 편의를 위한 공영주차장을 깔아주는 등 철저히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거대하고 번지르르한 랜드마크를 올리지 않더라도, 청년 크리에이터의 감성과 골목길의 보행 동선이 결합하면 죽어가던 구도심도 살아난다는 명확한 실증 증거다.

 

쪼개기 보조금 버리고 10배 민간 레버리지로


마지막 퍼즐은 돈, 즉 재정 투입의 방식이다.


매년 인구감소지역에 1조 원씩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그동안 각 지자체의 부서별 쌈짓돈으로 쪼개져 실효성 논란을 빚었다.


성과 중심의 배분 구조로 체질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는 소액 사업을 여러 군데 나열할 게 아니라 생활인구를 붙잡을 핵심 앵커 프로젝트에 기금을 몰아줘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3,000억 원 모펀드를 마중물 삼아 3조 원 규모로 굴리는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를 적극 결합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출 특례보증이라는 강력한 금융 인센티브를 지렛대 삼아 민간 자본을 원도심 복합개발에 끌어들여야 한다.


관 주도의 단발성 시혜성 예산으로는 도시를 바꿀 수 없다.




스크린샷 2024-06-14 172010.png

 

 

 

<저작권자(c)한국유통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및 사회적 공헌활동 홍보기사 문의: 010-3546-9865, flower_im@naver.com

검증된 모든 물건 판매 대행,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Screenshot 2026-04-09 011642.png

마스터컴퍼니

 


KakaoTalk_20260718_192209258.jpg

[전자책] 대한민국 탐정 실무의 정석 | - 예스24

[전자책] 억대연봉 포상금 탐정사 실무지침서 | - 예스2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