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봄 햇살이 비치는 거리 한켠, 파란색과 빨간색 우편함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평범한 우편함을 마주한 오늘, 누군가에겐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겐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인연에 설렘을 안긴다. 하지만 내게 이 우편함은 더 이상 단순한 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다. 나와, 지역사회와, 그리고 지구와 약속하는 미래의 징표로 다가온다.
뉴질랜드 NZ Post는 매년 환경과 사회,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변화의 씨앗을 조용히 뿌리고 있다. 100% 재활용·퇴비화 가능한 포장재, 플라스틱 수거와 재생, 차량 배출가스 저감, 전기차 도입 등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우편 시스템 구석구석에 뿌리내리고 있다. 수백 톤에 달하던 우편 봉투와 포장재가 다시 울타리로, 생활 용품으로, 지역 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쓰레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을 얻어 마음과 마을을 연결하며 진정한 순환 경제의 상징이 된다.
뉴질랜드의 우편물은 집 앞까지 꼼꼼히 배달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우편물이 우편함과 우체국을 거쳐 집집마다 도착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달용 차량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이동 거리’와 ‘차량 배출가스’가 곧 환경의 숙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NZ Post는 전기차, 저배출 차량 도입을 늘려 이동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 한다. 배달이라는 일상적 편리 속에 환경적 책임이 함께 얹어져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우편이 남긴 감동은 오히려 더욱 특별해지고 있다. 직접 손으로 쓴 편지의 온기, 소포를 포장하는 손길, ‘분리수거’라는 작은 실천까지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가치로 이어진다. NZ Post는 직원들이 쓰던 사무용 가구와 소모품을 지역사회에 기증하는 ‘All Heart’ 협업으로 사회적 약자도 함께 돕는다. 폐기물이 쌓일 자리에 꿈과 희망이 다시 뿌리내리는 순간, 우편은 단순한 전달을 넘어 환경 보호와 사회적 신뢰의 상징이 된다.
이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쌓이면, 결국 우리의 오늘이 내일을 바꾼다는 진리가 더 선명해진다. 내가 넣는 한 장의 편지, 제대로 분류한 포장재, 그리고 매일 지나치는 배달차량 한 대의 변화까지… 모두가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행동들이 모여 내일의 푸른 뉴질랜드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우편함 앞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내 행동이, 내 선택이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가?” 바람이 우편함 표면을 스치고, 그곳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연결된다. 아날로그의 감동과 디지털의 편리함, 환경 보호와 사회적 배려, 모두가 이 작은 파란·빨간 우편함 앞에서 하나로 스며든다.
보이지 않는 손길과 느리지만 단단한 변화의 움직임이야말로, 우리가 모두 꿈꾸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밑바탕이 아닐까. 우편함을 지나치며, 오늘 내 손길 하나에 담긴 희망과 책임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당신 곁의 우편함은, 지구를 위한 우리 모두의 작은 약속이 된다. 이 약속의 힘이 더 크고 푸른 내일의 뉴질랜드를 만들어주리라 믿는다.
<저작권자(c)한국유통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및 사회적 공헌활동 홍보기사 문의: 010-3546-9865, flower_im@naver.co
검증된 모든 물건 판매 대행,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