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박사칼럼] 현수막은 걷혔고 청구서는 남았다… 민선 9기 소상공인 공약, '디테일'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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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선거철 내내 거리를 뒤덮었던 화려한 공약 현수막들이 일제히 걷혔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후보들은 이제 당선인이 되어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장 취재를 돌며 만난 시장 상인과 골목 식당 사장님들의 표정에는 기대보다 피로감이 역력하다. 치솟는 물가, 끝을 모르는 고금리, 텅 빈 테이블이라는 차가운 ‘현실의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선거 유세차 위에서 외치던 두루뭉술한 선언을 내려놓고, 상인들의 피부에 닿는 ‘송곳 같은 디테일’을 보여줄 때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소상공인 공약을 휴지조각이 아닌 '성공 스토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구체적 해법을 현장의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1. 현금 100만 원 쥐여주기? 30년 동네 정육점의 ‘밀키트 DX’가 정답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100만 원 지급’ 같은 현금성 공약은 달콤하지만, 약효가 며칠 가지 않는 진통제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체질을 바꿔 자생력을 길러주는 구조적 지원(디지털 전환, DX)이다.

현장 사례 : 최근 매출 급감으로 폐업을 고민하던 한 동네 정육점은 지자체의 ‘스마트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지자체가 단순 리모델링 비용을 주는 대신, 온라인 판매용 '캠핑용 고기 밀키트' 진공 포장기 도입과 지역 맘카페·배달앱 마케팅 교육을 지원한 것이다. 그 결과, 동네 단골에만 의존하던 이 정육점은 인근 지역 캠핑족의 온라인 주문을 싹쓸이하며 매출이 3배 뛰었다.

반대로 한계에 다다른 상인에게는 빚을 내어 연명하게 할 것이 아니라, 철거비 지원과 재취업 교육을 패키지로 묶은 ‘안전한 폐업 지원(퇴로 마련)’이 훨씬 현실적인 구명줄이다.

 

2. 지역화폐 10% 캐시백? ‘수수료 1% 공공배달앱’과의 결합이 먼저다

골목에 돈이 돌게 하려면 단순히 지역화폐 발행량을 늘리고 캐시백 혜택을 주는 1차원적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권 자체의 매력을 키우고, 지역 안에서 자본이 순환하는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현장 사례 :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청년 창업가들에게 무상 임대해 주는 사업은 흔하다. 하지만 성공한 지자체는 한 발 더 나갔다. 청년들이 만든 ‘힙(Hip)한 카페(앵커 스토어)’ 옆에 오래된 떡집과 참기름집이 어우러지도록 동선을 짰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지류나 카드로 쓰는 지역화폐를 **‘수수료 1%대 공공배달앱’**과 강력하게 연동시켰다. 소비자는 배달비와 음식값을 지역화폐로 결제해 할인을 받고, 상인은 민간 배달앱의 살인적인 수수료(10% 이상) 폭탄에서 벗어났다. 돈이 플랫폼 기업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오롯이 동네에 남게 된 것이다.

 

3. 부서 칸막이 부수기… “야시장 하나 여는데 4개 부서가 싸운다”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은 지자체 내부의 관료주의다. 현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상권 활성화 공약도 ‘행정 칸막이’에 막혀 좌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 사례 : 한 지자체가 침체된 원도심에 ‘주말 차 없는 거리 야시장’을 기획했다. 경제과는 적극 추진했지만, 교통과는 “주차 민원이 우려된다”며 반대했고, 위생과는 “푸드트럭 허가 규정이 까다롭다”며 난색을 표했다. 도시재생과는 “우리 부서 예산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부서 간 핑퐁 게임 끝에 반쪽짜리 행사가 되어 상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성공적인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시장·도지사 직속의 ‘골목상권 원팀(One-Team) TF’가 필수적이다. 경제, 교통, 위생, 도시계획 부서 담당자가 한 책상에 앉아 규제를 한 번에 풀고(One-stop), 상인회 대표가 직접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즉각 반영하는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한다.

민선 9기의 성공은 번듯한 공보물 속에 있지 않다. 온라인 주문 알림이 울리지 않는 식당,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배달, 주차 단속에 쫓겨 손님이 떠나는 거리, 그 치열한 삶의 현장에 답이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지자체장들은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 상인들은 정치인의 ‘화려한 수사’가 아닌 행정가의 ‘구체적인 실적’을 매서운 눈으로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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