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지방 소멸과 초고령화의 이중고, 해법은 '연결'에 있다. 빈집은 '마을 당구장'으로, 노인은 '두뇌 플레이어'로
어둠이 내린 구도심 골목, 깨진 유리창 너머로 방치된 빈집이 을씨년스럽다. 그 골목 끝자락, 경로당에도 가지 못한 채 TV 소리만이 유일한 말벗인 70대 독거노인 김 씨의 방에도 적막이 흐른다. 대한민국 지방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 두 가지 풍경, '늘어나는 빈집'과 '고립되는 노인'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과 커뮤니티 케어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빈집은 철거 비용 탓에 흉물로 남고, 기존 경로당은 '무료한 쉼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해 활동적인 남성 어르신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한다.
이 답답한 교착 상태를 뚫을 묘수가 필요하다. 나는 그 해답을 가장 의외의 조합, '빈집'과 '당구'의 만남에서 찾고자 한다. 이름하여 「스마트 큐(Cue) 케어 센터」 프로젝트다.
당구, 단순한 놀이가 아닌 '뇌 근력 운동'
왜 하필 당구인가? 과거 당구장이 자욱한 담배 연기와 내기의 온상이었다면, 지금의 당구는 '스포츠'다. 특히 노년층에게 당구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다. 큐볼의 회전과 입사각, 반사각을 계산하는 과정은 침체된 전두엽을 깨우는 고도의 두뇌 훈련이다. 의학계에서도 당구의 인지 능력 향상 및 치매 예방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당구대 주변을 돌며 1시간 게임을 즐기면 약 3km를 걷는 효과가 있다. 무릎 관절에 무리 없이 하체 근력을 키우는, 그야말로 실버 세대를 위한 맞춤형 스포츠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주간 보호 센터를 카지노나 게임장처럼 꾸며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두뇌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데이 서비스 라스베이거스' 같은 모델이 성공을 거뒀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빈집, 골칫덩이에서 '활력 발전소'로
문제는 공간이다. 번듯한 체육센터를 새로 짓는 데는 수십억 원의 혈세와 긴 시간이 든다. 여기서 '빈집'이 등판한다. 동네마다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면, 막대한 건축비 없이도 우리 집 앞 5분 거리에 훌륭한 '미니 스포츠 센터'를 만들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당구장이 아니다. 조명을 밝게 하고 바닥 턱을 없앤 '유니버설 디자인'을 입히고, 입구에는 혈압계와 인바디 측정기를 둔다. 낮에는 치매 안심 센터와 연계해 '각도 계산 당구 교실'을 열고, 저녁에는 마을 리그전을 펼친다. 은퇴한 당구 고수 어르신을 '실버 강사'로 채용하면 노인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된다. 흉물스럽던 빈집이 마을의 사랑방이자 건강 관리소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사회적 처방'으로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할 때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약 대신 운동과 교류를 처방하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이 자리 잡았다. 빈집을 활용한 당구 센터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집 안에 갇혀 있던 노인들이 큐대를 잡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의료비는 줄어들고 마을 공동체는 살아난다. "나는 늙어서 아무것도 못 해"라던 무기력이 "다음 게임은 내가 이긴다"는 승부욕과 활기로 바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랜드마크 건설이 아니다. 방치된 공간을 닦아 어르신들의 손에 큐대를 쥐여드리는 것, 그리하여 멈춰버린 마을에 '탁, 탁'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지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소멸 위기의 지역을 살리는 가장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한 큐'가 아닐까.
정책 입안자들의 과감한 상상력과 결단이, 빈집의 어둠을 걷어내고 어르신들의 눈빛을 다시 빛나게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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