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2026년 새해, 대한민국 지방 행정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도와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어 인구 500만의 거대 도시를 만들겠다는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실험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선 비수도권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다. 정치인들은 지도를 펴놓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통합이 되면 GRDP가 8배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화려한 조감도에서 눈을 돌려 우리가 걷고 있는 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구의 심장부인 동성로는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는 거리로 전락했고, 경북의 신도시는 인적 끊긴 유령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행정 구역이라는 '그릇'은 커지는데, 정작 그 안을 채울 '내용물(상권)'은 말라 비틀어지고 있는 이 기막힌 역설. 이것이 바로 대구경북특별시에 던져진 가장 시급하고도 치명적인 과제이다.
지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공실률은 이미 '재난' 수준이다. 대구 동성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분기 연속 20%를 넘겨 자연 공실률의 4배에 달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경북이다. 집합상가 공실률 27.3%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악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준비 없는 물리적 통합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 당시 제기됐던 '빨대 효과(Straw Effect)'는 기우가 아니다. 교통망만 좋아지고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다면, 경북의 인구와 자본은 블랙홀처럼 대구로 빨려 들어가고, 경북 북부권은 단순한 배후 주거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타 지자체와 해외 사례는 "건물을 짓지 말고 이야기를 채우라"고 웅변한다.
광주 충장로의 부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막대한 예산을 흩뿌리는 대신, '홍콩 골목'이라는 확실한 테마를 입히고 '충장 22'라는 문화 거점을 만들었다. 그 결과 24%에 육박하던 공실률은 13%대로 급감했고, 방문객은 20% 이상 늘었다.
대전의 소제동 사례 또한 '민간의 감각'이 관의 기획보다 우월함을 증명한다. 폐허가 된 철도 관사촌을 밀어버리는 대신, 스타트업 '익선다다'가 들어가 '시간을 파는 상권'으로 브랜딩하자 연간 50만 명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대구경북 상권 대전환을 위한 3대 제언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단순한 '덩치 키우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상권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1. '상업지역 공실 해소 특례'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 논의 중인 특별법은 개발 위주이다. 여기에 '상권 활성화 촉진지구' 지정 권한을 넣어, 공실 상가 임대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건물주에게 재산세를 면제해주고, 반대로 알박기식 장기 공실 방치에는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2. 대구와 경북의 기능을 철저히 '분업화'해야 한다. 대구 동성로의 빈 건물은 경북 지역 대학생들을 위한 '도심 연합 캠퍼스'와 기숙사로 바꿔 청년들을 불러들여야 한다. 반면 경북의 쇠락한 읍내는 일본의 '세카이 호텔'처럼 마을 전체를 호텔로 만드는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대구 사람은 경북에서 쉬고, 경북 청년은 대구에서 공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3. 관은 빠지고 '민간 기획자'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공무원이 주도하는 간판 정비 사업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예산의 10%를 떼어내 '로컬 크리에이터 펀드'를 만들고, 민간 전문가에게 골목 하나의 운영권을 통째로 맡기는 '마스터 플래너(MP)'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띄운 마지막 구조선이다. 하지만 선실(상가)이 텅 비어 있다면 그 배는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침몰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청사 건물이 아니다. 동성로 빈 점포에 청년의 웃음이 돌고, 경북의 오래된 골목에 외지인의 발길이 머물게 하는 구체적이고 치열한 '공간 전략'이다. 통합의 성패는 서류 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텅 빈 거리 위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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