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로는 ‘멈춰 있는 도시’가 아닌 ‘살아 있는 도시’여야 한다

사회부 0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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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회 이광규 운영위원장


역사와 발전이 균형을 이루는 종로의 미래


종로는 대한민국 역사와 정치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부터 정치‧행정‧제례의 중심이었고, 근대 이후에도 서울의 핵심 도시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중심지라는 위치는 명예만큼이나 갈등도 함께 담고 있다. 최근의 종묘 앞 세운상가 4지구 개발 논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 논란이 정치적 대립으로 확장되며 정작 주민들이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역사 문화도시로서 종로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동시에, 종로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주거·생활 조건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갖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잃은 논쟁 방식에 주민들은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종로가 역사도시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한양도성, 종묘, 경복궁, 사직단 등 조선의 도시 구조는 여전히 종로의 지형과 생활 속에 살아 있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정체성도 여기에 기반한다. 그러나 지금 종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살기 어려운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종로구의 거주 인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위인 약 13만7천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심도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각종 규제로 인해 장기간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한옥 규제 등으로 주택을 고치거나 공급하는 것이 어렵고, 일부 한옥지대는 관리가 되지 않아 지붕을 파란 방수포로 덮은 채 방치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와 불과 300m 남짓 떨어진 사직2구역은 20년 넘게 재개발이 멈춰 슬럼화가 극심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종로의 한복판이 이런 모습이라는 사실은 종로의 현실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논란의 중심인 세운상가 4지구도 수십 년 동안 해묵은 문제로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종묘 앞 고층 개발을 단순히 역사 훼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종로를 다시 사람 중심의 도시로 회복하는 첫 단추로 바라봐야 한다. 서울시는 종묘–남산을 잇는 역사문화경관축을 조성하고 종묘와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구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종로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종로가 역사만 있고 사람이 사라지는 도시가 되어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도시의 생명력은 결국 사람이 살고, 기업과 문화가 모이고, 일상이 움직이는 곳에서 나온다. 고층 건물은 단순히 높은 건물이 아니라, 종로라는 도시가 새로운 활동과 인구를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이며, 침체된 지역에 숨을 불어넣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종로 곳곳을 묶고 있는 과도한 규제에 대한 재정비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종로는 역사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으며, 그 역사 위에 현재의 삶과 미래의 가능성이 함께 놓여야 한다. 개발과 보존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역사를 지키면서 발전을 이루는 균형 있는 도시가 종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결국 종로의 정체성은 멈춰 있는 유적이 아니라, 역사와 삶이 함께 호흡하는 도시다. 종묘 앞 개발 논란은 바로 그 균형점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다. 역사를 잃지 않는 발전, 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보존. 이 두 가지를 함께 이뤄내는 도시가 종로의 미래를 담아낼 수 있다. 종로는 그럴 힘이 있는 도시이며, 지금이 바로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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