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한때 서울의 중심, 정동 언덕에 자리 잡았던 육영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립학교였다. 서양식 교육의 씨앗을 심고자 한 조선, 식자층의 자녀들에게 어학과 자연과학, 새로운 문명을 가르치던 이 공간은 단순한 배움터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주적인 변화를 꿈꾸었던 조선의 전환기적 열망의 응축이자, 자연의 품 안에서 펼쳐진 교육 혁명의 현장이었다.
정동의 숲과 언덕은 그저 지형이 아니라, 그곳을 둘러싼 울창한 나무들과 조화롭게 꾸며진 정원이야말로 ‘육영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경적 교훈을 품고 있다. 학교의 이름 자체에 '공원(公院)'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학문을 익히며 자연의 일부로 숨 쉬던 이들의 생활은 교육을 통해 환경을 보존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삶을 당연하게 여긴 선구적 ESG 정신의 시발점이었다.
고종은 전교를 내려, 어학을 시작하며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도록 했고, 중국과 일본은 물론, 영어까지 가르치며 교육의 문을 확장했다. 처음엔 상류층 자제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그 배경에는 ‘더 나은 사회, 더 건강한 지구’에 대한 꿈이 내재되어 있었다. 육영공원에서 울려 퍼진 학문과 진리의 목소리는 천연기념물처럼 소중한 자연과 더불어 자라나는 인재의 희망에도 닿아 있었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서양의 교육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육영공원의 문이 열렸다. 당시 조선은 내우외환에 시달렸고, 공원 주변은 황량했다. 하지만 외국인 교사들이 도착해 학교의 미래에 씨앗을 심었다. 그 해, 콜레라가 창궐해 서울은 하루에도 수백 명이 목숨을 잃던 혼란기였다. 이런 고통 앞에서 교육과 환경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기반”이었다.
헐버트의 기록은 학교 주변의 황폐한 자연과 폐허 같은 도시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육영공원 학생들은 나무로 둘러싸인 교정에서 배우며 동식물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랐다. 그 공간은 생명을 보듬는 환경 교육장이었다. 식재된 나무와 가꾸어진 정원은 “어학과 문명의 배움”과 더불어 “생태 자원의 존엄”을 느끼게 했다. 이는 곧 현대 ESG 경영의 E, ‘환경보존(Eco)’의 철학적 뿌리라 할 수 있다.
육영공원의 교사와 학생들은, ‘문명 개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본질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품었다. 학교 운영이 재정난으로 고통 받을 때, 숲과 공원의 품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었고, 학문을 익히던 젊은이들은 자연의 순환에서 사회적 책임을 배웠다. 이는 오늘날 ESG가 추구하는 환경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공립교육기관으로서 육영공원은 국가에 충성심을 바탕으로 근대 교육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 교육의 현장은 대지와 나무, 사람과 미풍, 햇살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다. 고요한 숲은 학생들이 미래를 꿈꿔볼 수 있는 방주였고, 도시의 소음과 먼지가 스며들지 않는 자연의 방패막이였다. 육영공원의 정원에서, 지식은 자연의 생명력만큼 깊이 자랐다.
육영공원의 터는 이후 외국인 선교사 숙소, 독일영사관, 한성외국어학교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름에서 사라지지 않는 ‘공원’의 뜻은, 환경과 교육이 분리될 수 없다는 시대정신의 증거다. 오늘날 ESG 경영의 본질도 결국 이런 역사적 교훈에서 출발한다. 환경파괴로 인한 재난, 오염, 자원 고갈 등은 학문적 성취 못지않게 인류의 고민거리다.
근대의 지성들은 자연과 공감하며 배웠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학을 익히던 젊은 혼, 병든 시대를 살아남은 교사들의 헌신, 그리고 학교가 품었던 숲과 정원의 생태계는 오늘날 우리에게 ‘환경적 책임’을 되새기게 한다. ESG의 E는 과거의 공원 정신과 맞닿아 있다.
육영공원은 8년 뒤 폐교되었지만 그 자리엔 교육의 유산과 더불어 자연과 환경, ESG의 씨앗이 남았다. 학교의 정원, 숲, 그리고 교정에 남겨진 자연은 도시 개발의 바람에도 굳건히 서 있었다. 이 역사는 ‘근대화’의 성과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일깨우는 ESG 환경가치의 살아있는 증언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자연을 지키는 교육”에서 비롯된다. 육영공원의 기억은 환경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교육과 삶의 한복판에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오늘 우리는, 그리고 내일의 세대는 육영공원이 품었던 ‘선구적 환경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는 ESG 경영, 그 첫걸음을 함께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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